약 40년전 광수가 결혼하기 전에 우리집에 오신 사촌 제수씨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게에 배추를 싣고 밭에서 우리집으로 나르니 정말로 부모님은 물론 나도 많이 놀랐다. 결혼도 하지 않았거니와 우리 제수씨들은 물론 여동생도 밭에는 잘 안 가는데,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 말도 잘하고 서글서글하고 매번 웃는 인상이 좋았다. 그분이 이번 달부터 내 요양보호사가 되어 하루에 세 시간씩 우리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우리집에 오면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기 생각난다며, 설이며 추석때면 늘 찾아오신다.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자식은 물론 며느리에 손자까지 데리고 오셔서 인사를 하니 얼마나 고마운가? 이번 설 때 제수씨에게 휠체어를 미는 활동사를 찾고 있다고 하며 어러 사람에게 알아보았는데 휠체어 미는 것은 모두들 꺼려했다고 하니까 제수씨께서 자진해서 하겠다고 하신다. 아무리 사이좋은 가족도 싸우기 마련이라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먼저 나서 주니 여간 고맙지가 않았다.

한마음실버케어에서 센터장님과 사회복지사가 오가고 국민연금공단에서 실사가 나온 끝에 3월 3일부터 출근하셨다. 그리고 6일인 어제 우리집에 오시더니 먼 곳에 가서 밥을 먹고 일월수목원에 가자고 하신다. 오후에 약속이 있어 망설였고, 우리가 사야지 왜 제수씨가 사냐고 하니까 처 역시 그렇게 하자며 나를 설득했다. 일단 가 보자고 해서 길을 나섰다.

안산시 사사동에 있는 음식점으로 무작정 들어가 앉았는데 밖으로 보이는 분수가 내 시선을 끈다. 베트남식 월남쌈이 전문인 듯 제수씨는 월남쌈 3인분을 시켰는데 월남쌈은 결혼 초 첫 추석에 처제가 만들어준 것 이외엔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것 파는 음식점도 처음 와 본다.

제수씨께서 처음 싸주셔서 먹었는데 맛이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와 더불어 각종 야채를 싸서 먹는데 손이 서툰 나는 흘리고 터지는 것이 더 많았다. 신선한 야채를 싸 먹는 것이 특이할 뿐이다. 1인당 2만3천원인데 무한리필이란다. 재료가 신선해서 좋았다. 양이 적은 나는 여나무개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그런데 제수씨는 자주 오셨나 보다. 맛있게 먹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처는 오리고기에만 싸 먹고도 맛있게 모는 모습으로 보아 언젠가는 다시 오리라 마음을 먹었다,

맛있게 먹고 커피를 마신 다음 제수씨가 안내한 곳이 수원 일월동에 있는 일월수목원으로 안내했다. 6~7년전 길호가 차가 있을 때 진범이와 더불어 근처에 있는 수목원은 거의 다 다녔다. 오산에 있는 물향기수목원부터 부천의 생태공원, 천리포수목원과 멀리는 세종시에 있는 베어트리파크까지 안산에 있는 여러 식물원과 대부도까지 많이 다녔다. 멀리는 양평과 더 멀리는 전라도까지 많이 다녔는데 인천대공원을 가장 많이 다닌 것으로 기억되고 다녀오면 반드시 글을 쓰거나 일기장에 남겼다.

그런데 수원에 있는 수목원은 처음이었다, 날씨는 춥고 흐리고 비가 올 것 같다. 1인 4000원인데 안내원에게 장애인등록증을 보여주며 세명이라니까 돈을 안 받는다. 밖은 추운데 온열대식물원이라 그런지 안은 따뜻하다. 제수씨가 미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나는 언제나처럼 사진찍기에 바빴다. 월계수 나무부터 제랴늄까지 온갖 열대식물을 보니 저절로 힐링이 된다. 내부도 넓고 깨끗하고 온실정원도 잘 갖춰져 있고, 3층까지 있는데, 휠체어가 편히 다닐 수 있게 잘 갖춰져 있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실내 공간이 좋기만 했다.

시간만 있으면 더 돌아 다닐텐데 두시에 약속이 있어 바로 돌아와야 했다. 오늘은 수지맞는 날이 되었다. 생각지 않은 점심은 물론 수목원까지 보고 처가 원했던 가벼운 휠체어를 살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에 처가 적금을 깨서 나에게 200만원을 주었다. 그 돈으로 휠체어를 사고 나머지 돈으로 자기 병원비에 보태라고 한다. 눈물이 났고 나는 속으로 한참 울었다. 그 돈이 어떤 돈인지 아니까 나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휠체어 값이 90만원이라고 대호에게 알아 봤다고 한다.

장애인 친구중에 대호가 가장 친하다. 대호는 1년에 서너번 만나는 친구이다.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다 하는데 1급이면서도 못하는 운동이 없고, 못다루는 악기가 없다 20년전 장애인 방에서 만난 친구인데 요즘 폐가 안 좋아 호흡기를 착용하는데 두 군데에서 악기를 쳐 달라고 한다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대호와 인천에 있는 다우메디칼에 가서 많은 휠체어를 보았다. 비싼 것은 900만원이라는데 한 손으로도 가볍게 들 수가 있었다. 대호의 도움으로 방석을 포함하여 75만원에 사 가지고 올 수 있었다. 방석은 맞춰야 하니까 다음 주에 보내 주기로 했다. 비록 중고이지만 사장님에게도 고맙고 특히 처의 말 한마디에 쾌히 들어주는 대호가 정말 고맙다.

어제는 운수 좋은 날이 되었다. 나도 나지만 대호의 빠른 쾌유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네 부부가 맛있는 주꾸미 먹으러 가야 하지 않겠나?

3월 7일
운수 좋은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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