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426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

내가 제일 좋아하는 TV프로가 인간극장과 프로야구 경기이다. 프로야구는 한 달 후에 시작하고 인간극장은 매주 5회 방영되는데 지난주에는 ‘행복해져라 우리가족’이 방송을 탔다. 대대로 목회자인 집안인데 43세인 가장은 10년전 목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생수 택배를 6개월 전부터 했다고 한다. 15세인 장녀를 비롯 4남매와 동갑인 부부 등 6가족인데 지금껏 본 프로 중 가장 행복한 가정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부부사랑,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형제자매간의 사랑이 특별나다. 언제 어디서고, 볼 때마다 안아주고 뽀뽀하고 서로 위하는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로 감동과 사랑과 정으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한 잊지 못할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본 인간극장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행복한 가족이다. 이번 주는 이틀 ..

병원 예약

아프면 병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억은 없지만 태어나자마자 내 인생은 병원부터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약하게 태어났다고 한다. 지금 먹는 약도 하루에 30개가 넘는다. 어려서 잘 넘어진다고 하여 동네에서 건달이란 별명을 갖게 되었다. 장애인으로 산 지가 33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가끔이지만 환상통이 오면 잠을 못 잘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 암만 안 걸렸지 거의 모든 병을 다 갖고 있다.  이번 주에도 처와 나는 병원 예약이 많다. 처는 치과, 안과, 정형외과, 내과에 그리고 나는 가정의학과에 예약이 되어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따른 보조약들도 꽤나 많다. 그리고 웬만한 보험은 받지도 않지만 그래도 한 달에 50여만원씩을 내고 있다. 이런 것들이..

을사년 설을 맞이하며

우리나라는 설날과 추석을 가장 큰 명절이라 한다. 설날은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부모님께 세배하고 떡국을 먹고 성묘에 다녀와서 동네 웃어른께 세배하는 날이다, 세대가 흐르니 모든 것이 조금씩 바뀌지만 고유의 풍습은 변하지 않고 살아왔다.    나는 조부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 인사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이제와서 말하지만 모친 앞에서는 누워 있었어도 부친 앞에서 한 번도 누워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조부님과 부모님 세 분의 임종을 지켜 본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모든 것이 조부님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옆에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한다. 그런데 이번 설에 투명인간 취급을 받은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내 집에서   생일이 빨라서 일찍 초등학교에 갔다. 부모님..

내가 존경하는 분들

나는 매사에 소극적이다. 어릴 적에도 그랬고, 젊어서도 그랬으며 지금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능동적으로 살았던 때가 별로 없었다. 90년도에 방통대에 들어갔을 때 우리 학과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 반원을 통솔했고 한울방 만들 때에도 나이가 많고 우리집이 편해 우리집에서 모였을 뿐 그 이외는 별로 없다.   내가 존경하는 세 분이 계시다. 두 분은 작고하셨고, 한 분은 아직도 살아계신다. 내 삶을 만들어 주신 조부님은 언제나 가장 첫 손가락으로 뽑는다. 약하디 약한 손자를 바르게 키워주신 분이시다. 누가 내게 가장 존경하는 분이 누구냐고 물어오면 난 두말없이 조부님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로 존경하는 분이 법정 스님이시다. 무소유를 외치며 스스로 지켜내신 분이시다. 28세이던 때 불교 하계수련회에..

소확행

소확행이란 단어는 몇 년 전부터 일반인들에게 유행하게 번진 단어이다. 작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실현할 수 있는 행복이나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라고 한다. 요즈음 늙어가면서 처는 행복하다고 자주 말한다. 나 역시 건강하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마는 그런대로 행복을 나름대로 느낄 수 있다.  나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일기를 쓰고 용변을 보고 나서 만물상과, 횡설수설, 그리고 시시각각이란 글을 본다. 그것을 보면 세상 돌아가는 틈새를 볼 수 있다.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면서 인간극장을 본다. 운동을 40분간 하고 나서 지인들에게 톡을 보내고, 매일 한 번씩, 스토크와 장기를 둔다. 새해에는 마작을 배워 짝을 마치고 나면서 끝을 맺는다. 치매를 막는데 도음이 되는 것 같다.    연말이면 항..

가을을 보내며

자식이 없는 사람은 자식을 부러워하나 자식이 많은 사람은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말한다, 반면에 자식이 없는 노인은 쓸쓸하기 쉬우나 자식 많은 노인은 노후가 심란하기 쉽다. 못 배우고 못난 자식은 효도하는 이가 많고 잘 배우고 잘난 자식은 불효하는 이가 많다. 이렇게 사람은 경우에 따라 각양각색, 천차만별하다.    가을이 무르익어 단풍은 한창인데 올해는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늘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지만 먼 훗날 되돌아보면 많은 것이 곁을 떠난다.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동생이 보고 싶어서 처에게 말했더니 처가 날을 잡아 지난 일요일에 만났다. 재영이도 오고 해서 기분이 좋아 물왕동에서 장어구이를 먹고 내 의사를 밝혔더니 모두 좋아하는 눈치이다. 그리고나서 내 사후에..

그래도 난 내 마누라가 제일 좋다

우리가 삶에 지쳐 무너지고 싶을 때 말없이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서로 마음 든든한 사람이 되고 때때로 힘겨워하는 것이 인생이다. 어려서는 나이를 먹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나이 먹는 것이 무섭고 하루가 번개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이것 또한 인생인가 보다.   매사 나는 소극적이고 말을 잘 못하는 데다가 병이 들고 지난해부터 점점 더 심해지더니 이제 처도 못 알아들어 다시 물을 때가 점점 더해진다. 그러니 남과 대화할 때가 점점 더 줄게 된다. 반사신경으로 마음을 일기에 담곤 한다.  한국 속담에는 부부에 관한 속담이 많다. 남편은 두레박이요 아내는 항아리다. 악한 첩과 더러운 처도 빈방보다 낫다. 여편네가 귀여우면 개죽을 쑤어도 맛이 있다. 영감 밥은 아랫목에서 먹고, 아들 밥은 윗목에서 먹..

노인들의 삶과 건강

10월 들어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갑자기 추워지니 감당이 안된다. 이번 주 인간극장에서는 부여에서 사는 노부부의 시골 생활에서 생기는 아름다운 정을 그린 이야기다. 결혼 75년이 된 할아버지는 96세, 할머니는 94세인데 농사를 지으면서도 허리가 굽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며 일을 하신다.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8남매를 두셨는데 손잡고 다니는 아름다움이 감동으로 전해온다. 그것을 볼 때마다 처는 훌쩍인다. 처는 이제 울보가 되어 버렸다.    황혼의 멋진 삶은 건강이다. 매스컴에서는 노인들에게 걷기운동을 하라고 한다. 돈이 안 드는 운동인데 종아리는 제2의 심장이라고 하면서 매일 걸으라고 한다. 운동을 하면 중풍이 예방되고 치매가 예방되고 고혈압이 예방되고 근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

추석과 모친 기고 사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TV프로는 늘 인간극장이다. 인간극장에 나오는 사람은 평범한 시민이다. 주 5회 방영되는데 프로마다 감동을 준다. 지난주에는 고아 출신의 48세의 평범한 시민이 장학사가 되어 보육원을 돕고 기부하며 많은 김천시민의 표상이 되어 우리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폭염과 함께 채소값이 금값이 되었다. 김칫거리와 갈비찜을 비롯하여 추석에 차린 차례상 차리는데 근 50만원이 든 사상 최대의 돈이 들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데 비단 우리집만이 아닐 것이다. 살기가 점점 더 힘이 드는 것 같다. 지난 오월에 화초를 손질해서 처가 휑하다고 많이 울었는데 불과 넉 달 만에 전과 같은 모습이 되어 버렸다. 자연은 변함없이 흘러가는데 인간만이 늙어간다고 탓을 한다.  추석날 준호를 제외한 ..

추석은 다가오는데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그렇게 퍼부었던 폭염이 백로가 지나니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세월의 한복판에서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할 것 없이 동떨어진 느낌이다. 의료업계는 언제나 정상화가 될 것인지 모르겠다. 특히 우리 같은 기저 질환자들은 더없이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봄 밖에서 두어 시간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았다고 엉덩이에 욕창이 생겼다. 다 나은 듯했으나 바로 옆에 또 생겨 우리 부부를 애태우게 한다. 종아리는 쥐가 나서 제대로 기지개를 펴지 못한다. 정말 순간순간마다 불안하기만 한데 처도 허리가 아프다며 병원에 갔더니 약을 먹고 낫지 않으면 MRI를 찍어보자고 하신다. 괜시리 겁이 난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