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사람들은 " 고맙습니다." 하는 말을 "감사(感謝)합니다."라고도 하죠.
아주 많이 쓰이는 말이죠.
그런데 일각에 [감사(感謝)]라는 말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라는 헛소문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너무 웃기는 얘기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만 해도 조선건국자인 태조 때 기록부터 감사(感謝)라는 말이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너무 많아서 그 중 몇개만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 태종 (太宗) 11年 (1411년) 7월 2일 5번째 기사 ]에 보면
어떤 이유를 들어 여러 신하들이 하륜(河崙)이라는 신하를 벌해야 한다고 태종에게 주장했는데
태종은 그러한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하륜(河崙)을 벌하지 말라 합니다.
하륜(河崙)은 자신을 보호해 준 데 대한 감사의 뜻 등을 담은 글을 써서 태종에게 상소하는데
그 글에 다음과 같은 귀절이 있습니다.
" 여러사람들이 모여서 저에게 부당한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하는데
임금께서 (저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 명확히 판단하시어
제가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으니 지극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원문)
衆議交集, 不量輕重, 欲加之罪, 伏蒙上慈明辨, 俾全性命, 臣心感謝之極
--------------------------------------------------------
위 기록은 1411년도의 기록이고
하륜(河崙)은 당대의 지식인 중 1人이라는 사람입니다.
역사적으로 근세 이전까지 내내 한국은 일본을 수준이 낮은 야만국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웬만하면 일본과 교류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하니 만약 감사(感謝)라는 말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라면
한국의 지식인들이 그 말을 썼을리도 없고
더구나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에 그 말을 썼을리는 더더욱 없는 일이었겠죠.
'야만국의 말'을 상소에 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니까요.
[ 세종(世宗) 15年(1433년) 6월 10일 2번째 기사 ]에 보면
세종이 북방 국경의 여진족을 관리하기 위해서 신하를 보냈는데
선위사(宣慰使)인 지함(池含)이 돌아와서 아뢰기를
" 신이 그 야인의 땅에 가니 그 부족장 맹가첩목아(猛哥帖木兒)가 정중한 예의를 갖춰서 (세종의) 왕명을 받들었고
연회(잔치)를 베풀어주니 그가 대단히 감사해했습니다."
(원문)
臣到彼境, 猛哥帖木兒以兵儀(延)〔迎〕命, 設宣慰宴, 彼極感謝
---------------------------------------------
국경의 여진족을 다스리기 위해서 세종대왕이 파견한 신하가 돌아와서
여진족이 세종대왕의 은혜에 극히 감사해했다는 보고를 한 것입니다.
만약 감사라는 말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라면
그 신하가 임금 앞에서 감사라는 말을 썼을리도 없고
더구나 사관이 감히 감사라는 말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했을 리도 없었겠죠.
[ 세조(世祖) 5年(1459년) 5월 4일 2번째 기사 ]에 보면
과거시험이 있었고 급제자들에게 세조가 연회(잔치)를 베풀어주었는데
이에 대하여 문과 급제자 고태정과 무과 급제자 장효손이 고마움을 표하는 글을 세조에게 올리는데
그 글 중에 다음과 같은 귀절이 나옵니다.
(의역하면)
" 너무나 큰 은혜를 입어서 감사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원문)
雨露洪私, 謬霑優渥, 感謝無地
-------------------------------------------
이처럼 [조선왕조실록]에만 해도 조선 초기 기록부터 감사(感謝)라는 말이 수두룩하게 나오는데
이 말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라 한다면 웃기는 얘기라 봐야겠죠.
그런데 왜 그런 어이없는 얘기가 일각에 떠돌게 됐을까요.
일제강점기 때 일제는 한국의 독립의지를 꺾기 위해서
한국인들의 역사적, 전통적 자부심을 훼손시키려고
'이런 저런 것들이 일본에서 유래되었다'는 어이없는 낭설을 많이 퍼뜨렸는데
그 중 하나가 감사(感謝)라는 말의 경우가 되겠죠.
한국, 중국에서 쓰이던 말이 일본에 전해져서 쓰여지던 것들을
마치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 쓴 것처럼 "둔갑'시켜 우긴 것들 꽤 있는 것 같습니다.
근세 이후에 서양의 학문을 한자로 번역하면서
일본이 영어 등 서양언어에 한자 번역 단어를 붙인 것들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고대부터 한국, 중국에서 쓰여지던 한자단어들을 갖다 붙이거나
좀 변형하여 갖다 붙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바른말 고운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의 숫자와 물품별로 세는 단위 (0) | 2014.10.10 |
---|---|
[맞춤법] 작은 실천, 우리말 바로 사용하기(바라다/바래다) (0) | 2014.09.26 |
어려운 띄어쓰기 퀴즈 (0) | 2014.09.13 |
숫자의 단위 (0) | 2014.09.12 |
낭랑18세 에서 낭랑은 무슨 뜻? (0) | 2014.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