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고운말

[맞춤법] 작은 실천, 우리말 바로 사용하기(바라다/바래다)

역려과객 2014. 9. 26. 16:44

'바라다'와 '바래다'를 구별해서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바라다'는 "어떤 일이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다"는 뜻이고,

'바래다'는 "색이 변하여 희미해지거나 누래지다"의 뜻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바라다'의 활용형입니다.

 

(1) 네가 성공하기를 바래.(X)

(2) 나는 그가 성공하기를 바랬다.(X)

(3) 작은 바램(X)

 

위의 표현들은 언뜻 보기에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각각 '바라', '바랐다', '바람'으로 고쳐야 합니다.

우리말은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만으로는 문장을 끝맺거나 이어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미가 붙습니다. 동사 '오다'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4) 빨리 와. / '오-'(동사 '오다'의 어간) + '-아'(반말체 중 해체 종결어미) → '와'

(5) 그가 왔다. / '오-'(동사 '오다'의 어간) + '-았-'(과거시제 선어말 어미) + '-다'(평서형 종결어미) → '왔다'

(6) '오-' + 'ㅁ'(명사형 전성어미) → 옴

 

그렇다면 '바라다'의 경우에도 똑같이

(7) '바라-' + '-아', '바라-' + '-았-', '바라-' + 'ㅁ' 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바라다'의 어간이 '아'로 끝났기 때문에 어미 '아'가 생략되는 것입니다. '가다'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가다'의 어간도 '아'로 끝났기 때문에 어미가 연결될 때 그 어미의 '아'가 생략됩니다. 그래서

 

(8) 빨리 가. / 그가 갔다. / 감.

 

으로 쓰입니다. 따라서 '바라다'의 경우에도 '아'가 생략되어

 

(9) 네가 성공하기를 바라. / 나는 그가 성공하기를 바랐다. / 작은 바람.

 

으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언중들에게 특히 '바라'와 '바랐다'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래', '바랬다'로 잘못 말하는 것이죠.

 

지금 우리가 지키고 있는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은 가끔 규칙에서 벗어나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언어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느냐를 중시하여, 언중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은 규칙에서 어긋난 경우라도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규정"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규정입니다. 그렇게 쓰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표준어이고 올바른 표현인 것이 훗날에는 바뀔 수도 있는 것입니다. 표준어와 맞춤법을 규정하는 정책이 바뀌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일들은 언중의 특성을 고려하여, 국어 정책을 맡은 학자들이 하는 일들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삯월세"였지만, 그리고 실제 조어법 상으로도 그것이 맞지만, 지금은 "사글세"가 표준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라다'는 이러한 경우와는 조금 다릅니다. 다른 동사나 형용사에 규칙적으로 적용되는 문법 현상을 '바라다'에만 예외로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단순히 발음 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발음의 편의를 위해 문법 체계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라다'를 '바래', '바래다', '바램'이라고 쓰는 것과 같은 현상이 다른 경우에도 규칙적으로 나타난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우리의 문법 체계대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가끔 올바른 맞춤법 사용과 관련하여 왜 굳이 그걸 사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표준어 규정", "맞춤법 규정"도 규범입니다. 규범에 따르는 것은 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준법 정신은 교통 법규나 강제력이 따르는 규칙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어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어 규정을 지키려는 준법 정신은 우리말을 지키고 더 아름답게 가꾸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