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운동

50대 흡연자, 걷다가 뒤처지면 발병 의심해봐야

역려과객 2013. 5. 31. 15:11



50대 흡연자, 걷다가 뒤처지면 발병 의심해봐야
만성폐쇄성폐질환

36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는 채모(53)씨는 최근 가슴이 답답하고 잔 기침이 부쩍 심해졌다. 감기로 생각하고 집 근처인 인천의 동네 의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감기가 아니라 장기 흡연에 따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다”고 말했다. 폐기능 검사 결과, 채씨는 1초 동안 내뿜는 숨의 양이 정상인의 60% 수준밖에 되지 않는 중등도(中等度) COPD로 진단됐다.

감기·천식으로 착각하면 안돼

COPD는 기관지에서 허파꽈리에 이르는 기도(氣道)가 좁아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병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기도가 만성적으로 막혀 있는 폐병’이라는 뜻이며, 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는 이 뜻의 영어 약자이다.

흡연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COPD는 매년 60만 명 이상이 병원 진료를 받고 있을 만큼 흔한 병이다. 호흡 곤란은 서서히 진행되며, 기침과 가래를 동반하기 때문에 흔히 감기로 착각한다. 운동 후 숨이 가빠지는 운동성 호흡곤란도 생기는데, 상당수의 환자는 이를 천식 증상과 헷갈린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문화식 교수는 “어릴 때부터 숨 쉴 때 쌕쌕거렸거나 아토피성 질환이 있었던 천식, 흡연자가 나이든 뒤에 숨이 가쁘거나 답답하면 COPD”라고 말했다. 이 병이 심해지면 저산소증·진행성 호흡곤란 등으로 이어지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결국 폐포가 완전히 굳으면서 호흡을 전혀 못하게 돼 사망한다.


COPD는 폐 기능을 서서히 떨어뜨리기 때문에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50대 이상 흡연자가 다른 사람과 함께 걷는 게 힘에 부치면 COPD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50대 이상 환자 크게 늘어

환자는 40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50대 이후 급증한다. 2010년 COPD 환자 중 50대 이상이 63.7%였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안중현 교수는 “담배를 피우거나 오래 피웠던 사람이 50세를 넘으면서 일상 생활을 하는데 숨이 가쁘면 COPD 가능성이 크다”며 “간접흡연, 대기오염, 광산이나 건축현장, 화학공장 등 먼지나 화학물질이 많은 환경에 오래 노출된 사람도 COPD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웠거나 위험 환경을 오래 접한 50대 이상이 다른 사람과 같이 걸을 때 자주 뒤쳐지거나 같은 속도로 걷기 힘들면 COPD를 의심해 봐야 한다.

2010년 1년간 병원에서 진료받은 50대 이상 환자는 전체 환자의 67.6%였다. 2006년에는 60.7%였다. 같은 기간 지출된 COPD 진료비는 844억 원에서 1056억 원으로 25% 늘었다. 문화식 교수는 “COPD 환자는 초기에 병을 발견해 관리하지 않으면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는 급성악화가 반복되며, 이로 인한 잦은 입·퇴원으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골다공증 일으켜

COPD가 심해지면 보행 등 거동에 제약이 생기고 운동량이 크게 부족해지며, 이에 따라 우울증·수면장애·심혈관질환·골다공증 등의 합병증이 흔하게 생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조기 검진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심재정 교수는 “COPD로 진단되면 금연해서 폐기능이 더 이상 떨어지는 것을 막고, 흡입성 항콜린제를 써서 호흡량을 늘리고, 부신피질호르몬제로 급성 악화를 억제하는 줄이는 순서로 치료한다”며 “올바로 치료받으면 증상 악화가 늦춰지고 합병증 발생이 억제돼 삶의 질이 크게 좋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COPD 환자는 급성폐렴에 취약하므로 가을에 독감백신과 폐구균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