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뇌성마비란?
뇌성마비는 뇌신경계의 손상으로 발생하는데 그 장애 양상은 다양합니다. 보통 운동기능에 장애가 오고, 감각장애, 언어장애, 청각장애, 지각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는 6만~10만명 정도의 뇌성마비 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 뇌성마비는 유전되나?
그렇지 않습니다. 뇌성마비는 유전적인 원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엄마나 아빠가 뇌성마비 장애인이거나, 또는 부모 모두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녀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뇌성마비의 원인은 출산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즉, 조산이나 미숙아에서 그 발생율이 높고 임신초기에 산모가 풍진을 앓았거나 연탄가스 또는 약물에 중독 되었을 때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출산 후에는 뇌염이나 질식 사고, 저산소증 등으로 뇌성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약 20% 정도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3. 뇌성마비는 완치될 수 있나?
아닙니다. 뇌성마비는 일종의 뇌질환으로 계속 나빠지지는 않지만, 뇌의 병변이 없어지거나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완치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아이의 언어, 지능 등의 발달과정에 따라 학교교육, 직업교육 등 폭넓은 재활교육을 실시하면 장애의 정도를 줄여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치료와 교육은 장애 정도에 따라 평생 지속해야 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4. 뇌성마비의 주요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뇌성마비의 주요 증상은 근육의 마비인데, 경직형과 무정위 운동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경직형은 근육의 긴장이 심하여 팔다리와 목이 뻣뻣한 것이 특징이며, 긴장하거나 빨리 움직이려고 하면 경직이 더 심해집니다. 경직형 뇌성마비의 경우 조기 치료를 받으면 6~7세 무렵 전체의 약 75%는 걸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무정위 운동형은 얼굴과 목 그리고 손목과 손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뒤틀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정위 운동형의 경우 대부분 지능은 정상입니다.
5. 뇌성마비 장애인과 대화할 때 유의할 점은?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긴장하면 평소에 잘 나오던 말도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는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힘들어한다고 괜히 고개를 숙이거나, 애써 눈길을 피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제가 힘들어 할 때, 그나마 눈을 마주쳐 주고 제 말을 들어줄 자세를 보이면 더 마음이 편해져 용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못 알아들었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 말고 계속 물어 보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나 오늘 작은 집에 가서 포도 먹었다"라는 말을 했는데, "먹었다"라는 말만 알아들었다면 "응? 뭐 먹었다고?" 하는 식으로 알아들은 부분과 못 알아들은 부분을 확실히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포도"라는 말만 다시 하면 되어 의사표현을 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 포도 먹었어?", "어디서?", "언제?"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단한 대답을 이끌어 내면 훨씬 대화가 편해집니다.
6. 뇌성마비 장애인을 도와줄 때는?
뇌성마비 장애인이 길을 물어보았을 때, 잘 못알아 들었다면 알아들은 내용을 확인해가면서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못알아들을 경우에는 필기구를 꺼내 글로 적어 보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뇌성마비 장애인이 넘어졌을 경우에는 다가가서 "도와줄까요?"라고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하고 지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만약 도움이 필요 없으면 괜찮다고 이야기할 것이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도와달라고 이야기해 줄 것입니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7. 뇌성마비 장애인도 결혼생활이 가능한가?
물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뇌성마비 장애인은 결혼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 생활에 자신이 없어서 아예 생각조차 안하는 뇌성마비 장애인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접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하는 것에 주저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뇌성마비인은 지체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식사준비 같은 기본적인 집안일이나 아이의 양육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지체장애가 그리 심하지 않지만 아기 밥 먹이고, 옷 입히는 일에도 어깨에 힘을 잔뜩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어깨 결림, 목 결림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면 이 정도는 결혼 생활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늘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남편은 비장애인인데 다른 사람과의 의사 소통 문제(병원 예약이나, 아이 학교에 전화하는 일 등등)를 거의 전담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끼리의 결혼도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장애인이건 장애인이건 결혼 생활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며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8. 뇌성마비 장애인도 아이를 가질 수 있나?
여성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일단 결혼하면 출산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과연 아이를 출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저는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출산했지만, 다리에 힘이 없는 장애인들은 힘주기가 어려워 제왕절개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체장애가 심해 몸이 많이 뒤틀려 있는 경우에는, 임신 기간 동안 아이가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어려움을 단순히 장애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한 생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장애인 임산부 중에도 열달 내내 입덧으로 누워만 지내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제가 아는 뇌성마비 장애인들 중에는 결혼해서 아이 하나, 둘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결혼을 결정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따르고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혼자 보다는 둘이 낫지 않을까요?
9. 뇌성마비 장애인이 많이 사용하는 보장구는?
먼저 언어 장애가 있는 뇌성마비인들은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의사소통 보장구(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를 사용합니다. 그림판을 손으로 가리켜서 의사소통를 하는가 하면, 그림을 누르면 해당 단어의 음성이 나오는 기계나 문장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대신 소리를 내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저도 긴 발표를 할 경우에는 의사소통 보장구를 사용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말로 되어 있는 제품은 없습니다.
지체장애가 있는 뇌성마비인들의 컴퓨터 사용을 도와주는 보장구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손으로 키보드나 마우스를 움직일수 없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스위치(switch)라는 장비를 이용해 머리나 턱으로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그 밖에 자세를 편하게 해주는 스탠더(stander, 오랜 시간 똑바로 서있게 해주는 보장구), corner chair(앉아 있기 쉽게 도와주는 의자의 한 종류) 등등의 보장구도 사용합니다. 참고로 제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장애인을 위한 보장구에 대한 것이랍니다.
10. 뇌성마비 장애인은 어떠한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가?
뇌성마비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즐길 수 없는 스포츠는 없습니다. 야구, 농구, 자전거 타기 등등 모든 스포츠를 즐길수 있습니다. 얼마 전 연세 재활학교 캠프에서 몸이 많이 불편한 아이들도 구명 조끼를 입고 수영장에 들어가 재미있게 노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잘은 못하지만 수영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한국에도 보급이 되어있는지 모르겠는데, 휠체어 스키를 즐기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뇌성마비 장애인 중에 지체장애가 굉장히 심한 편인데도 미국에서 휠체어 스키를 타는 분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스키장에는 이러한 휠체어 스키가 대부분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보조하는 사람과 함께 말타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 밖에 다리가 불편한 경우에는 강가에서 하는 래프팅(급류타기)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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