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심장학회가 고혈압 진단 기준을 수축기혈압 140㎜Hg, 이완기혈압 90㎜Hg 이상에서 130/80㎜Hg 이상으로 강화했다. 2015년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는 내용의 대규모 연구인 ‘SPLINT’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목표혈압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고, 결국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연구결과와는 대치되는 연구도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시에 앓는 환자다. 홍콩의대 에릭 완 교수팀은 최근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혈압 조절 결과에 대한 연구를 종합·분석해 그 결과를 ‘Diabetes Care’에 게재했다.
◇당뇨병+고혈압 환자, 혈압 낮을 때 ‘더 위험’
연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수축기 혈압 기준 120㎜Hg 미만으로 낮출 경우, 130㎜Hg 미만은 물론 140㎜Hg 미만보다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당뇨병 환자 2만8014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혈압이 120㎜Hg 미만의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15.3%인 반면, 130㎜Hg 미만은 9.1%, 140㎜Hg 미만은 10.8%로 각각 나타났다. 120㎜Hg 미만일 때 심혈관질환 위험이 오히려 1.6~1.7배로 높았다는 의미다.
고혈압 환자의 혈압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SPLINT 연구의 결과와 대치되는 것이다. 실제로 SPLINT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포함되지 않아, 여기서 제시한 목표혈압인 120㎜Hg 미만을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앞서 2010년 발표된 ACCORD-BP 연구에서도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20㎜Hg 미만으로 낮추더라도 비치명적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이를 근거로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최근 ‘2018년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고혈압을 동반한 환자의 목표혈압을 기존 140/90㎜Hg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美 당뇨병학회·내과학회·가정의학회 “반대”
미국심장학회의 진단기준 강화에 반기를 든 학회는 당뇨병학회뿐이 아니다. 미국내과학회(ACP)는 지난 1월 “미국심장학회의 새로운 고혈압 기준을 수용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특히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노인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이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Annals of Internal Medicine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미국가정의학회(AAFP) 역시 지난해 12월 성명서를 통해 “새로운 고혈압 진단 기준과 목표 혈압 등을 지지해야 한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SPRINT 연구 결과에만 너무 치중했고, 다른 연구 결과들은 과소평가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학병원의 한 순환기내과 교수는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 변경에 영향을 끼친 SPRINT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며 “대상자가 일반적인 고혈압 환자가 아니라 합병증이 있는 심한 고혈압 환자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적용 여부에 촉각…5월 결정 유력
국내 학회들도 이런 기준 변화를 수용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내달 18~19일 열리는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에 한국의 고혈압 진단기준과 목표 혈압을 제시할 전망이다.
앞서 대한고혈압학회는 11월부터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전면 개정을 위한 준비에 착수한 바 있다. 학회 내부에서도 목표혈압 변경에 대한 의견은 매우 분분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한국적 특색에 맞춰 부분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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