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그게 뭐 대수로운 건가요? 그건 저급한 본능일 뿐 서로 사랑하면 그만 아닐까요?”
정신적 교감에 바탕을 둔 애정과 신뢰가 충만하다면 부부간의 육체적 교류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미혼 여성 시절. “글쎄요. 아직까지 그게 그렇게 중요하고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하고 살지만 없어도 그만 아닐까요?”
섹스를 하고는 있지만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사고의 기준이 변하고 육체의 씀씀이도 변화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인간사란 끝없이 부침하는 것. 그래서 불변의 남녀관계란 존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정이란 사람 사이를 얽어매는 무형의 힘이다. 인정에서 인간미를 찾고 애정에서 남녀간의 사랑을 읽는다. 그러나 스킨십이나 섹스 같은 육체적 접촉으로 인정과 애정이 더욱 확대되고 다져지는 것이다. 섹스가 대수로운 거냐고 여유를 보이던 여자도 연륜이 늘어가면서 그 저급하다는 본능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육체적 허기도 허기려니와 섹스를 배제한 부부관계란 어쩐지 삭막하기 때문이다.
인간미가 결여된 형식적 부부 관계, 그리고 단절된 육체적 교류가 애정에 울타리를 친다. 그리고 그제서야 섹스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실제로 육체적 교통 두절 때문에 부부 관계에 금이 간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육체적 단절이 ‘칼로 물 베기’식 다툼을 ‘칼로 살 베기’식 살벌한 싸움으로 변화시켜 이미 금이 간 틈새를 더욱 크게 벌려놓는 일이 드물지 않다. 그리고 만남의 인연을 쉽게 파기한 후 서로 등을 돌린다. 남녀간의 섹스란 그만큼 인연의 줄을 두텁게 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부부의 끈 섹스의 ‘힘’
하지만 성적 두절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는 부부도 많다. 통신이 마비된 부부 관계. 고장난 통신시설을 점검하여 재교통 시키려는 의지도, 노력도 없다. 상대방도 수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부간의 거울을 깨지도 않는다. 명목상의 커플일 뿐이다. 이와 같은 유명무실한 부부관계의 기질적 원인은 발기부전, 심한 조루증과 같은 남성 요인이 74%, 질 경련이나 처녀막 트러블 때문에 질이 페니스를 받아들이지 않는 여성 요인이 16%, 남녀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6%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섹스에 대한 무지나 오해, 종교적 신념, 동성애, 약물 복용이 부부간의 교통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를 의미하는 모노가미(Monogamy)가 문명 사회의 이상적인 결혼제도로 정착된 이래 법률과 윤리의 보호를 받는 가장 유일한 성 행동은 부부간의 육체 관계이다.
부부간의 섹스는 부부관계를 다져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육체를 서로 공유하며 정신적 공감의 띠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위이다. 그래서 결혼이란 짝짓기를 통해 남녀가 상호보완관계를 유지하고 삶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육체적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부부는 동체의식을 기대할 수 없다. 성 치료와 카운슬링, 그리고 남성의학의 도움을 받아 닫혀진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글쓴이 정정만 박사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연대 의대 외래 교수 및 이화여대 의대 임상 교수이며 대한 남성과학회 감사, 대한비뇨기과학회 감사, 대한 비뇨기과 개원의 협의회 공보이사, 대한 불임협회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준 남성클리닉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글은 그의 저서 <바로 서야 바로 된다> 중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