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고사성어의 유래(18) 수서양단(首鼠兩端)

역려과객 2013. 6. 15. 16:14

쥐가 구멍 밖으로 머리만 내놓고 주위를 살피다. 곧 주저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상태, 혹은 두 마음을 가지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태를 비유해서 하는 말

 

 

  전한(前漢) 무제(武帝)때의 일이다. 
  
  다같이 외척인 위기후(魏其侯) 두영(竇영)과 무안후(武安侯) 전분(田분)은 서로 사이가 좋지 못하였다.  전분보다 나이가 많은 두영이 훨씬 빨리 대장군이 되었지만, 나중에 전분이 득세하여 승상의 자리에 올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때 두영은 고참 대장군으로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두영의 친구로 오초칠국(吳楚七國)의 난을 평정할 때 큰 공을 세우고 용맹을 떨친 바 있는 관부(灌夫) 장군은 전분의 득세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어느 날, 전분이 소실을 맞은 기념으로 벌인 잔치 자리에서 관부는 두영을 무시한 고관을 힐책하였다.  그 때 전분이 나서서 그 고관을 두둔하자, 관부는 그 고관과 함께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화가 난 전분은 관부를 잡아 가두게 한 다음, 억지로 죄목을 만들어 그의 일족을 다 죽이려 하였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 애쓰던 두영은 결국 무제에게까지 상소를 올렸다.  이에 무제는 신하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과연 어느 쪽이 잘못하였다고 보는가?" 누구도 어느 편을 두둔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이편을 들자니 저편이 걸리고, 저편을 들자니 이편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어사대부 한안국(韓安國)이 겨우 한마디 하였다. 

 

"관부가 죽을 정도로 죄를 짓지 않았다는 위기후의 말도 옳고, 그가 마구 날뛰는 바람에 조정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승상의 말도 옳다고 보옵니다"

 

  이와 같은 중신들의 분명치 못한 태도에 무제가 화를 내며 자리를 뜨자, 전분이 한안국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자네도 다른 자들하고 똑같구먼. 어째서 '구멍 밖으로 머리만 내밀고 좌우를 살피는 쥐[首鼠兩端]'처럼 눈치만 보고 있었나?"

 

  이 말은 주견이 없이 왜 우물쭈물했는가 하는 전분의 책망이었다. 이래서 양다리를 걸친 채 정세를 살피고 있는 상태나 애애한 태도를 수서양단이라고 하게 되었다.

 

 

[출전] 《사기》<위기무안후열전(魏其武安侯列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