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남이 쓴 내 일기 생사의 일주일(2)

역려과객 2013. 6. 17. 16:38

 

남이 쓴 내 일기 생사의 일주일(2)
2006.03.31.

 

 

 

4월 7일

 

오빠에게 면회를 갔다.
아무리 마음을 진정하려 해도 진정이 안된다.
"미안하구나" 오히려 나한테 미안하단다. 기가 막혀서
기분이 좋지가 않다고 엄마가 얘기해 주셨다. 엄마는 다 죽어가는 다리를 열심히 주무르고 계셨다. 나도 만져 보았다. 하지만 내 느낌엔 죽은것 같지가 않았다. 제발 나의 온기가 전해지기를 마음속 깊이 간절하게 빌었다.
의사가. 오빠에게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오빠는 눈을 가려 달라고 했단다.
엄마는 나오시며 대성통곡 하셨다. 어제는 기분이 좋아서 밥도 먹고 싶다고 했고 혈압과 맥박도 정상이었는데. 오늘은 열도 나고 머리도 아프고 오빠에게 들어가는 주사는 5대나 되었다. 몹시 아픈지 진통제도 놔 달라고 했다.
결국 내일 수술한단다. 오히려 담담해진다.
어제까지 그렇게 불안하더니 내일 수술한다니까 차라리 담담해진다. 생명을 잃으니 그편이 낫다고 생각하니 어쩐단 말인가 더 늦기 전에 손을 쓸 수 밖에..
그래도 계속 난 오빠의 성한 다리를 생각하며 텔레파시로 점점 나아지는 생각을 한다.


4월 8일

 

아침 8시에 수술이 들어갔다.
12시 반쯤에 나왔다. 수술실에서 깨어났다.
작은 오빠에겐 왜 회사에 안갔는냐고 했단다.
계속 집으로 작은 오빠는 연락해 주었다. 수술실로 들어간 후 엄마의 절규는 후에 아버지에게 들었다.
우리는 엄마와 오빠와 아버지가 모두 염려스러웠다.
세 고모 모두 와 주었고 작은 엄마는 엄마와 거의 같이 있어 주었다. 역시 가족밖에 없었다. 수술은 성공적이라 했고 나의 마음도 병원에 있었다.


4월 9일

 

김치를 보아도 음료수를 먹으려 해도 오빠 생각이 났다.
왜 진작 난 오빠에게 음료수 한 잔 친절히 대접 못했는지....
남 들도 다 기르는 두 애들이 벅차다고 투정만 하고 오빠에게 관심한번 제대로 기울이지 못했다.
그래서 벌을 내렸을꺼야 오빠 이젠 약속할께
이건 관세음보살님께서 나에게 기회를 주신거야
다리 하나를 잃어도 내겐 큰오빠 승희 민주에겐 큰 외삼촌

오빠방을 처음 치우며 이 노트와 신년계획서를 보았어
무척 울었어 엄마 아버지 안 보실때만 실컷 울꺼야
오빠가 완쾌되어서 오기 전 까지만 울꺼야
그리고 우리 승희와 민주와 함께 오빠랑 살꺼야
엄마 아버지 모시며 오빠에게 내가 힘이 되어 줄수 있기를 바래


 

 

훗날 집에 와서 일기장을 찾아보며 이 글을 발견했습니다. 그 후로도 수술은 7번이나 더 했고 정확히 50개월만에 퇴원을 해서 이렇게 방에 참여합니다. 일기는 30년이 아니라 죽는 그날까지 이어지리라 다짐합니다.  그리고 작은 소망 하나 '수필집'을 만들 때 참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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