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여주, 루덴시아를 다녀와서

역려과객 2025. 4. 29. 16:10

 

 

인생은 여러 가지의 기적이 있다. 그 첫 번째가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이고, 두 번째가 좋은 부모 형제를 만나는 것이고, 세 번째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얻는 것이고, 네 번째가 마음을 주고 싶은 진실한 사랑을 만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정이나 사랑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지만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4월은 처에게는 잔인한 달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뜻밖의 여행이라는 선물이 찾아왔다.

 

 

처는 KBS 예능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 여주에 있는 프랑스 마을을 보고 노래를 불렀다. 그곳에 가고 싶다고 내게 눈치를 주었다. 죽은 사람의 소원도 들어주는데 사간이 허락되면 같이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때마침 막내의 생일이 다가와 막내에게 여주에 가자고 제안했는데, 막내의 생일 나흘을 앞두고 가기로 했더니 처는 슬픔 속에서도 기뻐했다.

 

 

 

 

처는 좀 별난 사람이다. 어디를 간다고 하면, 그 전날은 잠을 안 잔다. 병원을 가든 여행을 떠나든 늘 똑같다. 가기 전날 약과 옷, 신발은 물론 필수품을 챙기고 꼬박 밤을 새운다. 26일 그날도 마찬가지다. 먼저 씻고 나서 5시에 나를 깨워 목욕을 씻긴 다음 밥을 먹고 커피를 타다 준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 운동을 안 했더니 시간이 남는다. 9시 반 막내 부부가 우리를 태우러 왔다.

 

 

 

 

올해 들어 병원을 제외하고 멀리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다. 푸른 산과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올해 처음일 듯하다. 마음이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밀린다. 그래도 마냥 즐겁다. 이윽고 12시가 거의 다 되어 밥을 먹고 구경하자고 의견을 모아 들어간 곳이 신의 한 수였다. 보리 굴비집인데 반찬도 많고 맛도 좋아 우리는 벌써 들떠 있었다. 그야말로 막내의 생일상이 미역국이 없는 진수성찬으로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넉넉한 마음이다.

 

 

 

 

 

루덴시안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반이 넘었다. 대인 1인이 19천원인데 네 명이 68천이란다. 현금도 안되고 카드만 받는다. 안으로 들어가니 모두 유럽풍이라 색다르다.

 

 

 

 

 

내가 유럽에 눈을 뜬 것은 고교시절 헤르만 햇세의 소설 데미안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주인공의 성장을 통해 그의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통해 자아 발견을 다루는 작품으로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남는데 주된 나라가 독일이다. 그로부터 영국과 러시아를 깊이 알게 되었다. 헤밍웨이 톨스토이도 그 무렵에 알았다. 루덴시아는 유럽을 소개하는 곳이었다. 막내는 휠체어를 밀면서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는다. 유럽풍을 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처가 말을 꺼냈다. 처제가 떠난 이야기를 했다. 정말 기가 막힌 이야기다. 처제도 처제이지만 그로 인해 처는 세 번이나 실신하여 병원 신세까지 져서 마음을 졸였었다. 그래도 울지 않고 차분히 설명하여 막내는 물론 제수씨까지 숙연하게 했다. 다행히 눈물을 흘릴지언정 울지는 않았다.

 

 

 

 

우리는 잠시 잊고 그 안을 돌아봤다. 내가 본 것 중에 기차 갤러리였다. 유럽에 있는 기차란 기차는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진열해 놓았다. 내가 서투니까 막내가 모든 것을 사진에 담아 주었다. 유럽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해서 그런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재봉틀이란 재봉틀은 다 한군데로 모아 놓은 듯 많은 것을 보았다. 모친께서 쓰시던 것도 있었다.

 

 

 

 

처와 제수씨가 치는 종소리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 종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우리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달라고... 다른 사람이 치는 것보다 더 가슴속으로 울려 퍼졌다.

 

 

 

장애인은 어디를 가든 짐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처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막내도 휠체어를 밀며 내가 불편하지 않게 해주니 그저 고맙기만 하다. 우리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뇌와 마음속에 담았다. 마지막을 돌며 나오는데 초상화를 그려준다며 우리를 잡는 젊은 부부가 있어 우리는 4만원을 내고 부부끼리 초상화를 그려 액자에 담았다. 처는 관람보다는 초상화에 더 마음이 가나 보다.

 

 

 

 

세시가 넘어 우리는 차가 밀릴까 봐 일찍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5시에 귀곡에서 염소탕을 먹고 헤어졌다. 잔인한 4월 그래도 조금의 희망섞인 여행이 있어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처가 마음의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막내의 생일이 우리에겐 축복의 선물이 되었다. 초상화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름답다. 그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네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2025429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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