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어른들의 술자리 길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고 주객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
君子의 酒酌文化
1.술을 마실 때 남의 빈 잔을 먼저 채우는 것이 仁이다.
2.잔을 한번에 비우는 것을 明(명)이라 하고,
두 번에 비우는 것은 周(주),
세 번에 비우는 것은 進(진)이라 하며,
세 번 이후는 遲(지)라 한다.
3.술을 마심에 있어 유의해야 할 경우 네 가지. 첫째 : 몸이 건강하지 않을 때- 술의 독을 이기기 어렵다. 둘째 : 기분이 평정하지 않을 때- 술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셋째 : 시끄러운 곳,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 좌석이 불안한 곳,
햇빛이 직접 닿는 곳, 변화가 많은 곳- 이런 곳에서는
기분 좋게 많이 마실 수 없다. 넷째 : 새벽- 만물이 일어나는 때라서 술이 잘 깨지 않는다.
4.인간이 하는 일이 많건만 그중 술 마시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 다음은 여색을 접하는 일이요,
그 다음은 벗을 사귀는 일이요,
그 다음은 학문을 하는 일이다.
5.말 안 할 사람과 말을 하는 것은 말을 잃어버리는 일이요, 말할 사람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는 것이다. 술 또한 이와 같다.
술을 권하지 않을 사람에게 권하는 것은 술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술을 권할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술을 권할 때 먼저 그 사람됨을 살피는 것이다.
6.술에 취해 평상심을 잃는 자는 신용이 없는 자이며, 우는 자는 仁(인)이 없는 자이며,
화내는 자는 義(의)롭지 않은 자이며,
소란한 자는 禮義(예의)가 없는 자이며,
따지는 자는 智慧(지혜)가 없는 자이다. 그런 까닭에 俗人(속인)이 술을 마시면 그 성품이 드러나고, 道人(도인)이 술을 마시면 천하가 평화롭다. 속인은 술을 추하게 마시며,
군자는 그것을 아름답게 마신다.
7.술자리에서의 음악이란 안주와 같은 뜻이 있고, 술 따르는 여인은 그릇의 뜻이 있다. 누구와 술을 마시느냐 하는 것은 때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만
가장 좋은 술자리는 아무런 뜻 없이 한가롭게 술만을 즐길 때이다.
8.술자리에는 먼저 귀인이 상석에 앉는데,
우선 안쪽의 편안한 자리를 상석이라 하고,
장소가 평등할 때는 서쪽을 상석으로 한다.
(지금은 출입문을 바라보고 앉는 안쪽 중앙을 상석으로 한다). 귀인이 동면하고 자리에 앉으면 작인은 좌우, 정면에 앉는다. 모두 앉으면 즉시, 상석의 술잔에 먼저 술을 채우고
차례로 나머지 잔을 채운다.
이때, 안주가 아직 차려져 있지 않아도 술을 마실 수 있으며,
술잔을 비우면 누구라도 즉시 잔을 채운다.
상대가 술을 따를 때 안주를 먹으며 받아서는 안되며, 다른이와 말을 하며 받아서도 안 된다. 술잔을 부딪치는 것이 친근함의 표시이긴 하지만 군자는 이 일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
![](http://tfile.nate.com/download.asp?FileID=2450466)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氣高萬丈) 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현사(偉人賢士) 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 과 주력(酒力) 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는 것만으로 주격(酒格)은 높아지지 않는다.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넷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음주에는 무릇 18의 계단이 있다.
1.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利)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먹는 사람
8. 반주(飯酒) :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 = 주졸(酒卒)
10.애주(愛酒) :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 주도(酒徒)
11.기주(嗜酒)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 주객(酒客)
12.탐주(耽酒) : 술의 진경(眞境)을 체득한 사람 = 주호(酒豪)
13.폭주(暴酒) : 주도(酒道)를 수련하는 사람 = 주광(酒狂)
14.장주(長酒) :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 = 주선(酒仙)
15.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 주현(酒賢)
16.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 주성(酒聖)
17.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 = 주종(酒宗)
18.폐주(廢酒)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 열반주(涅槃酒)
부주, 외주, 민주, 은주는 술의 진경,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眞諦)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반(反)주당들이다.
애주, 기주, 탐주, 폭주는 술의 진미, 진경을 통달한 사람이요,
장주, 석주, 낙주, 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 번 넘어서 임운목적(任運目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만은 확고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금이 들 것이요,
수행연한이 또한 기십 년이 필요할 것이다.
단 천재는 차한(此限)에 부재(不在)이다.
요즘 바둑열이 왕성하여 도처에 기원(棋院)이다.
주도열(酒道熱)은 그보담 훨씬 먼저인 태초 이래로 지금까지 쇠미(衰微)한 적이 없지만
난세(亂世)는 사도(斯道)마저 타락케 하여 질적 저하가 심하다.
내 비록 학주(學酒)의 소졸(小卒)이지만 아마투어 주원(酒院)의 사절(師節)쯤은 능히 감당할 수 있지만
20년 정진에 겨우 초급으로 이미 몸은 관주(觀酒)의 경(境)에 있으니 돌돌 인생사 한(恨)도 많음이여!
술 이야기를 써서 생기는 고료는 술 마시기 위한 주전(酒錢)을 삼는 것이 제격이다.
글쓰기보다는 술 마시는 것이 훨씬 쉽고
글 쓰는 재미보다도 술 마시는 재미가 더 깊은 것을 깨달은 사람은 글이고 무엇이고
만사휴의(萬事休矣)다.
술 좋아하는 사람 쳐놓고 악인이 없다는 것은
그만치 술꾼이란 만사에 악착같이 달라붙지 않고 흔들거리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모든 일에 야무지지 못하다.
음주유단(飮酒有段)!
고단(高段)도 많지만 학주(學酒)의 경(境)이 최고경지라고 보는 나의 졸견(拙見)은
내가 아직 세속의 망념을 다 씻어 버리지 못한 탓이다.
주도(酒道)의 정견(正見)에서 보면 공리론적(功利論的) 경향이라 하리라,
천하의 호주(好酒) 동호자(同好者) 제씨의 의견은 약하(若何)오.
출처 : 조지훈 시인이 1956년 3월 <신태양> 에 기고한 수필
옛어른들의 술자리 길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고 주객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
君子의 酒酌文化
1.술을 마실 때 남의 빈 잔을 먼저 채우는 것이 仁이다.
2.잔을 한번에 비우는 것을 明(명)이라 하고,
두 번에 비우는 것은 周(주),
세 번에 비우는 것은 進(진)이라 하며,
세 번 이후는 遲(지)라 한다.
3.술을 마심에 있어 유의해야 할 경우 네 가지. 첫째 : 몸이 건강하지 않을 때- 술의 독을 이기기 어렵다. 둘째 : 기분이 평정하지 않을 때- 술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셋째 : 시끄러운 곳,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 좌석이 불안한 곳,
햇빛이 직접 닿는 곳, 변화가 많은 곳- 이런 곳에서는
기분 좋게 많이 마실 수 없다. 넷째 : 새벽- 만물이 일어나는 때라서 술이 잘 깨지 않는다.
4.인간이 하는 일이 많건만 그중 술 마시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 다음은 여색을 접하는 일이요,
그 다음은 벗을 사귀는 일이요,
그 다음은 학문을 하는 일이다.
5.말 안 할 사람과 말을 하는 것은 말을 잃어버리는 일이요, 말할 사람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는 것이다. 술 또한 이와 같다.
술을 권하지 않을 사람에게 권하는 것은 술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술을 권할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술을 권할 때 먼저 그 사람됨을 살피는 것이다.
6.술에 취해 평상심을 잃는 자는 신용이 없는 자이며, 우는 자는 仁(인)이 없는 자이며,
화내는 자는 義(의)롭지 않은 자이며,
소란한 자는 禮義(예의)가 없는 자이며,
따지는 자는 智慧(지혜)가 없는 자이다. 그런 까닭에 俗人(속인)이 술을 마시면 그 성품이 드러나고, 道人(도인)이 술을 마시면 천하가 평화롭다. 속인은 술을 추하게 마시며,
군자는 그것을 아름답게 마신다.
7.술자리에서의 음악이란 안주와 같은 뜻이 있고, 술 따르는 여인은 그릇의 뜻이 있다. 누구와 술을 마시느냐 하는 것은 때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만
가장 좋은 술자리는 아무런 뜻 없이 한가롭게 술만을 즐길 때이다.
8.술자리에는 먼저 귀인이 상석에 앉는데,
우선 안쪽의 편안한 자리를 상석이라 하고,
장소가 평등할 때는 서쪽을 상석으로 한다.
(지금은 출입문을 바라보고 앉는 안쪽 중앙을 상석으로 한다). 귀인이 동면하고 자리에 앉으면 작인은 좌우, 정면에 앉는다. 모두 앉으면 즉시, 상석의 술잔에 먼저 술을 채우고
차례로 나머지 잔을 채운다.
이때, 안주가 아직 차려져 있지 않아도 술을 마실 수 있으며,
술잔을 비우면 누구라도 즉시 잔을 채운다.
상대가 술을 따를 때 안주를 먹으며 받아서는 안되며, 다른이와 말을 하며 받아서도 안 된다. 술잔을 부딪치는 것이 친근함의 표시이긴 하지만 군자는 이 일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氣高萬丈) 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현사(偉人賢士) 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 과 주력(酒力) 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는 것만으로 주격(酒格)은 높아지지 않는다.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넷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음주에는 무릇 18의 계단이 있다.
1.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利)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먹는 사람
8. 반주(飯酒) :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 = 주졸(酒卒)
10.애주(愛酒) :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 주도(酒徒)
11.기주(嗜酒)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 주객(酒客)
12.탐주(耽酒) : 술의 진경(眞境)을 체득한 사람 = 주호(酒豪)
13.폭주(暴酒) : 주도(酒道)를 수련하는 사람 = 주광(酒狂)
14.장주(長酒) :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 = 주선(酒仙)
15.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 주현(酒賢)
16.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 주성(酒聖)
17.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 = 주종(酒宗)
18.폐주(廢酒)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 열반주(涅槃酒)
부주, 외주, 민주, 은주는 술의 진경,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眞諦)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반(反)주당들이다.
애주, 기주, 탐주, 폭주는 술의 진미, 진경을 통달한 사람이요,
장주, 석주, 낙주, 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 번 넘어서 임운목적(任運目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만은 확고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금이 들 것이요,
수행연한이 또한 기십 년이 필요할 것이다.
단 천재는 차한(此限)에 부재(不在)이다.
요즘 바둑열이 왕성하여 도처에 기원(棋院)이다.
주도열(酒道熱)은 그보담 훨씬 먼저인 태초 이래로 지금까지 쇠미(衰微)한 적이 없지만
난세(亂世)는 사도(斯道)마저 타락케 하여 질적 저하가 심하다.
내 비록 학주(學酒)의 소졸(小卒)이지만 아마투어 주원(酒院)의 사절(師節)쯤은 능히 감당할 수 있지만
20년 정진에 겨우 초급으로 이미 몸은 관주(觀酒)의 경(境)에 있으니 돌돌 인생사 한(恨)도 많음이여!
술 이야기를 써서 생기는 고료는 술 마시기 위한 주전(酒錢)을 삼는 것이 제격이다.
글쓰기보다는 술 마시는 것이 훨씬 쉽고
글 쓰는 재미보다도 술 마시는 재미가 더 깊은 것을 깨달은 사람은 글이고 무엇이고
만사휴의(萬事休矣)다.
술 좋아하는 사람 쳐놓고 악인이 없다는 것은
그만치 술꾼이란 만사에 악착같이 달라붙지 않고 흔들거리기 때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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