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96회 장모님 생신

역려과객 2023. 12. 18. 17:31

 

 

지난주는 비교적 평온한 한주였다. 굳이 말하자면 작은 일 세 가지 정도? 나는 병원에 가지 않았고 처는 치과에 일주일에 두 번 다니고 있다. 지난달과 달리 몸도 많이 좋아졌다. 그런 관계로 처도 마음 편해졌고 나 역시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처에게도 미안함이 덜한 한 주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 화요일 건강보험공단에서 심사가 나왔다. 심사하신 여자분이 사정은 딱하지만 정부에서 이중으로 나갈 수 없다며 힘들 것이라고 한다. 산재급여를 받는데 보험공단에서 또 나갈 수 없다며 아쉬움을 남기고 그분은 돌아갔다. 어쩔 수 없다. 내가 도와달라고 떼를 써서 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아무튼 아쉬움만 남는다.

 

 

 

지난 금요일 처가 치과에 가서 이를 빼고 오더니 말도 못하고 솜을 물고 있다. 먹지도 못하고 우유와 당뇨식을 마실 뿐 아무것도 못하고 울상이 되어 누어 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안마뿐인데 그나마도 아프다고 누어서 꼼짝을 안 한다. 내가 아프다면 매달려 간병을 할 텐데 나는 바라만 볼 뿐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다. 다만 당뇨식을 인터넷으로 주문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안타깝고 가엽기만 하다.

 

 

처가에 1년에 세 번 정도 가는데 작년까지 코로나 때문에 찾아뵙지 못했다. 코로나가 끝나자 지난 추석 때 뵙고 지난 토요일이 장모님 생신이라 찾아뵈었다. 처갓집에 가면 언제나 칙사대접을 받는다. 장모님은 사위 왔다고 반기시고 동서는 동서대로 처제는 처제대로 나를 귀한 손님처럼 맞이한다.

 

 

90을 넘기신 장모님을 처제가 모신다. 환갑을 넘긴 처제가 모시기엔 힘들고 고통이 뒤따른다. 수도 없이 차리는 음식과 더불어 걷지 못하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신경이 예민하신 장모님을 모시기엔 정말 벅차다. 아무리 조카가 도와주지만 역부족이다. 그 연세에 요양병원에 모실 듯도 한데 장모님께서 싫어하시고 처제 역시 신념이 강하다. 동서 볼 낯도 없고 우리 부부는 스스로 죄인이 될 뿐 유구무언이다.

 

 

생일 케잌을 자르고 많은 음식을 차렸다. 케잌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서 음식을 정성껏 맛있게 차렸지만 이를 뺀 처는 먹지를 못하고 나 역시 소식을 하는데 미역국부터 맛이 있다. 아구찜에 양장피에 깐풍기에 구미는 당기고 많이 먹을 것 같은데 배는 그만 들어오라고 한다. 동치미에 손이 더 간다. 내가 가면 언제나 동서네 가족은 한결같이 따뜻하게 반김에 오히려 미안한 감이 더 든다. 특히 처제는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애를 쓴다.

 

 

밥을 먹고 길호를 불렀다. 내가 못하는 것을 길호는 내가 쓰기 편하게 핸드폰에 앱을 설치하고 깔아주고 만져준다. 길호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다른 이에게는 도움을 별로 청하지 않는데 길호에겐 많은 도움을 청하고 길호는 늘 사용하기 편하게 한다. 정말 고맙기만 하다. 저녁을 먹고 동서와 같이 집에 와서 바둑을 두었다.

 

 

 

 

 

나에게 응원을 하는 이는 처 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더 힘이 난다. 토요일 밤은 악몽도 안 꾸고 편히 잘 수 있었다.

 

 

 

 

 

     2023년 12월 17일

 

처가의 간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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