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치고는 날씨가 매우 춥다. 눈도 올해는 많은 편이고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다. 처는 겨울이면 춥다고 하면서 따뜻한 곳을 많이 찾는다. 젊어서는 여름보다 겨울이 좋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동우물에 가서 차디찬 우물에 머리를 감고 온 적이 있다. 내 스스로 정신 차리자는 의미에서 그건 걸로 기억된다. 그런데 장애인이 되고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추운 겨울이 싫어졌다. 비단 외출을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왠지 모르게 움츠려진다.
지난 화요일 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상으로 연락이 왔다. 장기요양을 접수했는데 승인 되었다고 한다. 찾아가라는 것을 집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자세한 것은 받아봐야 하겠지만 가장 낮은 등급일 것이다. 그제인 지난 금요일 승인서가 왔는데 4급이란다. 주민센터나 보험공단을 찾아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처와 제수씨가 여주에 가기로 했는데 날씨가 추워 그냥 저녁 먹기로 했다. 목요일 저녁 7시에 막내가 우리를 태우러 왔고, 우리는 물왕동의 장어집에 갔다. 눈도 왔고 추운데도 막내를 보니 정말로 좋았다. 장어구이를 먹으면서 술을 못 마시니 음료수를 마셨다. 막내가 생전 처음으로 충언을 했다. “형수도 늙어 가는데 형은 왜 노력을 안 하느냐”고 했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충언역이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말이다. 37~8년전 막내가 재수생일때 내가 불러서 싫은 소리를 많이 했다. 그 이후로 막내가 나를 어려워했다. 내가 잘 되라고 조부님 부모님 그리고 막내 작은아버지는 조언과 꾸중을 많이 치셨다. 그 이후 다른 이에게 쓴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막내가 쓴소리를 한 것이다.
한참을 듣고보니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할 말이 없다. 내가 해서 안 될 것 같으면 미리 포기한 적이 많았다. 막내는 그것을 지적한 것인데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 말인데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있으니 처에게도 미안하고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이제와서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닐 진데 그런데도 노력을 안한 내가 죄인이다.
커피를 마시며 ‘막내가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혼자 생각을 했다. 고맙다고 속으로 마음가짐을 새기지만 마음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오히려 내가 미안해진다. 기분좋게 아파트에 도착해서 차에 내리면서 막내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내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해진다. 처에게 더할 말이 없다. 내자신을 알기에 반성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 반성은 하되 자책하지 않기로 다시금 마음을 새겨보기로 했다
토요일인 어제 문용이 내외가 6시에 방문했다. 문용이 모친께서는 처를 많이 사랑해 주셨다. 늘 처에게 말씀하시기를 “너 같은 며느리를 보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은 치매로 투병 중이시다.
오리백숙에 찹쌀밥을 시켜놓고 그들을 기다렸다. 문용이는 3년전에 재혼을 해서 몇 번 본 적이 있고 처와는 비교적 말이 통하는 분이다. 문용이는 결혼 전에 많이 찾아왔었다. 그에게 신세를 진 적도 있었다. 병원비 때문에 천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흔쾌히 들어 주어서 늘 고맙게 생각을 했는데 두 분을 집에서 보니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장기요양 4등급을 받았다고 하니까 차여사께서 잘 알아보겠다고 한다. 나는 술도 못 마시고 처도 치아 때문에 못하니 혼자 마시게 하니 미안하고 겸연쩍다. 주로 여자 두 분이 이야기를 하는데 두시간이 지나도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들이 돌아가고 KBS 연예대상을 보았다. 나나 처나 니이를 먹어 늙어가는데 병과 약만 늘어간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후에 30여분씩 운동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인것 같다.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2023년 12월 24일
우리 부부의 건강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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