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해년이 지나가고 갑진년이 빠르게 다가왔다. 시간은 세월은 유수처럼 빠르게 지나가지만 그 반면에 우리의 늙어가는 모습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당초 연말을 박선생님 댁에서 보내기로 했는데 내 건강이 허락지 않아 취소하고 조용히 지나가나 했는데 사촌제수씨께서 찾아오셨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저녁겸 송년겸해서 참치횟집으로 갔다. 그런데 예약손님도 많고 자리도 없어서 광어초밥 세 줄과 술을 사서 집으로 왔다. 요즘 나는 위 인지 장 인지 모르겠으나 많이 아프고 쓰리고 밥만 먹으면 구토 현상이 일어난다. 당뇨식이나 죽을 먹으면 괜찮은데 열흘 전부터 계속 그 현상이 일어난다. 한 달 전에 한약을 먹었을 때에는 그 현상이 안 일어났는데 독한 약을 많이 먹어서 그러지 않을까 싶다.
집에 와서 초밥을 먹는데 초밥 세 개를 먹으니 입맛이 없어 그만 먹었다. 제수씨와 처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동안의 몰랐던 제수씨의 고생담을 들으면서 우리는 많이 놀랐다. 제수씨는 항상 부모님께 감사함을 표했었다. 나는 제수씨 전화에 감사함을 느꼈는데 그 이유가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제수씨는 8시에 가셨다.
이튿날 갑진년이 새해가 밝았는데 속이 안 좋다. 밥을 먹는데 구토현상이 일어난다. 처가 준 당뇨식을 먹었다. 점심부터 죽을 먹었다. 저녁을 시원치 않게 먹어서인지 고려거란전쟁을 보고 있는데 배가 고프다. 처를 부르려는데 처가 자고 있어 초코파이를 먹었는데 그게 탈이 난 모양이다.
밤 12시부터 배가 뒤틀리고 명치가 아프고 열이 나며 식은땀이 난다. 처는 약을 주며 응급실에 가자고 한다. 나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가라 앉기를 바랄 뿐이다. 한참을 뒤척이다 새벽 세 시에 잠이 들었다. 새해 첫날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이튿날 죽을 먹고 고대병원에 예약을 했다. 날이 빨리 잡혀 동네 병원은 가지 않고 처가 사 온 약을 먹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죽을 먹으니 속이 편해졌다. 신협에 가서 적금을 헐어 병원비를 마련하고 작은 어머니를 뵙고 집에 왔다. 하루종일 죽을 먹으니 가라앉아 마음도 편해졌다. 처에게 고마움을 또다시 느낀 셈이다. 그 다음날 속이 편해져 예약을 취소했다. 사람이 간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시경을 하고 건강검진을 받으려 했던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렇게 연말연시를 병에서 시작하여 병으로 끝낸 기가 막힌 사건이었다.
2024년 1월 4일
연말연시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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