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생일 그리고 불감청고소원

역려과객 2024. 2. 19. 14:34

 

 

처의 이석증이 재발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내 신경쓰랴 장모님 신경쓰랴 정신이 없을 것이다. 지난주 수요일 병원에 다녀오다가 넘어져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어 집에 왔다. 이마와 코는 물론 볼까지 피투성이가 되어온 처를 보니 부아가 치민다. 내 자신이 화가 날 뿐이다. 저런 처를 가만히 들여다 볼 뿐 내가 하는 것이라고는 상처만 닦아 줄 뿐이다. 갑자기 죄인이 된 느낌이다. 붓기가 빨리 가라앉기를 바랄 뿐이다. 남편을 위해 반 간호사 반 간병인 역할을 하며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착하디 착한 처가 가엽고 애처롭기만 하다.

 

 

지난 토요일 막내 내외가 12시에 집으로 왔다. 내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물왕동 장어집에 가서 점심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처와 제수씨는 할 말이 많은가 보다. 언제나처럼 나는 듣기만 했다. 날은 참으로 따뜻하다. 우리가 가끔 들리던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저수지를 바라보았다. 그 물결은 따스한 봄날이라 포근하게 느껴졌다. 예전엔 물만 보면 저절로 글이 떠오르는데 이젠 나이를 먹었는지 정신이 낡았는지는 몰라도 느낌만 있지 글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내 생일은 늘 막내가 사 주곤 했는데 재영이가 취직을 해서 그런지 두 내외 얼굴이 전보다는 훨씬 더 밝아져 보였다.

 

 

집에 와서 블로그 정리를 하는데 재영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문 앞에 케잌이 와 있다며 생신 축하한다고 하면서 끊었다. 그리고 톡으로 한 번 더 확인해 주었다. 그래서 톡으로 고맙다며 취직 축하한다며 건강과 함께 행복하기를 바란다며 우리부부가 사랑한다고 답해 주었다.

 

 

이튿날 아침 처는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생일상을 거하게 차렸다. 미역국에 육전에 달래무침 오징어 숙회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찌개까지 그리고 술 한 잔을 따라 주며 생일 축하한다며 사랑합니다라고 말을 하니 온 세상 다 가진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케잌까지 있으니 뭐를 더 바라겠는가?

 

 

미역국에 밥을 반쯤 먹멌는데 아뿔사 구토증상이 심해 그만 먹어야 했다. 맛있는 것이 많은데 차려준 보람도 없이 수저를 내려 놓았다. 이것도 내 숙명이라고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도 온 정성을 대해 차려준 처가 한없이 고맙기만 했다.

 

 

내 생일을 기억해 주시는 분이 또 있다. 경주 고모님이시다. 생일 축하한다고 톡이 왔다. 전에는 농협에서 여러 가지 선물을 해 주었는데 그것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날이 좋으면 밖에 나가 차라도 할 것인데 비가 와 나가지 못했지만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말없이 챙겨주는 처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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