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을 보내드린지 보름이 지났다. 정적이 흐르고 파도가 치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세상과 세월은 변하고 흐른다. 처는 단 하나뿐인 핏줄인 처제가 잘못될까 봐 노심초사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많은 분들께 답례를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동안 나도 비뇨기과를 찾았다. 교수님은 내 챠트를 보다니 큰 한숨을 내 쉰다. 그만큼 병이 많다는 것이겠지만은 검사를 해 본 결과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불면증이다. 거의 일주일이 되어 가는데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장모님을 여의고 나서 처제가 몸이 안 좋으니 처도 덩달아 울보가 되었다. 그리고 아주 친한 친구가 별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3월 영분이 아들 결혼 때문에 그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한 시간의 긴 통화로 네가 아프니 내가 아프니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를 해 주었다. 내 결혼식때 사회를 본 친구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붙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우체부로 시작해 KT의 노동위원장까지 지낸 그야말로 자수성가한 입지전 적인 친구로 20대 초반에 종찬이와 자주 어울렸던 친구인데 혈액암이 재발하여 고셍을 많이 한 친구이다.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하여 불면증이 찾아온 것이다. 해서 고대병원 정신과에 예약하라고 하는데 두 달리 걸린다고 비뇨기과 교수는 말씀하신다. 해서 접수창에 가서 예약하려는데 간호과에 가서 하란다. 그래서 간호사를 찾아갔더니 의사가 파업이라 예약을 안 받는다고 하면서 전화번호만 남기란다. 이런 제기랄
이제 나는 본가나 처가나 할 것 없이 가장 맨 위에 섰다. 아무런 실적 없이 나이를 먹은 셈이다. 영국 속담에 재물을 잃으면 적게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건강, 명예, 재물 모든 것은 삶에 있어서 모두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양쪽 집안을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쌓아 놓은 것 없이 허송세월만 하고 병치레만 하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를 돌아볼 때 참으로 답답하고 그 교수처럼 한숨만 나온다.
또 하나 영국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하루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이발소에 가고 일주일만 행복하고 싶다면 결혼을 하고, 한 달간 행복하고 싶다면 말을 사고 1년간 행복하고 싶다면 말을 사고 평생을 행복하고 싶다면 정직해져라’고 하랬는데 그럼 나는 정직함 속에서 살아왔는가? 나는 비로 예라고 대답할 것이다. 남에게 거짓말도, 울리기도, 때려 보지도. 사기 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모를 일이다. 뜻대로 안된다 하여 걱정만 했을지언정 후회는 없다. 그런 정직만으로는 살 수 없다. 무한한 의지와 꿈 그리고 노력의 결실로 얻어지는 감동과 희열이 내겐 없었다.
좋은 일을 하려고 마음을 쓰기 보다는 좋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껏 살아온 발자취를 볼 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 그러함에도 내게는 할 일이 있다. 조상님을 돌봐야 하고 부양가족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도 부모님 특히 나를 애지중지하셨던 모친을 떠올릴 때가 많다. 언젠가는 그분들 곁으로 가겠지만 그분들께 더 많은 죄를 지어서는 안 되거니와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더 열심히 살려고 운동을 하지만 역부족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없다. 우리부부 소탈하고 건강하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자식이 없으니 기댈 곳도 없을뿐더러 부족하나마 있는 것을 가지고 나누며 알콩달콩 살아가면 될 것이다.
갑자기 좋은 글귀가 생각이 떠오른다. ‘땅을 보고 웃었는데 할 일이 있었고, 사람을 보고 웃었는데 친구가 생기고, 하늘을 보고 웃었는데 내일이 보인다. 기왕에 사는 거 아름다운 희망 하나씩 품고 살자’고 말이다. 동가홍상 우리에겐 긍정적 마인드인 희망이 있다. 내일을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보자.
2024년 4월
희망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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