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이 평창으로 들어섰는데 비는 내리지만 공기부터 확 달랐다. 귀와 눈과 코와 가슴까지 평창이 우리를 반긴다. 아침 9시가 넘어 우리의 목적지 치현이의 별장 운교리 집에 들어서니 천연잔디가 나를 반긴다. 650고지에 650평이라는데 그가 병이 나면서 장만을 했다는데 모두들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앞에는 실개천이 흐로고 잔디밭 넘어에는 산 그야말로 배산임수 그 중에서 잔디밭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무엇이 다를꺼나?
집에서 떠나 오니 저절로 알겠노라
환장할 풍경속에서 느끼는 맑은 공기
급히 오면서 빈손으로 온 것을 후회하며 가족당 2만원씩을 거두어 미안함을 표하며 드렸다. 기쁨이 두 배인가 그날이 주인장의 생일이란다. 또한 문용이 처인 차여사의 생일이란다. 케잌없는 생일 노래를 부르며 한바탕 웃었다. 이슬엄마는 내게 침대까지 기꺼이 내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여러 번 넘어질 뻔 했으나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낮은 산에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르겠으니 산에 걸터 앉은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주인장은 우리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구나! 하는 마음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산도 들판도 꽃들의 웃는 모습도 예뻐 보였고 잡어 매운탕도 맛이 있다. 모든 것이 다 좋은데 호사다마라 했는가? 날씨가 안 도와준다. 월정사로 가는 길엔 빗줄기가 더 굵어진다. 월정사는 다섯 번이나 갔다 왔는데 전나무가 보고 싶어 또 가고 싶었다. 비가 너무 와 주차장에서 돌려야 했다.
낮은 산에 걸터앉은 구름 또한 노니 놀고
매운탕에 배 채우고 맑은 공기 예술이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여행의 맛 만끽하네
세시가 넘어 진부에 있는 감자창고에 들렀다. 잠시 멈추더니 햇빛도 났다가 비가 왔다가 한다. 차를 마시며 옆을 보니 소담한 화초가 화분속에 담겨져 있다. 홍가시나무와 홍콩야자였다. 카메라에 담으니 비가 온들 대수이겠는가? 마음이 따뜻해진다.
경치는 멋있는데 얄미운 비 오락가락
잠시 머문 감자창고 차 한잔에 여유로움
화분에 담긴 꽃들이 봐 달라는 염화미소
이윽고 별장에 도착하니 날은 개었다. 저녁으로 삼겹살에 이슬엄마가 돼지고기 안 먹는 처를 위하여 오리까지 준비하여 모두 맛있게 먹었다. 차여사가 가져온 오이소백이와 익은 김치가 밥 한 숟가락을 더하게 한다. 술 한 잔 생각났지만 마음뿐이다. 된장찌개에 밥 반 공기 무엇이 부러울까?
맛있는 삼겹살에 구수한 된장찌개
잔디밭을 운동하며 평창 공기 흡입하매
주인장 색소폰 소리에 감동받는 내 마음
끼니때마다 40분씩 운동을 했는데 천연잔디를 밟으며 운동을 했다. 2층에서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 친구들의 웃음소리. 맑은 공기가 삼위일체가 되어 기분 충족시킨다. 그리고나서 우리는 주위를 돌며 각종 채소와 꽃과 과일나무를 보았다. 그리고 카메라에 그리고 머리속에 또한 마음속까지 담았다. 정말 너무 좋았다.
별과 노을 보고픈 꿈 날씨가 막아주고
꽃과 나무 바라보며 정성을 맛 보았네
주인장 내외의 꿈은 한땀 한땀 쏟았으리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여기 오기 전부터 그렸던 노을 그리고 별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별은 규천이와 지리산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경상도 산청에서 올라 별을 보니 팔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전라도 망해사에서 자고 충청도 개심사에서 점심 공양하며 돌아온 것이 2006년 5월인데 그해 9월에 모친께서 돌아가시고 10월에 아파트로 이사릏 온 해이다.. 날씨만 좋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자연을 인간이 어찌 지배할 수 있을까?
주인장 내외의 깊은 배려에 침대를 선사 받으니 무엇으로 갚을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9시에 먹는 약을 8시에 먹고 10시 반에 먹는 약을 9시가 안 돼서 먹었다. 일찍 자니 새벽 1시 반에 깼다. 처는 어둡고 춥다며 투덜댄다. 우리집 라디오는 밤에도 켜 놓는다. 손을 잡아주니 10여분 만에 잠이 들었다. 그날 일어났던 것을 생각하며 폰으로 메모를 하니 잠이 오지 않고 4시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별을 보았다. 5시에 처가 씻자고 깨운다. 씻고 나니 날이 밝아온다.
풍경소리 냇물소리 새들의 합창소리
평창의 밤하늘은 소리없이 지나가고
주인장 아침을 먹고 다른 곳을 안내하네
아침햇살은 거짓말처럼 화창하다. 아침을 먹고 8시 반에 주인장은 다른 곳으로 안내한다. 산꼭대기에 오른다. 청옥산의 정상이다. 이름하여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평창의 자랑 육백마지기이다. 해발 1256M란다. 볍씨 육백말을 뿌릴 정도의 평원과 거친 땅을 개간하여 심은 데이지를 보았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니 장관이다. 남들은 나물을 뜯으러 다니는데 나는 사진 찍기에 바빴다. 볼 것이 별로 없다 꽃 수백만송이를 만들어 심을 예정이란다.
점심을 12시 반에 예약하고 나니 치현이는 시간이 남았으니 캠핑장인 꿈의대화로 우리를 안내한다. 다른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나만 신이 났다. 하나라도 놓치기 싫다는 의미로 처는 휠체어를 밀며 나는 곳곳을 찍었다.
육백마지기 캠핑장을 카메라에 딤아두고
막국수에 메밀부침 입 맛을 돋구었네
가자는 회원들의 말에 아쉬움만 남는구나
점심으로 KBS며 MBC 방송에도 소개된 유명 맛집인 토담막국수집이다. 메밀로 만든 막국수인데 전파를 타서 그런지 손님이 무척 많았다. 남들은 비빔을 시켰는데 매워서 나만 물막국수를 시켰다. 메밀막국수는 두 번째로 먹은 음식인데 맛이 있다. 메일부침과 막걸리도 시켰는데 막걸리병이 특이하다. 모두들 맛있다고 한마다씩 한다. 주인장이 다른 곳을 가겠다고 하는데 회원들이 힘들다고 반대를 한다.
나를 즐겁게 한 것은 잔디만은 아니었다. 화초와 채소와 과일나무를 바라보니 열심히 갈고 닦은 두 부부의 숨은 노력의 대가일 것이다. 차현이는 아픈 사람 같지가 않다. 색소폰 부는 것을 보니 폐활량이 장난이 아니다. 일하는 모습을 보니 아픔을 승화시켜 일꾼이 되어버린 농부가 된 모습이다. 주말마다 내려오고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많은 것을 배웠고 느끼게 된다.
아픔을 승화시킨 굴레 밖은 어디일까?
정성들여 꽃피우고 힘을 들여 세운 별장
주인장 땀방울속에서 해답을 찾아보리
두시쯤 잔디밭으로 오니 모든 것이 평화롭다. 주인장은 열심히 일하고 진문이 내외는 나물 뜯으러 가고 나머지는 세상 구경을 한다. 집에 갈 생각을 하니 공기마져 아까운 생각이 든다. 세 여자분과 고스톱을 치니 어찌 당하겠는가? 잃어도 기분이 너무 좋다. 주인 부부의 솜결이 담긴 이 곳을 어찌 있겠는가? 고랭지 배추도 처가 말했던 백장미인 감자꽃, 구름을 품은 산 등등 모든 것을 잊지 못하겠다.
오후 5시반에 떠나 새말에 오니 6시이다. 저녁을 먹었다. 횡성축협한우라 했는데 탕을 먹고 서로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현석엄마가 부축해 주신다. 그 고마움이 뇌리에 많이 남는다. 집에 도착하니 8시 40분 처는 지쳐 쓰러졌다. 그런 내가 약을 올렸다. “그래도 내일 여행을 가자면 갈걸? ” 하니까 “그래도 가야지 더 늙으면 못다녀” 하며 발을 주물러 달래서 주물러 주었더니 금방 잠이 들었다,. 미우새를 보고 나니 나도 잠이 온다. 모든 이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특히 침대까지 내어 준 두 부부에게 잊지 못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일박이일 짧은 여행 가슴속에 많이 남네
날씨만 좋았으면 무엇이 아쉬울까?
평창의 아름다운 경치 공기로 대답하리
어제 모처럼 강호에게서 안부 전화가 왔다. 장례식장에서는 안 그랬는데 말이 왜 그러냐며 걱정을 한다. 집에서는 매일 두 시간의 운동을 하지만 가면 갈수록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화해 주는 장애인 친구 두만이와 처도 느낄 정도다. 아니 내가 더 잘 안다. 그래서 남하고 말하기가 겁이 난다. 그날 화단을 정리하려고 관리소 권주임을 불렀는데 처가 평창에 다녀 왔다니까 그도 필현이와 가서 양주만 실컷 마시고 왔단다. 주임은 우리집을 잘 도와준다. 내가 장애인이기도 하거니와 필현이게 형이라 부르니 내가 선배라는 것을 알고 애착이 가나 보다.
말의 힘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미문이 일 듯이 말의 파장의 운명을 결정하게 한다. 좋은 말 열 번을 해도 나쁜 말 한 번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을 우리는 매스컴을 통하여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겸손과 배려와 사랑으로 상대방의 기를 살려 주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여러 친구들에게 받기만 한다. 그 마음을 천맹이 아닌 이상 왜 모르겠는가?
점이 모여 선이 되듯 때가 지나 변화된 삶
인생은 희망이요 날개 달린 세월이라
친구의 힘을 빌려서 추억으로 감싸리라
모든 것이 멈추어 있는 인생, 점 하나같은 나, 점 하나같은 세상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시간만 늘어만 간다. 돌이켜 보면 희망이 생기기도 하고 움츠렸던 날개도 펴게 되는 것이 인생 친구들과 어울려 모처럼 별은 구경 못했지만 들판도 보았고,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고 온 영원히 추억이 남을 여행이었다.
잠시 생각해 보자! 인생은 당신이 행복했을 때가 좋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이다. 쫓지 않아도 가는 것이 시간이고, 밀어내지 않아도 만나지는 것이 세월을 보내면서 계절의 변화도 볼 겸 시냇물 얘기도 귀 기울이고 구름 흐르는 사연도 새겨들으며 이제부터라도 나를 위해 세상을 위해 친구를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한 평생 수 많은 날들을 살아가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진정한 축복이 아닐까? 진정한 동반자인 처가 있어 행복할 뿐이다.
늘어가는 병치레는 웃음으로 대신하고
심해지는 통증들은 긍정으로 극복하매
기나긴 인생살이여 이곳이 천국일세
2006. 06. 전북 김제 망해사
2024년 6월 12일
목우회원원과 함께
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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