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말] 조강지처 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
☞ 술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만큼 구차할 때 함께 고생하던 아내.
[유래] 전한(前漢)을 찬탈한 왕망(王莽)을 멸하고 유씨(劉氏) 천하를 재흥한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의 일이다. 건원(建元) 2년(26), 당시 감찰(監察)을 맡아보던 대사공(大司空:御史大夫) 송홍(宋弘)은 온후한 사람이었으나 간할 정도로 강직한 인물이기도 했다.
광무제의 누이동생 호양 공주(湖陽公主)는 청상과부였는데, 학문과 도덕이 높은 송홍을 짝사랑하여 매일 같이 오빠인 광무제에게 그와 결혼시켜 달라고 졸라 댔다. 광무제는 아무리 임금이지만 신하인 송홍에게 본처를 내쫓고 자기의 누이동생 호양 공주와 결혼하라고 명령할 수가 없었다. 임금은 하는 수 없이 어느 날 집무실의 병풍 뒤에 공주를 숨겨 두고 송홍을 불러 마음을 떠보았다.
“속담에 귀하게 되면 친구를 바꾸고 부자가 되면 아내를 바꾼다고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인정이냐”고 물었다.(諺曰 貴易交 富易妻 人情乎)
이 말에 담긴 뜻은, 너는 대사공이라는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하게 되었으니 이제 촌스런 아내와 이혼하고 신분에 걸맞게 신식 여성인 내 누이인 호양 공주와 결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속인들은 호양 공주와 결혼하게 되면 더욱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호박이 넝쿨 채 굴러온 격이라서 좋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송홍은 임금의 청을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그는 임금에게
“신이 들은 바는, 가난하고 천할 때 사귄 친구는 잊을 수가 없고, 술 지게미와 겨를 먹으며 고생을 함께 한 아내는 집에서 내쫓지 않는다고 합니다(臣聞貧賤之交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
라고 말하였다. 병풍 뒤에 숨어 숨을 죽이며 송홍의 말을 엿들은 청상과부 호양 공주의 얼굴빛이 흙색이 된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가 물러가자 광무제는 공주에게 “너는 송홍과 결혼하기는 틀렸다”하고 위로하였다.
우리는 송홍의 인품과 부부도리가 매우 훌륭했음을 알 수 있다. 부귀영화가 더욱 더 보장되는 공주와의 결혼을 거절하고 태사공이라는 높은 벼슬에 오르기까지 온갖 고생을 하며 내조한 조강지처의 은공을 잊지 않았다. 결혼 당시 백년가약의 약속을 지키고 실천하였으니 아름다운 일이다. 또한 광무제가 공주를 병풍 뒤에 숨겨 놓고 송홍의 대답을 직접 듣게 하여 누이동생이 헛된 꿈을 꾸지 말 것을 자연스럽게 타이른 슬기도 뛰어났음을 알아야 한다.
송홍의 고사에서 나온“조강지처”란 말은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어 술지게미와 겨를 먹으며 고생을 함께 한 처란 말인데, 전의 되어 본처를 뜻하게 되었다. 옛 사람들의 부부윤리는 오늘과 같이 속되지 않고 아름다웠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糟)는 술 지게미를 뜻하고, 강(糠)은 쌀겨를 뜻하며 몹시 거친 음식을 말한다. 조강지처는 이와 같이 거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온갖 고생을 함께 한 아내라는 뜻이다.
[原文]
時帝姉湖陽公主新寡 帝與共論朝臣 微觀其意 主曰 宋公威容德器 群臣莫及 帝曰 方且圖之 後弘被引見 帝令主坐屛風後 因謂弘曰 諺言貴易交 富易妻 人情乎 弘曰 臣聞貧賤之知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 帝顧謂主曰 不諧矣《後漢書 卷二十六 宋弘傳》
[출전]《後漢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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