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고사성어의 유래(9) 천리안(千里眼)

역려과객 2013. 5. 23. 16:30

천리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눈이라는 뜻으로, 곧 먼 일을 환히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일컫는 말이다.

 

 

  북위(北魏) 말 장제(莊帝) 때, 양일(楊逸)이 광주(光州)의 장관으로 부임하였다.  그 때 양일은 19세의 젊은 나이였지만, 백성들을 위해 침식도 잊은 채 열심히 일을 하여 칭송이 자자하였다.  군사들이 전방에 나갈 때면 비가 오고 눈보라가 치더라도 반드시 몸소 나와 그들을 격려하고 전송해 주었다.  그와 같이 다정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나,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용서없이 처벌하였다.

 

  한 번은 흉년이 들어 굶주리는 사람이 늘고, 심지어는 죽은 사람까지 생겼다.  양일은 생각다 못해 나라의 승낙 없이는 열지 못하는 곡식 창고를 열어 백성에게 나누어 주려고 하였다.  창고를 지키는 부하가 처벌을 염려해 주저하자, 양일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라의 근본은 사람이다.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만약 굶주리는 백성들에게 식량을 나누어주는 게 죄가 된다면 달갑게 받겠다."

 

  이렇게 해서 양일은 창고의 곡식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그 덕에 주림을 면한 자가 수만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를들은 장제는 그를 벌하는 대신 오히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칭찬하였다.

 

  이렇듯 끔찍하게 백성들을 사랑한 양일은 자기 부하들이 부정을 저지르거나 뇌물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곳곳에 감시원을 배치해 두었다. 그리고 군대나 말단 관리들이 지방으로 나갈 때는 반드시 자신들이 먹을 식량을 가지고 가게 하였다. 백성들이 식사를 대접하려고 하면 그들은 한결같이 사양했다.

 

  "우리 양 장관께서 천리 밖을 내다보는 눈을 가지고 계신데[有千里眼], 어찌 속일 수가 있겠습니까?"

 


[출전] 《위서(魏書)》<양일전(楊逸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