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
2005. 10. 11.(음)
어머니
風樹之嘆 하며 몇자 올립니다.
그제 아버지께 콩나물국을 끓여 주시니 맛있다고 잘 잡수셨네요. 두 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지요. 내가 안스러워 인지는 몰라도 부엌을 못 들어 오게 하셨지요. 헌데 지금은 안 할 수가 없네요.
사랑하는 어머니
어제의 녹두빈대떡은 예전만 못하네요. 녹두빈대떡은 동네에서도 소문이 났었지요. 그 맛을 이젠 볼 수가 없네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그래요 칠칠일입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참 빠르지요? 오늘 부르니 아무 대답이 없네요.
보고 싶은 어머니
恩이라는 한자는 바로 부모의 마음을 상징 한다지요. 은혜 恩자의 이부자리 口요 그 속에 큰 大자는 팔 다리 편 아기가 드러누운 형상이래요. 거기에 마음 心자가 곁들여져 恩자를 이룬다네요. 노래에 나오듯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는」 부모의 마음이 배어 있는 것이랍니다. 헌데 지금껏 은혜는 고사하고 평생을 당신께 불효만 저질렀네요.
그리운 어머니
지난날이 그립네요 宗家집에 와서 결혼 5년만에 아이를 낳았지요. 핏덩이를 안고 4개월을 안양으로 수원으로 인천으로 서울로 헤매셨지요. 그 결과 약을 과다하게 복용해 언어장해라는 아픔을 딛고 어린 새 生命을 만드셨지요. 대단한 분이셨지요.
어머니 당신은 孝와 사랑을 일깨워 주신 분입니다.
8남매의 맏딸이 7남매의 맏아들로 시집와 홀 시아바지 30여년을 아무런 큰소리 없이 가정을 화목하게 하려고 노력하셨지요. 어쩌다 할아버지께서 노하시면 무조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셨지요. 해서 잘못도 안 했는데 왜 비시냐고 당신께 물으시면 늘 그러셨지요. 그것이 집안이 구순 해지기 위함이다 라고요.
어머니 당신은 무서운 분이셨지요.
존속의 尊자는 멋진 술잔을 받들어 올리는 손의 모습을 형상입니다. 비속의 卑자는 밥푸는 주걱을 본뜬 문자입니다. 받들어 올려야 존속이요, 비속은 주걱노릇을 참고 달게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셨지요. 어쩌다 생선토막이라도 올라오면 먹고 싶어도 참아야 했지요. 할아버지 드실 거라고 하면서 손도 못 가게 하셨지요. 몸이 약해 남에게 맞고 들어오면 奮에 못 이기셨는지 회초리로 두둘겨 팼지요. 그리곤 쓰다듬어 주셨지요. 너희들을 잘 키우기 위함이라고요.
어머니 당신은 仁慈하신 분입니다.
몸은 약해도 늘 隱忍自重하라 하셨지요. 바른 길로 인도 해주셨습니다. 잘못을 지적해 주셨고 칭찬엔 인색하셨습니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자격증을 따오거나 상을 타 올 때에도 웃으시며 수고했다 한마디만 하셨지요. 사업에 실패하여 수억을 잃고 방황했을 때에도 건강만 하면 된다고 용기를 주셨지만 臟器寄贈 했다고 하니까 잘했다는 말 한마디 뿐이셨지요.
어머니 당신은 울보이셨지요.
사고로 50개월 입원한 적이 있었지요 다른 일 다 팽개치고 1년을 넘게 看病을 해 주셨지요. 돌아서면 우시고 뒤 돌아서면 우시고 행여 내가 자살하지 않을까 내 뒤를 늘 밟으셨지요. 의족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새벽까지 걸을 수 있다는 希望에 노력을 하는 저를 안타까워 바라만 보고 계셨지요. 말리지도 못하고요 장애인 자식 둔 것이 당신 罪인냥 부끄러워 하셨지요.
어머니 당신은 대단한 분이십니다.
그 힘든 농사일 하면서도 그 많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힘들다는 내색 안하고 네아이를 모두 가르치셨지요. 배워야 산다고요 모르면 낙오자가 된다고요 당신이 못 배운게 한이 된다고요. 밤 두시까지 일하시고 새벽 5시에 일어나셔서 그 많은 살림을 빈틈없이 해 놓으셨지요.정말 훌륭하십니다. 孝婦상 드린다니까 한 일 없다고 손시레를 쳤던 분이십니다.
어머니 늘 한결 같으셨지요.
20년을 당뇨로 3년을 합병증으로 고생하시면서도 집안일에 자식걱정에 안타까워 했지요. 오르지 큰아들 때문에 잠을 못 이루셨지요. 너 때문에 눈을 못 감는다고 하셨지요. 하루에 5~6시간 주물러 드렸어도 편치 않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너 결혼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돌아가시기 사흘 전에도 말씀하셨지요.
어머니 뵙고 싶어요.
寸草心이라 했는데 이 불효자는 당신 안 계시니 빈자리가 너무 크더이다.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 살아 가라 하셨지요. 세상만사 塞翁之馬라고요. 그런데 오늘 너무나 보고 싶고 안타까워 통곡을 하고 불렀으나 대답이 없네요. 어머니 할 말이 너무 많아요 단 하루만이라도 볼 수 있나요? 아니 단 한 시간만 아니 단 1분만이라도....
어머니 그립습니다.
어머니 여기는 겨울이 곧 옵니다. 그 곳은 따뜻한가요? 춥지는 안나요? 시장 하지는 안나요? 너무나 그립습니다. 제가 고생 할까봐 덜 고생시키지 안으려고 일찍 가신 줄 다 압니다. 48년을 살았는데 왜 당신마음을 모르겠습니까? 그런걸 알기에 더더욱 그립습니다. 더더욱 뵙고 싶습니다.
어머니 좋은 곳으로 가세요.
그래도 산 사람은 이렇게 살아갑니다. 어디 아쉬운 것이 하나 둘이겠습니까? 살림을 전혀 모르던 제가 달포가 지나 하나하나의 당신의 손길을 그리며 배우고 있습니다. 요리책도 샀지요. 다음주면 아파트로 이사를 갑니다. 당신을 생각하기엔 시공의 여유가 없이 달려왔습니다. 이제 앞만 보고 살께요. 저 축복해 주실 것이지요? 지켜 봐 주세요.
어머니 오늘만 울겠습니다.
金婚式때 장미 꽃다발 50송이 받으셨을 때의 환하게 웃는 모습만 기억 할께요 어머니 오늘만 울겠습니다. 아니 이젠 안 울 것입니다. 오늘 가족 모두가 다 모였지요. 당신 원대로 화장하고 납골당으로 모셨어요 아버지 돌아가시면 국립묘지로 합장해 드릴께요. 그 곳은 평안하시겠지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세요.
풍수지탄 하며 49재(음 10월11일) 추모일을 기리며
불효자 큰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