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즉 적에게 완전히 둘러싸이거나 도움 없이 고립된 경우를 말한다.
천하의 패권을 놓고 밀고 밀리는 공방을 벌이던 항우와 유방은 홍구(鴻溝)를 경계에 두고 휴전에 들어갔다.
휴전이 성립되자 항우는 약속한 대로 동쪽으로 철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유방은 호랑이를 길러 우환을 남기는 꼴이 되면 안된다는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의 계책에 따라 항우를 추격, 해하에서 초나라 군사를 몇 겹으로 포위하였다.
이때 초나라 진영은 군사도 많지 않은데다가 군량마저 부족하여 말할 수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밤이 되자, 장량은 한나라 군사들로 하여금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지칠 대로 지친 초나라 군사들이 그리운 고향 노래를 듣고 향수에 젖어 싸울 의욕을 잃게 만들 속셈이었던 것이다. 과연 초나라 군사들은 향수를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다가, 하나씩 둘씩 슬금슬금 진영을 빠져 나가 도망쳐 버렸다.
항우 역시 이 노랫소리를 듣고 놀라서 말하였다.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얻었단 말인가. 어째서 초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漢背旣得楚乎 呵時楚人之也],"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한 항우는, 그날 밤 겨우 800여기를 이끌고 탈출하여 이튿날 한군(漢軍)에 돌입, 스스로 제 목을 쳐서 32세의 젊은 나이로 죽었다. 고향이 그리워 일단 오강(烏江)까지 달려가긴 했으나 패군지장으로서 돌아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결한 것이다.
[출전] 《사기(史記)》<항우본기(項羽本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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