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장모님을 찾아 뵙고

역려과객 2019. 1. 14. 15:15



 

기해년이 밝아온 지 열흘이 후딱 지나갔다. 황금돼지해라던데 누가 좋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내 동생이 올해로 회갑을 맞이하니 운이 트일는지 기대해 보자. 소한이 지났는데도 올해의 추위는 별로 없는 듯하다. 거실에는 동백이 도토리보다 더 크게 봉우리가 맺혀있고 개발선인장은 활짝 피어 자신을 뽐내더니 벌써 다 져 버렸다. 연산홍도 예쁘게 피었다. 화초들이 우리에게 줄거움과 기쁨을 선사해 준다. 세월 참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지난 연말에 처와 장모님은 동시에 입원을 하며 중환자실에도 동시에 들어갔고 수술도 하고 거의 한달간 입원을 하고 동시에 퇴원을 했다. 겨울이라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나나 처나 집에서만 지냈다. 맨날 집에 있으니 처가 답답했던 모양이다, 길호에게 부탁을 하니 태워준단다. 해서 지난주에 칼국수 먹으러 대부도에 다녀왔다.

 



 

헌데 그 보답으로 처제가 돼지갈비를 산다고 하여 장모님도 뵐 겸해서 처가에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장모님을 뵈었다. 장모님도 야위었고 처제도 얼굴이 형편이 말이 아니다. 처는 샘병원에서 한 수술이 잘못되었는지 고대병원에서 한 수술이 잘못되었는지는 몰라도 지금도 몹시 아프다고 하는데 장모님은 아프지 않다고 하시니 얼마나 체력이 좋으신가? 다만 소대변을 처제가 받아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을 뿐이다.

 



 

지난주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쐬니 좋기만 하다. 헌데 아파하는 처가 가엾기만 하다 모두 내 잘못이라 쥐구멍을 찾고만 싶은데 아파도 내가 있어 행복하다는 소녀같은 처가 가엽고 고맙기만 하다. 처는 나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좋아한다. 내가 해 준 것이 없는데 마냥 행복해 하는 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쓰리다. 어제도 점심을 먹으며 소주 석잔을 하니 취한다, 처는 당분간 술을 못하니 미안하기조차 하다.

 



 

장모님이 집에서 꼼짝을 못해 서서히 처가에 어두움이 몰려왔다. 가뜩이나 약한 처제가 장모님을 모시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장모님을 모신지 어느덧 7년 마음고생이 여간 심할 수가 없다. 정신은 또렷하시다. 90을 넘긴 장모님은 7년전 수술한 이후 처제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살아나셨지만 지난해에 수술 이후 꼼짝을 못하신다. 그 많은 수발을 처제가 도맡아 한다. 처는 어쩌다 처가에 가면 싸우고 오지만 처제는 열 번이면 열 번 다 시중을 하니 얼마나 힘든 일일까?

 



 

처제는 내가 언제든 가면 최대한으로 예우를 해 준다. 헌데 어제는 얼굴에서 뒷모습에서 말에서 힘든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서히 지쳐간다는 뜻이리라, 장모님은 큰딸을 찾기는 하지만 맡기지 않고 모든 일을 처제에 의지한다. 처제가 다 알아서 다 해주니 편하고 좋은 것이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처제가 허리가 아파 구부러져 있다. 내색은 안했지만 그때부터 서서히 아파온 것이다. 그런데 어제 그 모습을 보니 애처롭기만 하다,

 



 

내가 도움은 못되고 처 역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처는 악역을 맡았다, 처제에게 늘 요양병원으로 모시자고 한다. 그래서 모녀지간 자매지간에 다투곤 한다. 어제 처제를 보니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것 같아 저녁을 먹고 우리를 태워다 줄겸해서 바닷바람좀 쐬라고 했더니 그러마 한다. 동서가 일찍와서 전복죽을 먹고 집으로 오는데 처가 별빛축제를 구경시켜 달라고 하니까 그렇게 하겠노라 하며 부곡동에 도착하니 별 것이 아니었다. 길호가 다니는 한양대에 가서 우리를 관람시켜 주었다.




  

장모님은 처나 처제보다 덩치가 더 크다 노환으로 병이 깊어진 장모님은 걷지도 못하신다. 그러한 장모님이 이번 병을 앓고부터는 소대변을 받는 등 처제가 고충이 말이 아닌데 3년전부터 병원에 모시고 다니느라 처의 모습은 허리도 구부정하고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하루에 열 번이면 열 번 다 군말 않고 다 챙긴다. 그런데 지쳐가는 처제의 모습을 바라보면 가슴이 쓰리고 답답하고 안쓰럽기만 하다. 예순도 안 된 처제가 지쳐가는 모습을 바라보매 내가 죄인이 된 느낌이다, 무언가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처지도 못되고 답답하다. 처도 어젯밤 처제를 생각하며 가엽다며 통곡을 한다. 어쩌겠는가? 잘 달래어 재웠으나 밤새도록 눈물짓는다. 지금도 그러할진데 날이 가면 갈수록 서로간에 안 좋은 감정만 쌓이고 환자나 보호자나 병만 더 들어 갈텐데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난관을 해결할 사람이 동서인데 동서도 처제의 눈치만 보는 격이니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 예순도 안 된 처제 어느 집이나 가정주부가 무너지면 그 집안은 다 무너지는데 하물며 모든 것이 처제의 손을 거쳐야 하는 처가는 더욱 그렇다. 내가 말하고 싶지만 생각뿐이다. 처제의 모습에서 행동에서 말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숨소리가 내 마음을 짓눌리게 한다. 더 지치기 전에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효녀중의 효녀인 처제는 그 방하착을 내려놓지 못한다. 설은 다가오고 시름은 더해가고 답은 없고 하는 사이에 시간만 간다. 주제넘은 소리지만 설에 만나서 동서랑 술 한 잔 하면서 빠른 결단을 내라고 말해야겠다. 더 있다가는 처제가 먼저 쓰러지게 생겼다. 그런 과오는 범하지 말야야 하는 것이 아닌가? 벌써 세명이나 앞세웠지 않은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병은 더 깊어질 것이다.

 



 

누구에게든 다 미련은 있다. 오욕이 다 있다. 삶 건강 재산 등등 모든 것이 욕심에서 일어난다. 욕심을 버리면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간다. 이런 말 하면 내가 죄를 짓는 것이겠지 장모님은 1촌이고 처제는 2촌이다 당연히 장모님이 가깝다. 하지만 90을 넘긴 장모님 육십을 바라보는 처제 장모님이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병들고 지치고 심적 정신적 신체적으로 병이 든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일이며 최소한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제삼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모님께 죄를 짓고 동서네 가족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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