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여동생이 오지 않아 일평생 가장 쓸쓸한 설날이 되고 말았다. 지난 추석날 제사 문제로 시누이와 올캐간에 말싸움 끝에 여동생이 가 버리더니 지금껏 소식이 없다. 시누이와 올캐는 영원한 앙숙인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차례도 재현이가 늦게 와서 10시에 지냈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30이나 먹은 조카를 기다리는 내 자신이 용납이 안 되지만 요즘 세대가 그렇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저희들이 알아서 할 나이가 지났건만 우리가 그들 눈치를 봐야 하다니 정말 새태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래저래 지난 밤은 쓸쓸히 잠을 청해야 했다. 그리고 오늘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처가로 향했다.
처가도 문제가 많다. 장모님은 대소변을 받아야 하는 고충속에 그 시련이 언제고 계속된다. 일단 인사를 드리고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넷이 토론 아닌 토론이 시작되었다. 결말이 나지 않는 토론 처는 요양붱원에 모시자 하고 처제는 안 된다 하고 기나긴 이야기가 시간만 흐르게 한다. 처제가 몸이 많이 망가져 있는데 효녀인 처제는 엄마를 보낼 수 없다고 하니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이다. 어느 집이나 사는 것이 거의 비슷하다. 우리도 매달 병원 약값등 의료비가 100만원이 든다. 우리는 늙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고스톱을 치다가 장모님 밥을 챙겨 드리고 우리 다섯명은 을왕리로 향했다. 바람을 쐬면 기분전환이 되겠지 처제가 조개구이를 먹고 싶다고 한다. 설 휴일이라 도로비도 안 받아 쉽게 갈 수 있었는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광호이다. 그 집의 장남인 광호는 워낙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 왕산해수욕장은 겨울인데도 사람이 참 많이 왔다. 서울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도 많이 와서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바닷가를 거닐며 추억을 쌓는데 처는 귀찮다고 차에서 나오지 않는다. 바다를 구경하니 정말 기분전환이 되었다. 우리 같은 장애인은 산에는 못 가고 바다는 갈 수 있지만 여건상 그리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우리는 조개구이집에 들어갔다. 처제가 조개구이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소주를 곁들어 먹는 조개구이의 참 맛을 나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데 동서와 처제는 잘도 먹는다. 구이를 먹으면서 장모님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동서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동서도 처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소주에 취해 기분에 취해 회포를 풀 수가 있었다. 비록 짧은 여행이지만 두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볼 수 있었다. 동서가 내고 나는 길호에게 기름값을 주었다. 비록 장모님때문에 마음 아파하지만 끈끈한 가족애는 점점 불타오르고 있었다. 동서의 마음 처제의 마음 나아가 가족의 마음을 읽고 나니 한 쪽 가슴에 이름 모를 무언가가 뭉클하게 짓누른다. 가족이여 형제여 자매여 세해에는 보다 건강하고 행복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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