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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이드웨이> 로마네 콩티 <사이드웨이>는 와인 마니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역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다. 포도밭을 배경으로 두 남자가 두 여자를 대상으로 전개한 깜찍한 사기는 주인공 마일즈가 늘어놓는 와인에 대한 철학이 담긴 멘트로 가능했다. “샤르도네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성을 잃은 와인이야”라거나 “피노는 까다롭고 어려운 품종이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와인이지”라고 내뱉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와인이 포도의 맛과 향을 넘어 인생의 맛 또한 담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가 그렇게 말한 피노 와인이 바로 ‘로마네 콩티 Romanee Conti’다 . 축구장만,한 크기에서 1년에 단 5000병 정도만 생산되기에 가격도 높을뿐더러 그 맛을 보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다. 역동성과 깊은 정적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맛.
2 <어느 멋진 순간> 코트 뒤 뤼베롱 이 영화의 리들리 스콧 감독은 시나리오의 원작자 피터 메일과 절친한 사이. 이들은 실제 프로방스에서 작은 포도밭을 운영하고 있다. 서로 와인잔을 기울이다가 ‘한 편’ 만들자고 제안한 영화의 제목은 . 이 말은 ‘좋은 시절’이라는 뜻도 있지만 ‘좋은 와인이 나오는 해’라는 뜻도 있다. 영화가 촬영된 북부 프로방스 지방의 ‘꼬트 뒤 뤼베롱 Ctes du Luberon’ 지역에서는 레드 와인 품종의 70퍼센트가 재배된다. 주인공 맥스(러셀 크로)가 사망한 삼촌에게 상속받은 포도밭은 ‘샤토 라 까노르끄’다. 특히 이 지역 와인은 중개상(네고시앙)을 거치지 않고 직접 유통시켜 가격 대비 품질이 매우 좋다. 영화에서 나오는 “와인은 속이지 않아. 자신의 향기를 정직하게 속삭여주지”라는 말의 의미를 와인을 마시며 음미해보기를.
3 <미녀는 괴로워>,< MR. 꼬시기 로빈>프레시넷 둘만의 소담스러운 정찬이 아닌, 단체로 어울리는 파티에는 단연 스파클링 와인이 제격이다. 최근에는 잔도 필요 없이 마치 병맥주처럼 작은 200밀리리터짜리를 손에 들고 서로 ‘병을 부딪치는 것’이 유행이다. 이런 장면은 최근에 개봉된 <미녀는 괴로워>에서 만날 수 있다 주인공 한나가 자신이 짝사랑하던 상준(주진모)과 함께 있던 파티 장소에서 빠져나와 담소를 나누는 장면에서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 ‘프레시넷 Freixenet’이 등장한다. 프랑스 산 샴페인이 스파클링 와인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참신한 선택이 될 듯. 레몬과 사과 등의 과일 향이 풍부하고 버블이 활발해서 산미로 입 안이 상쾌해지는 느낌이다. 영화 속 화려한 파티까지는 아니더라도 새해맞이 가족 모임에도 제격이다.
4 <딥 임팩트>,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샤토 무통 로칠드 혜성과의 충돌로 멸망을 앞둔 지구를 그린 영화 <딥 임팩트>. 최후의 날을 앞두고 주인공 제니의 어머니가 제니의 아기 때 사진을 꺼내 보며 마치 삶의 마지막을 음미하듯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다. 이때 마시는 와인은 1993년산 ‘샤토 무통 로칠드 Chateau Mouton Rothschild’. 이 와인 회사는 150여 년 전통의 명가로, 샤갈이나 피카소 등의 그림으로 와인 라벨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석류빛을 띠며 완벽하고 풍부하면서도 커피와 모카가 어우러진 깊은 향. 섬세한 타닌 맛으로 완벽한 구조를 이루고 우아한 참나무 향과 체리, 캐러멜 맛이 감돌며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긴다. 내일 세상이 끝날지라도 한 번은 맛보고 떠날 만한 명품이니 영화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진다.
5 <007 카지노 로얄> 볼랭저 술과 여자. 이는 007 시리즈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다. 게다가 본드가 가진 모든 것은 그 자체로 ‘남자다운 남자’의 전형적인 아이템. 한 바에서 본드가 “볼랭저 한 병 주세요”라고 말한 한마디가 그의 스타일을 말해준다. 샴페인 ‘볼랭저 Bollinger’는 간간이 다른 007 시리즈에도 등장해 ‘제임스 본드 샴페인’으로도 불린다.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로 이루어졌으며 그중 ‘볼랭져 스페셜 퀴베 브뤼’는 프리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 포도원에서 80퍼센트 이상이 수확된 고품질 샴페인이다. 샹파뉴 지방의 샴페인이 갖춘 기본적인 견고한 구조감은 물론이거니와 스타일리시한 코코넛과 과일 향이 입 안을 감싸는 느낌은 신속 정확하면도 세련미를 잃지 않는 본드가 선택할 만하다. 분위기 있는 바에서 본드처럼 말해보자. “볼랭저 한 병 주세요.”
6 <빅 나이트> 빌라 안티노리 이탈리아인 형제가 미국에서 레스토랑을 연 후 맞은편 식당과의 경쟁으로 생기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 <빅 나이트>. 인간관계의 오묘한 대립과 해결이 주요 소재지만 맛깔스러운 이탤리언 음식들과 와인의 등장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경쟁 식당의 계략에 속아 불황을 타파할 목적의 거대 파티, ‘빅 나이트’를 준비한 형제가 파티에서 내놓은 와인은 ‘빌라 안티노리 Villa Antinori’. 온 힘을 쏟아 손님을 대접하려 작정한 형제가 700년 전통에 26대 동안 한 번도 끊이지 않고 가족 경영을 해온 이탈리아 대표 와인을 내놓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탈리아 키안티 스타일에서 벗어나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품종을 가미하여 부드럽고 은근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탈리아 와인이다. 영화에서처럼 정통 이탤리언 요리와 기막힌 궁합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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