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경 불새님 대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하냐면서 약속이 없으면 경기도 광주에 갈 테니까 12시까지 나오라는 것이다. 요즈음 악기연습 한다더니 연주하나 싶어 잔뜩 기대를 하고 기다렸다. 처가 휠체어를 가져가야 되지 않느냐고 해서 승용차엔 휠체어 두 대를 못 실을 것이라며 목발을 가져가겠다고 생각했다. 내일이 장애인의 날인데 얼씨구나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갔다.
하얀 봉고 스타렉스를 타고 온 두 내외분이 우리를 반긴다. 우리 부부를 위해서 초록여행에서 차를 대여한 것이다. 화담숲에 갈 것이니 휠체어를 가져가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처가 휠체어를 가져왔는데 전동휠체어를 실은 데다가 내 휠체어를 실으니 안 들어간다. 해서 작은 휠체어를 가져와서 두 여자분이 간신히 실어 출발할 수 있었다. 집 앞에서 처가 김밥을 사서 기분좋게 출발하였다.
씨밀레와 여행하니 가슴이 설레이네
화담숲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네
맛있게 먹는 김밥 속에 우정또한 넘쳐라
대호와의 인연은 15년전 장애우방에서 만났다. 거리도 가깝고 해서 우리집에 자주 놀러오곤 했다. 처는 그에게 큰 고마움을 잊지 않아 늘 반기며 나보다 더 살갑게 대한다. 그는 나에게 음악방송 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장애우방인 한울방을 새로 만들어 매일 밤 10시부터 두시간을 음악과 함께 보냈다. 그 중 뜨네기 손님이외에 7~8명이 한달에 두세번씩 우리집에서 만나 여행도 하고 맛있는 것을 찾아가 먹기도 하는 등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항상 어울려 다녔다.
대호는 박학다식하다.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장애1급인데도 활동이 많고 말도 잘해 많은 인기로 사람을 휘어잡는다.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며 많은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늘 운동을 한다. 테니스와 배드민턴을 치고, 운전을 잘해 여행도 자주 다닌다. 전국 어디든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닌다. 나도 그를 따라 단양 강릉 등 여러 곳을 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안 하지만 그때만 해도 영화를 다운받아 판매했는데 그 덕분에 나는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었고 그 CD 수십장이 지금도 있다. 결혼초에 급전이 필요하여 거금을 발려달라고 했는데 두말없이 빌려주겠다고 한다. 처가 보험금을 해지하여 해결했지만 그 마음을 처는 지금도 잊지 못해 늘 이야기를 한다. 가끔 정초에 두 부부를 초대하기도 한다. 아무튼 고마운 친구이다.
친구의 고마움을 어찌 다 말로 할까?
우리들의 막역지우 봄 기운에 빛나리라
불새님 새처럼 날 듯 건강을 기원하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화담숲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코로나 때문에 월요일은 쉰다고 한다. 작년 이맘때 막내네와 이곳에 와서 못 올라가고 되돌아왔는데 대호는 콘도라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고 해서 왔건만 나와는 인연이 없나 보다. 정말 아쉽다. 김밥을 먹고 커피 한잔을 하고 되돌아와야 했다. 대호는 서울대공원에 가자고 한다. 그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는 처에 의지한 채 대공원을 밟았다. 바람이 없어 바람을 넣는데 1000원을 받는다. 내 실수이지만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하마와 산양 기린을 보고 여러 꽃과 푸르름의 자연을 보니 그 향기에 취해 절로 힐링이 된다. 처와 제수씨는 무슨 할 말이 많은지 이야기는 끝도 없다. 두 집안의 공통분모가 많은지 몰라도 자매처럼 잘 통하는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서인지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애기를 데려온 젊은 아빠들이 눈에 띄게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이 어려운 시기에 아이들 돌보는 것도 좋지만 가정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열심히 일할 나이에 집에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물러가고 모든 이들이 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건강한 나라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크게 빗나가고 있지 않은가?
오랜만에 나온 세상 봄볕이 말해주네
바람과 프르른 잎 조화로운 꽃향기는
가슴 속 깊은 정이 되어 자연을 밝히노라
그래도 4월의 봄은 따뜻하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게 우리를 반긴다. 어째든 자연은 시작도 끝도 모르는 채 유유히 잘도 흐른다. 비록 목련과 벚꽃은 졌지만 아름답고 예쁜 꽃들이 공원에 수를 놓았다. 만물이 소생한다지만 자연의 오묘함은 움츠렸던 내 가슴을 설레고 활기차게 만들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이렇듯 밖에 나오면 좋은 것을 이제는 그것도 힘들 것 같다. 매주 물왕동을 갔었는데 가뜩이나 약한 처가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매우 지치고 힘들어한다. 내게는 표 안내려 하지만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내 가슴은 찢어진다. 이렇게 남이 도와 밖을 나오면 세상사 모든 것을 가진 듯 좋아한다. 지금도 매주 통증 수사를 맞으러 병원에 간다. 그래도 늘 행복해 하는 모습이 예쁘기만 하다. 여하튼 올해들어 처음으로 시흥을 떠난 설레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움츠렸던 내 가슴을 활기차게 만들었네
우애의 정 어우려져 추억여행 만드노니
세상사 아름다움을 행복으로 수놓네
공원을 거닐며 이야기하며 내려 오는데 벌써 5시가 넘어있다. 청정 석열이에게 전화를 걸어 6시 반에 목감에서 만나가로 했다. 석열이도 작년 2월 그의 딸 결혼식때 보고는 못봤다. 어제도 먹은 김치찌개집에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다섯명은 안된다고 하여 남자들끼리 앉고 여자는 여자들끼리 따로 앉아야 했다. 나는 주로 듣는 입장이지만 그간의 회포를 한잔 술에 마음껏 회포를 풀었다. 1년만의 짧지만 알차고 가슴에 남는 여행이었다. 내일은 서쪽에서 해가 뜨려나 보다.
한울이여 씨말레여 강산이 두 번 오네
오래 묵은 된장처럼 한 잔 술에 회포 풀고
먼 훗날 오늘 생각하며 아름다움 간직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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