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12월을 맞이하며

역려과객 2021. 12. 4. 15:43

 

 

세월이 유수라더니 참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요즈음이다. 겨울이라 그런지 비가 오고난 후라 그런지 을씨년스럽고 춥다가도 바람이 불어 어제 통증주사를 맞고 오는데도 겨울냄새가 난다. 겨울은 아무리 추어야 제격이라지만 우리네 서민은 그래도 따뜻한 것이 좋다. 겨울에는 햇볕을 보기도 힘들다, 나이도 별로 안 먹었는데 하루하루가 다르다.

 

 

세상이 정말 이상하게 돌아간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 2년 그런데 하찮은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어제도 하루에 5000명이 넘는 확진자와 7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것도 두려운데 코로나보다 몇 배 더 강한 오미크론이란 새로운 병원체가 발생하더니 어제는 세명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달은 외출도 별로 안했다. 매주 물왕저수지에 가는 것 외에 병원가는 것을 빼고는 세 번 나갔었다. 초순에 동생들과 점심 먹으로 인산에 갔었고 중순에 영정사진 찍으러 안양 웨딩사진관에 갔었고 하순에 장애인 친구 대호의 애인밴드 공연을 보러 안산 올림픽공연장에 간 것 뿐이다. 단풍도 카폐에서 올라온 사진을 보았을 뿐 무미건조하게 보냈다.

 

 

그 반면에 처는 아들을 만나러 울산에 다녀왔다. 30년만에 만난 아들을 보니 생기가 돋는가 보다. 말이 30년이지 얼마나 보고 싶었겠는가? 칠순에 만나기로 했는데 2년을 앞당긴 셈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통화하더니 내년 1월 초에 처를 만나러 휴가를 내고 온다고 한단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 상상하기가 힘들다.

 

 

또 한 가지가 있다. 글 쓴 것이 아깝다고 처가 다른 곳에 응모하라고 수없이 말을 하여 신춘문예에 응모하기로 했다. 문학과 나온 동서에게 도움을 청하니 한번 해 보라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다. 그래도 용기를 주면서 많은 것을 도와준다. ㅈ일보만 하려 했는데 ㄷ일보까지 직접 찾아 두 군데를 접수했다. 날고 기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배우지 않은 순수한 아마추어가 처의 제안으로 응모했다는 자체가 큰 용기를 갖게 한다.

 

 

올해는 유난히 병치레를 많이 했다. 이제는 밥도 많이 흘린다. 매번 주워먹기에도 바쁘다, 그래서 흰옷 입기가 겁이 난다, 옷은 물론 식탁에 주방에 그리고 휠체어에 묻어 심지어 화장실이나 침대 위에도 밥풀이 묻어 있을 때가 있다. 처에게 면목이 없다. 잔소리라도 하면 좋으련만 처는 애기 하나 키운다는 생각으로 의연하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12월엔 그래도 나갈 일이 많을 듯 하다. 고대병원에도 두 번 가야 하고 3차 접종도 잡혀있다. 처가 부산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별로 생각이 없다. 동생들도 보고 싶고 한울방 식구들도 보고 싶고 목우회친구들도 보고 싶다. 가까운 친구들과 전화 인사만 했을 뿐이다.

 

 

우리집과 처가댁은 묘한 인연이 있다. 조부님 기고 날이 장모님 생신날이고, 내 생일날이 돌아가신 큰처남 기고 날이다. 3년 전에 조모님 제사를 조부님과 함께 지내기로 해서 안 지내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생산에 결혼이후 13년만에 우리집에서 하자고 하니까 처가 좋아한다. 올해 95세인 장모님은 걷지도 못하신다. 그런데 정신은 우리보다 더 좋고 소식을 하신다. 하루에도 열 번 정도 상을 차린다고 하니 처제에게 맏사위로서 미안할 따름이다.

 

 

이틀 앞당겨 내일 우리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장모님이 잡숫고 싶은걸로 정했다. 방역이 강화되기 전이라 다행이다. 장담은 못하겠지만 아마 우리집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생신이 아닐까 싶다. 나날이 힘들어 하시는 장모님 그리고 고생하는 처제 모두 안쓰럽다. 동서와 바둑도 두고 고스톱도 치면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내게도 작은 소망 하나가 있다. 처의 칠순이 1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겨울이라 여행을 못할 것 같아 내년 가을쯤 내게 가장 가까운 동생들 내외와 동서 내외와 함께 2박 혹은 3박으로 경남 하동에 가 보고 싶다. 토지의 배경인 최잠판댁과 좋아하는 가수중 한명인 동원네 카폐에 가서 관람을 하고 기행문을 쓰고 싶다. 꿈에 불과하지만 처도 이제 늙어 휠체어도 못 밀 것이며 나 또한 건강이 아떻게 될지 장담을 못하겠다.

 

 

처는 매사에 긍정적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옆에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젊어서 누려볼 것은 다 누려 보았다고 하면서 설사 내가 아프면 집을 팔아서라도 나를 위해 쓸 것이니 아무 걱정 말라고 한다. 그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파게 한다. 이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니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일까? 내가 무엇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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