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사생활에 일일이 말하는 것은 프라이버시도 있고 간섭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곡해를 일으키기 쉽다 그런 면에서 조심스럽다. 그러나 그것이 나와 연관이 되어 있기에 처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처는 기꺼이 응했다. 지난해 11월 초 30년만에 아들을 만났다. 이름이 석종이란다. 석종하고는 하루에 한 번 이상 통화하나 보다. 말이 30년이지 그 수 많은 나날들 그 사연이 오죽했으랴? 그로부터 두 달뒤 휴가를 내고 찾아 온다고 했고 지난 토요일에 찾아왔다.
석종이는 전날 3차 백신을 맞았다고 하는데 쉬지 않고 이튿날 새벽에 올라 온다고 전화가 왔다. 처나 석종이나 기대 반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일 것이다. 나 역시 들떠 있었고 정확히 12시에 도착했다. 40년만에 처음으로 엄마가 차려준 밥 얼마나 그립고 그리웠을까? 그 정의 시작은 어디였으며 어디로 흘러갈까?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주사 맞은 여파와 함께 피로감이 몰려 오나보다, 네 시간을 푹 자고 일어 나더니 둘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얼마나 보고 싶었겠는가? 그러고 보니 많이 닮았고 행동도 비슷하고 성격도 붕어빵처럼 같아 보였다. 내게 수도 없이 고맙다고 하는데 나인들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잘 왔다 하며 축하해 줄 뿐이다.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노래방을 갔다. 노래하는 모습까지도 똑같다.
석종이는 다른 이보다 고생을 많이 했나보다. 석종이 부친이 바람을 피웠고 처는 이해를 못하고 핏덩이인 아기를 두고 올라왔단다. 그리고 세 살때 둘째 어머니와 함께 올라와서 외할머니와 처를 보았다는데 세살 때 기억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석종이 나이 10살 때 그의 할머니께서 부르셔서 울산에 가서 “누구하고 살래” 라며 물었단다. 지금은 아빠하고 살고 커서 엄마를 찾겠다고 해서 헤어졌단다.
그의 나이 14살 때 셋째 어머니와 헤어져 지금껏 혼자 살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그의 나이 스무살 때 외가로 전화했는데 엄마는 절에 갔다고 혀여 더 이상 찾지 않았다고 한다. 일찍 결혼했으나 딸 하나를 두고 부인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딸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한단다. 그러니 가족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고 보고팠겠는가?
새 날이 밝았다. 아침을 먹고 장기 서너판 두고 실로 38년만에 외가를 찾아갔다. 처제는 내가 가면 항상 칙사대접을 하는데 외손자이자 조카가 찾아 오겠다는데 그 반가움이 얼마나 클 것인가? 살아생전에 외손자를 보니 감개무량하신가 보다. 그리고는 눈물바다가 된다. 조카들도 처음 보는 형에게 경의를 표한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평소처럼 고스톱판을 폈다. 처음 보는 광경인데도 석종이는 함께 웃고 놀고 기분좋게 보냈다. 오후 5시가 되어 우리집에서 2차 회식으로 치킨파티를 열었는데 처와는 달리 치킨은 물렸다고 하며 술만 들이킨다. 그리고 다시 고스톱을 쳤는데 석종의 모습이 처의 오빠이자 석종의 큰외삼촌하고 같다며 동서와 처제는 말한다. 아무리 처음 봤어도 그의 모습에서 처가의 옛 모습이 떠오르나 보다. 그런 말을 하니 석종이도 흥이 나는 모양이다. 소주 4명을 마시니 취하나 보다. 그렇게 해서 동서네는 돌아가고 석종이를 재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죄송하다고 인사를 한다. 처와 많은 이야기를 했나보다. 잘 잤나며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니 좋다고 한다. 취기 때문인지 아침을 잘 못먹는다. 차 한잔 마시며 그간의 소감과 함께 몇 마디 이야기를 했다. 모자의 인연 오랜만에 만났으니 서로 위하고 힘내라며 다음에 또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12시에 그는 건강하라는 인사를 하고 돌어갔다.
비록 우리 집안의 핏줄은 아니더라도 내 핏줄처럼 그렇게 석종이를 대하리라 처에게 눈물 흘리지 않게 하리라 다짐을 해 본다. 처는 도착하면 전화 해주겠다며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내가 취할 행동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옳은것인지 반문해 보지만 그 정답을 찾지 못하겠다. 먼 훗날 세월이 말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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