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신축년과 임인년 사이

역려과객 2022. 1. 1. 15:30

 

 

다사다난했던 경축년이 무거운 짐과 함께 지나가고 소리소문없이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정말로 기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던 지난해를 보내기가 아쉬웠던지 처는 연말 보너스를 혼자 계획라고 있었다.

 

 

30일 바람은 세차가 불고 날씨마져 추웠다. 처는 많은 사람을 사귀지는 않지만 한번 사귀면 정말 오래가서 2~30년 된 친구들이 매우 많다. 박선생님도 그들중 한 분이시다. 그분은 교육계를 정년 퇴직하고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비록 처보다는 한참 위시지만 같은 서울 태생으로 서로 뜻이 맞아 언니로 혹은 친구로 지내고 있는데 수학교사인 아드님과 같이 살지 않고 혼자 사신다. 지닌 봄에서 후한 대접을 받고 왔는데 그 집에서 송년파티를 하자는 것이다.

 

 

처는 밤새 놀고 다음날 오자고 한다. 그래서 그럼 나는 안 가겠다고 하니까 저녁까지만 먹고 오자고 하여 그리 합의를 보았다. 평생을 남의 집에서 자 본적이 없거니와 처가에 갔어도 한 번도 자고 온 적이 없거늘 내가 불편하고 그 상대방도 무척 불편할 것이 아닌가?

 

 

박선생님이 우리를 태우러 왔고 우리는 거의 빈손으로 간 셈이다. 도착하자마자 고기를 굽고 안주를 만들고 조영남의 가곡이 흘러 나오고 생전 보지 못했던 1933년산인 양주를 땄다 혼자 사시면서 부족한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처음 본 양주는 DEUX X.O라는 40도의 술이다. 한 잔을 마시니 정말 기분이 좋다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다. 넉 잔을 마시니 취해 잠이 들었다. 실컷 자고 나니 두 분은 대화에 심취해 있고 그 술병이 비워 있었다. 그것을 비우고 춤추고 난리가 아니다. 자고 내일 가라는 것을 마다하고 저녁을 먹고 일어났다.

 

 

택시를 잡으려 하는데 잘 안 잡힌다. 30분을 기다려 탔는데 시흥은 안 간단다. 다시 내려 한참 기다린 끝에 탔는데 기사가 하는 말이 말투를 보아 며느님 아니냐고 하여 한참을 웃었다. 처랑 같이 나가면 수없이 듣는 말이라 별로 나쁠것이 없다. 그만큼 처를 젊게 보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재미있게 놀다 왔다.

 

 

경축년의 마지막 날 햋빛 봐야 한다고 나를 태우고 나간다. 같은 목감동이라도 국민주택 아파트단지는 처음 와본다. 처는 늘 운동을 하니까 여러번 와 본 모양이다.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마지막 가는 날을 아쉬워하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과연 처가 없다면 내가 햇살을 구경할 수 있을까? 수일전 화장실에서 넘어졌는데 지금도 엉치가 아프다, 형광등 하나도 못 가는 내가 과연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매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모닝키스를 하며 서로에게 다짐을 했다. 건강하고 행복하지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자고 말이다. 가족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새해 인사를 올리고 신문을 보았다.

 

 

혹시나 하니 역시나였다. 신춘문예 당선자와 글 모두 흝어 보았다. 역시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당선자는 대부분 국문학과를 나온 석사이상이고 기자 혹은 출판인이었다. 언강생심 스스로 벽을 느꼈고 한 번 도전해 보았다는데 의의를 삼고 싶다. 그리고 올해 목표는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라 생각하고 더더욱 열심히 운동하자는 마음가짐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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