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임인년 새해 첫 나들이

역려과객 2022. 1. 17. 15:21

 

 

처가 아들을 보내고 많이 허전해 한다. 수 십년만에 만난 모자지간의 애뜻한 정이 그리 쉽게 접어질 수 있겠냐마는 매일 기다리는 처의 모습이 안쓰럽기조차 하다. 그 허전함을 달래려고 나에게 묻는다. 막내네를 불러 바닷가에 가자고 한다. 막내를 본 지 한 달이 되어 나도 보고 싶은 김에 그러라고 했더니 바로 전화를 한다. 제수씨도 좋다고 한다.

 

일요일 막내가 볼 일이 있나 보다, 토요일 퇴근하고 1시 반에 집에서 만나 대부도로 향했다. 동서지간에 무슨 말이 그리 많은지 동서지간이 아니라 친 자마매 같다. 오늘의 이야기는 막내의 처남이 사는 곳 고성 이야기와 처의 아들 석종이에 대한 이야기다.

 

 

KBS2의 새 프로그램인 한번쯤 멈출 수밖에 라는 프로가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이금희 아나운서와 가수 이선희가 여행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번 여행이 고성편이다. 우리가 지난 초가을에 여행했던 곳이 고성이었는데 우리가 갔던 그 길을 역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화진포, 김일성별장, 바닷가 둘레길 따라 재미있게 여행을 하고 막내 처남이 운영하는 베짱이 문어국밥집에서 우리가 먹었던 숙회며 국밥이며 빈대떡을 그대로 먹는다. 그것을 보며 문어숙회가 또다시 먹고 싶어진다.

 

사돈이 처남에게 전화를 하면서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하며 서민갑부도 촬영 예정이라고 한다. 어쨌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막내가 이야기한다. 타지방 사람이 자리잡기 위해 고생을 엄청 했다고 하는데 수십년만에 이제야 빛을 본다고 한다. 아무든 잘 된 일이다.

 

 

처와 제수씨는 처위 아들 이야기를 한다. 수십년 만에 만났는데 어쩌면 자기와 똑같냐며. 내리사랑은 어쩔수 없다며 제수씨와 재영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끝낼 줄을 모른다.

 

대부도는 수없이 왔지만 바다는 언제와도 탁 트여서 좋다. 비록 동해 바다보다는 못하지만 언제나 나를 품어줄 듯 포근하다. 동해 바다는 남성적이고 강렬해보이는 반면에 서해 바다는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하다. 날씨가 흐려 곧 비가 올 듯 찌뿌둥하다. 수호할머니집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왔다고 주인장은 생굴 한 접시를 서비스로 주신다. 우리는 빈대떡에 칼국수를 먹고 일어서려는데 집에 가서 먹으라고 반찬 몇 가지를 주신다. 계산하려는데 막내가 벌써 냈다고 한다. 새해 들어 첫 나들이인데 오늘은 입만 가져온 듯하다.

 

 

우리는 바닷가를 걸었다. 막내가 있어 휠체어를 이끌어 계단도 용이하게 옮길 수 있었다. 날씨만 좋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지만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낭만은 따로 있다. 바닷가를 바라보며 가정의 건강만을 빌었다.

 

 

찻집에 들어서서 막내의 심상치 않은 얼굴 수심에 가득찬 얼굴을 보고 처가 물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다만 당뇨의 진단을 받은 듯 하다. 나이 60이 넘어서부터는 매사 건강이 최우선이다. 그 다음이 자식 걱정 그것은 어느 가정이나 똑같다. 차를 마시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막내네로 인하여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아 매우 좋았다. 다시한 번 더 쫄깃쫄깃한 문어숙회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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