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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Wine come in at the mouth
사랑은 눈으로 들어가나니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나이들어 늙어 죽기 전에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알게 될 진실은 그것뿐 Before we grow old and die.
나는 입에 술잔을 쳐들어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그대 바라보며 한숨짓는다 I look at you, and I s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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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왜 술을 마시지요?”
“잊기 위해서 마신단다.”
“무엇을 잊으려고요?”
“부끄러운 것을.”
“무엇이 부끄러운가요?”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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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松江) 정철(鄭澈)
한 잔 먹세그려 또 한잔 먹세그려 꽃 꺾어 술잔 세며 한없이 먹세그려 죽은 후엔 거적에 꽁꽁 묶여 지게 위에 실려 가나
만인이 울며 따르는 고운 상여 타고 가나(매한가지) 억새풀, 속새풀 우거진 숲에 한번 가면... 그 누가 한 잔 먹자 하겠는가? 무덤 위에 원숭이가 놀러와 휘파람 불 때 뉘우친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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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호
술도 사랑도 마시면 취합니다 때로는 이성을 잃고 헤매기도 합니다
그러나 술은 마셔버린 양과 남겨진 양을 알 수 있지만 사랑은 얼마를 마시었고 얼마가 남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더 어렵습니다 술도 사랑도 빠지면 헤어날 수 없습니다 가끔은 그 안에서 목숨을 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술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깨어날 수 있지만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그 골이 깊어집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더 독합니다 술도 사랑도 혼자서는 외롭습니다 때로는 그 외로움에 가슴까지 시립니다
그러나 술은 혼자 외로움을 달랠 수 있지만 사랑은 그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더 힘듭니다 술도 사랑도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가끔은 너무 잦아서 귀찮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술은 떠올리고 마시는데 가슴이 아프진 않지만 사랑은 떠올리고 마시는데 마음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술보다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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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호
취하는 건 술이요 달래는 건 사랑이다
먼저 권하는 건 술이요 조심스레 권하는 건 사랑이다
버리는 건 술이요 간직하는 건 사랑이다
몸으로 마시는 건 술이요 가슴으로 마시는 건 사랑이다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건 술이요 한 사람에게만 줄 수 있는 건 사랑이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술이요 뜻대로 안 되는 건 사랑이다
손이 설레는 건 술이요 가슴이 설레는 건 사랑이다
비울 수 있는 건 술이요 채울 수 있는 건 사랑이다
잠을 청하는 건 술이요 잠을 빼앗는 건 사랑이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 술이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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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애
거치른 세상 살이 속고 속는 세월에 나 그리웁도록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아
고독하고 괴로울 때 언제나 밝은 등불 되어준 사람 초승달 넘어 갈 때까지 그리워 불러 본 사람아
아프고 슬플때 큰 힘이 되어준 사람 마주 앉아 술 잔 건내 받던 그 날을 떠올리며 그려 보는 밤
추울 때나 더울 때 우리는 마음을 주고 받은 사이 오늘같은 날 보고 싶은 그 얼굴 그 모습
한 잔의 술 사랑을 담고 그리운 당신을 담아 짜릿한 맛에 정신 흐려져 가물가물 떠오르는 사랑하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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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환
눈물처럼 뚝뚝 낙엽지는 밤이면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 넘어진 외로운 내 마음을 잡아 보려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렇게 이별을 견뎠습니다
맺지 못할 이 이별 또한 운명이라며 다시는 울지 말자 다짐 했지만 맨 정신으론 잊지 못해 술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버린 당신이 뭘 알아 밤마다 내가 마시는건 술이 아니라 술보다 더 독한 눈물 이였다는 것과 결국 내가 취해 쓰러진건 죽음보다 더 깊은 그리움 이였다는 것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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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야 신천희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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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엽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지.
나비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다가 발 아래 아시아의 반도 삼면에 흰 물거품 철썩이는 아름다운 반도를 보았지.
그 반도의 허리, 개성에서 금강산 이르는 중심부엔 폭 십리의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다가 참 재미난 꿈을 꾸었어.
그 중립지대가 요술을 부리데.
너구리새끼 사람새끼 곰새끼 노루새끼들 발가벗고 뛰어노는 폭 십리의 중립지대가 점점 팽창되는데, 그 평화지대 양쪽에서 총부리 마주 거누고 있던 탱크들이 일백팔십도 뒤로 돌데.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 물방게처럼 한 떼는 서귀포 밖 한 떼는 두만강 밖 거기서 제각기 바깥 하늘 향해 총칼들 내던져 버리데.
꽃피는 반도는 남에서 북쪽 끝까지 완충지대, 그 모오든 쇠붙이는 말끔이 씻겨가고 사랑 뜨는 반도, 황금이삭 타작하는 순이네 마을 돌이네 마을마다 높이높이 중립의 분수는 나부끼데.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면서 허망하게 우스운 꿈만 꾸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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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병
골목에서 골목으로
거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순하게 마련인가,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
밤은 깊어가는데,
할머니 등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빡 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이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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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병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 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 달에 한 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운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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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병
술 없이는 나의 생을 생각 못한다 이제 막걸리 왕대포집에서 한잔 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젊은 날에는 취하게 마셨지만 오십이 된 지금에는 마시는 것만으로 만족하다
아내는 이 한잔씩에도 불만이지만 마시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을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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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월
술은 물이외다
물이 술이외다 술과 물은 사촌(四寸)이외다. 한데 물을 마시면 정신을 깨우치지만서도 술을 마시면 몸도 정신도 다 태웁니다
술은 부채외다, 술은 풀무외다 풀무는 바람개비외다, 바람개비는 바람과 도깨비의 어우름 자식이외다 술은 부채요 풀무요 바람개비외다
술, 마시면 취(醉)케 하는 다정한 술 좋은 일에도 풀무가 되고 언짢은 일도 매듭진 맘을 풀어주는 시원스러운 술 나의 혈관(血管) 속에 있을 때에 술은 나외다
되어가는 일에 부채질하고 안 되어가는 일에도 부채질합니다 그대여, 그러면 우리 한잔 듭세, 우리 이 일에 일이 되어가도록만 마시니 괜찮을 걸세
술은 물이외다, 돈이 물이외다 술은 돈이외다, 술도 물도 돈이외다 물도 쓰면 줄고 없어집니다 술을 마시면 돈을 마시는 게요, 물을 마시는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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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택상
독한 술 마셨다
지구가 흔들리는지 어쭙잖은 내가 흔들리는지 흔들흔들 잘도 춤춘다
취한 눈 부릅뜨고 어금니 깨물며 쳐다본 세상 소복입고 달그랑 달그랑 천상으로 향한다
의식은 깨어 이렇게 숨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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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줄 이어 매여 가나 유소보장에 만인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떡갈나무 백앙숲에 가기 곧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 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잿납이 휘파람 불 제야 뉘우친들 어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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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보
부용원 밖의 강 어귀에 앉아서 돌아가지 아니 하니
수정같은 봄 궁전 빛이 볼수록 아른아른 거리네
복숭아 꽃은 가늘게 버들꽃을 쫓아서 떨어지고
꾀꼬리는 때때로 백조와 함께 나는구나
맘껏 마셔 사람이 모두 버림을 오래 저바리고
조회조차 게을리하니 진실로 세상과 서로 어긋나네
관리의 마음으로는 다시 창주가 먼 것을 아노니
늙어서도 한갓 옷을 떨치지 못함을 슬퍼하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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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백
兩人對酌山花開 / 둘이서 한 잔하니, 산꽃이 피네
一杯一杯復一杯 / 한 잔, 한 잔, 또 한 잔
我醉欲眠君且去 / 나는 취해 자고 싶네, 자넨 가고 싶으면 가게
明朝有意抱琴來 / 내일 아침에 맘 있거든 거문고나 갖고 오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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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백
1.
花間一壺酒 / 꽃나무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獨酌無相親 / 홀로 따르네 아무도 없이
擧杯邀明月 / 잔 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
對影成三人 / 그림자와 나와 달이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 /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影徒隨我身 / 그림자는 나를 따르기만 하네
暫伴月將影 /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 함께 있으니
行樂須及春 / 봄이 가기 전에 즐겨야 하지
我歌月徘徊 /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我舞影零亂 /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춤추네
醒時同交歡 / 함께 즐거이 술을 마시고
醉後各分散 / 취하면 각자 헤어지는 거
永結無情遊 / 무정한 교유를 길이 맺었으니
相期邈雲漢 / 다음엔 저 은하에서 우리 만나세
2.
天若不愛酒 / 하늘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酒星不在天 / 주성이 하늘에 있지 않을 거고
地若不愛酒 / 땅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地應無酒泉 / 땅에 주천이 없었을 거야
天地旣愛酒 / 하늘과 땅도 술을 사랑했으니
愛酒不愧天 / 내가 술 사랑하는 건 부끄러울 게 없지
已聞淸比聖 / 옛말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復道濁如賢 /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하였네
賢聖旣已飮 / 현인과 성인을 이미 들이켰으니
何必求神仙 / 굳이 신선을 찾을 거 없지
三杯通大道 /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할 수 있고
一斗合自然 /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되는 거라
但得酒中趣 / 술 마시는 즐거움 홀로 지닐 뿐
勿爲醒者傳 / 깨어 있는 자들에게 전할 거 없네
3.
三月咸陽城 / 춘삼월 함양성은
千花晝如錦 / 온갖 꽃이 비단을 펴 놓은 듯
誰能春獨愁 / 뉘라서 봄날 수심 떨칠 수 있으랴
對此徑須飮 / 이럴 땐 술을 마시는게 최고지
窮通與修短 / 곤궁함 영달함과 수명의 장단은
造化夙所稟 / 태어날때 이미 다 정해진 거야
一樽齊死生 / 한 통 술에 삶과 죽음 같아보이니
萬事固難審 / 세상 일 구절구절 알 거 뭐 있나
醉後失天地 / 취하면 세상천지 다 잊어버리고
兀然就孤枕 / 홀로 베개 베고 잠이나 자는 거
不知有吾身 / 내 몸이 있음도 알지 못하니
此樂最爲甚 / 이게 바로 최고의 즐거움이야
4.
窮愁千萬端 / 천갈래 만갈래 이는 수심에
美酒三百杯 / 술 삼백잔을 마셔볼거나
愁多酒雖少 / 수심은 많고 술은 적지만
酒傾愁不來 / 마신 뒤엔 수심이 사라졌다네
所以知酒聖 / 아, 이래서 옛날 주성이
酒감心自開 / 얼근히 취하면 마음이 트였었구나
辭粟臥首陽 / 백이는 수양 골짝에서 살다 죽었고
屢空飢顔回 / 청렴하단 안회는 늘 배가 고팠지
當代不樂飮 / 당대에 술이나 즐길 일이지
虛名安用哉 / 이름 그것 부질없이 남겨 무엇해
蟹오卽金液 / 게 조개 안주는 신선약이고
糟丘是蓬萊 / 술 지게미 언덕은 곧 봉래산이라
且須飮美酒 / 좋은 술 실컷 퍼 마시고서
乘月醉高臺 / 달밤에 누대에서 취해 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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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백
君不見 /그대 보이지 않는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의 물은 하늘가에서 흘러내려 奔流到海不復回 /바다로 여울져 돌아드나 돌아오지 못하네
君不見 /그대 보이지 않는가 高堂明鏡悲白髮 /높은 누각 밝은 거울에 비친 백발이 서럽구나 朝如靑絲暮成雪 /아침녘 푸르른 실타래같던 머리카락,노을지니 눈처럼 바래었어라 人生得意須盡歡 /거칠것 없던 인생, 그 즐거움은 이미 다하였으되 莫使金樽空對月 /달을 우러러 아름다운 술잔 홀로 기울이지 말지니 天生我材必有用 /이 땅에 태어난 나의 재주 기필코 쓰일곳 있으리라 千金散盡還復來 /흩어진 천금도 언젠가는 순리를 따라 돌아오는 일 있듯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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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삿갓
책 읽느라 머리는 희어지고 칼 익히는 동안에 해는 기우네
가없는 게 하늘과 땅뿐이리, 이 내 한도 길어라
장안의 붉은 술 열 말을 앓듯이 들이킨 뒤
가을바람에 삿갓 쓰고 금강산에 드노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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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삿갓
찬 소나무 아래 외딴 주막 안
한가롭게 누웠으니 딴세상 사람 같네
가까운 골짜기서 구름과 함께 즐기고
개울가에서는 새소리 이웃한다
시끄러운 세상일로 어찌 뜻을 거칠게 하리
시와 술로 내 몸을 즐겁게 하네
달이 뜨면 곧 옛생각하며
유유히 단꿈에 빠져들겠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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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삿갓
신선의 자취는 구름길처럼 아득하고 먼 길 떠도는 나그네 회포 날 저무니 더 어둡네
학 되어 날아간 신선 간 곳 물을 데 없고 봉래산 소식은 꿈속에서만 희미하네
젊은 몸에 기생 안으니 천금이 지푸라기 같고 대낮에 술독을 끼니 만사가 구름 같구나 먼 하늘 날으는 기러기 물따라 날기 쉽고 푸른 산 지나는 나비 꽃 피하기 어렵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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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훈 곡/ 양명문 시/ 오현명 노래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이 몸은 없어질 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헛헛헛헛 명태라고 헛헛헛헛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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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인
흰 양말을 벗어놓은 잠을 깨고 보니 여기가 어디, 주인은 떠나고 그가 기르는 백리향 한그루만 남아서 빈방을 채우네
그이를 만나려고 이제야 찾아온 일이기도 하였는데 어젯밤 술이 자못 내 얼굴을 사랑하게 하였을까
모든 것이 끝났어, 양말을 찾는데 빨랫줄에 널어놓은 그의 옷이 살랑살랑 떠난다는 말을 받네
술에 취해 만난 사랑… 깨어보니 나 혼자 남았구나
정신없이 술에 취한 밤 다음에는, 여지없이 공허와 환멸의 아침이 찾아올 것이다. 속이 쓰리거나 머리가 아픈 것보다 참기 힘든 것은, 그 전날 밤의 술 취한 자신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분노이다.
술은 풍요와 도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내면의 억압된 것들이 고개를 내밀게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술 취한 다음 날 아침의 쓰라린 회한은 안으로부터 참았던 것들을 쏟아낸 이후의 주체할 수 없는 허무감과 닿아있다.
술 취한 나는 ‘그이를 만나러 이제야 찾아온 길’이었다. 그이를 만나러 오는 것은 오래 참았던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래서 나는 술에 취하고 만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술 취한 나의 얼굴은 결코 사랑스럽지 않았을 것이며, 잠에서 깨어난 아침 그이는 여기 없다. 술을 통해 전달되는 진실이란 언제나 불안한 것이다.
술 취했던 나에 대한 환멸은 그이의 부재와 겹쳐지면서 치명적인 이별의 순간을 마주하게 한다. 벗어놓은 흰 양말과도 같은 나의 사소한 진실을 그이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어’라고 독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 빨랫줄에 말없이 흔들리는 그의 옷은 이 모든 나의 회한과 절망에 대해 ‘살랑살랑’ 말을 받아준다. 그 빨래의 인사는 사랑의 참혹한 끝이 아니라, 이 아픈 회한조차 사랑의 일부라고 가만히 말해주는 것일까?
(이광호의 새 시집 읽기, 문화평론가.서울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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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술에 술 배운다. 술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반드시 남의 권유로 못 이겨 마시다가 배우게 된다.
금주(禁酒)에 누룩 흥정한다. 술을 먹지 않는 사람에게 누룩을 팔려고 함이니, 필요 없는 수고를 한다는 뜻이다.
김씨가 먹고 이씨가 취한다. 무슨 일을 하거나 그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하여 남에게 책임을 지운다.
뜸물 먹고 주정한다. 공연히 취한 척하고 건성으로 부리는 주정이다. 이치에 닿지 않는 생억지를 장난으로 이르는 말이다.
반 잔 술에 눈물 나고 한 잔 술에 웃음 난다. 남에게 무엇을 주려면 푸짐하게 주어야지 그렇지 못하면 도리어 인심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초상 술에 권주가 부른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수풀의 꿩은 개가 내몰고 오장의 말은 술이 내몬다. 술을 마시면 마음속에 있는 것을 모두 말해버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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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비와 같다. 진흙 속에 내리면 진흙을 더 더럽게 하나 옥토에 내리면 그 곳에 꽃을 피게 한다. - 존 헤이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술에 빠져 죽은 사람이 더 많다. - T. 풀러
까닭이 있어서 술을 마시고 까닭이 없어 마신다. 그래서 오늘도 마시고 있다. - 돈키호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전혀 알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자가 처음으로 술을 마실때이고, 또 하나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술을 마실 때이다. - O.Henry <점잖은 사기꾼>
술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고, 사랑은 자유를 빼앗아 버린다. 술은 우리를 왕자로 만들고, 사랑은 우리를 거지로 만든다. - W. 위철리
“술 한 잔은 건강을 위해, 두 잔은 즐거움을 위해, 석 잔은 방종을 위해, 넉 잔은 광란을 위해 있는 것이다.” - 그리스 철학자 아나카리시스
알콜은 사랑과 같다. 첫키스는 신비롭고 두번째는 감미롭고 세번째는 일상적이고 그 후는 여자의 옷을 벗겨버린다. Alcohol is like love. The first kiss is magic, the second is intimate, the third is routine. After that you just take the girl's clothes off. - R.Chandler
술고래가 술을 마신다. 술은 그때서야 비로서 술고래에게 복수한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술을 권하지 않을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술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술을 권할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 김승호
술은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 다만 친구가 있고 술이 있으면 더 즐거워질 뿐이다. 기분 나쁠 땐 아예 안 마시는게 좋다. - 일본 사케(청주)전문가 기요쓰네
맥주는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 맛은 쓰지만 마음을 여는데는 묘약이다 -휴꾸자 유기찌
술을 탐내는 마음은 본질적으로 바른 마음이다. 술과 차를 대비할 때, 그 차이점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차는 은자(隱者)와 같고, 술은 기사(騎士)와 같다. 술은 친구를 위하여 있는 것이고 차는 조용한 유덕자(有悳者)를 위하여 있는 것이다. - 임어당
인생은 짧다. 그러나 술잔을 비울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 노르웨이 속담
거울은 당신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르쳐 준다. 술은 당신의 흐트러진 마음을 가르쳐 준다. 술잔 앞에서는 마음을 여미라! - 독일 속담
술이 머리에 들어가면, 비밀이 밖으로 밀려 나간다. - 탈무드
웨이터의 매너가 좋으면, 어떤 술이라도 미주(美酒)가 된다. - 탈무드
악마가 사람을 방문하기에 너무나 바쁠 때에, 그 대리로서 술을 보낸다. - 탈무드
꽃은 반만 핀 것이 좋고 술은 조금 취하도록 마시면 이 가운데 무한한 가취(佳趣)가 있다. 花開半開 酒飮微훈 此中有佳趣 - <菜根譚> 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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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20년>
"자네 술 끊었다지?" "응, 5년간 끊기로 맹세했네." "거 왜 그렇게 했나?" "10년간 해놓고서 밤에만 마시지." "음 그것도 그럴 듯하네, 그렇다면 차라리 20년으로 해놓고 밤낮으로 조금씩 마시면 어떨까?"
<약속 지키는 남자>
브랜디를 스트로로 마시고 있던 남자 왈, "마누라에게 약속했거든 다시는 잔을 입에 안 댄다고 말이야."
<결점은 단 하나>
"술은?" "못 마십니다." "담배는?" "안 피웁니다." "노름은?" "아뇨, 안해요." "옳아, 그럼 여자를 밝히겠구만·······." "처 이외의 여성은 쳐다본 적도 없습니다." "그럼 자네한테는 결점이라곤 하나도 없군 그래." "꼭 하나 있습니다." "뭔데?" "저는 거짓말하는 버릇이 좀 있습니다."
<물이다!>
포도주의 도사가 어떤 술이라도 맛을 보면 산지(産地)와 햇수를 정확히 알아 맞혔다. '샤토 아칸 1906년' '몬트리세 1911년'······ 이렇게 척척 맞히고 열번째 잔을 맛보게 되었는데 입맛을 다시며 생각을 거듭하다 "이 술은 마신 적이 없는 걸, 도저히 무언가 짐작이 안 가" 했다. 그 때 "물이다 !" 하고 주위 사람들이 웃으며 외쳤다.
<맥주는 바로 화장실로>
진탕으로 취한 손님이 술집에 들어와서 맥주를 시켰다. 웨이터가 보니까 손님은 맥주를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빈병을 들고 나온 손님은 다시 맥주를 주문하더니 역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웨이터는 더 이상 호기심을 누를 수 없어 그 손님에게 물어보았다. "손님께서는 맥주를 화장실에 들고 가셔서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간단하지, 쏟아버리는 거야." "무슨 까닭이죠?" "간단하지. 맥주를 마시면 소변만 나오니까 말야. 나는 창자로 맥주를 통과시키는 건 싫증이 났으니까아예 쏟아버리는 거야."
<남편의 시세>
마누라한테 " 이 망나니 주정뱅이야! 당신 따윈 서푼짜리도 못되는 인간이에요" 하는 소리를 날마다 듣던 남편이, 술에 취해서 자동차에 치어 죽었다. 단박에 굴러 들어온 위자료가 5만 달러. 아내는 눈물이 글썽해져서 말했다. "여보 미안했어요. 서푼짜리도 안된다고, 늘 바가지를 긁어서······ . 5만 달러나 나갈 줄 알았으면, 진작 술이나 많이 먹여 줄 걸······ ."
<파리>
"이봐 웨이터. 내 와인 속에 파리가 한마리 수영하고 있지 않아!" "손님두, 그렇게 작은 파리가 마시면 얼마나 마시겠습니까?"
<주정꾼 부자>
아버지가 아들게게 "임마 네놈의 머리는 돌이로구나. 네까짓 것한테는 이 집을 물려줄 수 없어" 하고 호통을 쳤다. 아들 역시 어지간히 취했던지, "물려받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빙글빙글 도는 집을 어디다 쓰겠어요." 했다.
<질이 다르다>
"여보게, 자넨 결혼하고 나서도 여전히 마시네 그려." "음 결혼 전에는 즐거워서 마셨고, 지금은 홧김에······ ."
<공처가>
공처가 셋이 술집에서 신세타령을 늘어놓았다. "우리집 여편네는 지긋지긋하게 귀찮게 굴거든." "우리집 마누라도 마찬가지야. 이거 견딜 수가 있어야지. 이제부터는 번 돈을 빼앗기지 말도록 하자구." 그러는데 마침 세 명의 아내가 덤벼들었다. 혼비백산한 남편들은 모두 뿔뿔이 도망쳤는데 한 사람은 끄떡 없이 버티고 있었다. 숨어서 술집 안을 들여다 본 두 남자는, "저 친구는 담력이 대단해, 저것이 진짜 사나이라는 거지!" 하고 감탄하면서 아내들이 철수한 술집으로 되돌아왔다. "자네야말로 훌륭한 사나이일세. 우리 선생님이야."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그는 그만 쇼크로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두 냥에 잡혔소>
어떤 마누라가 남편에게 무명 한 필을 팔아오게 하였다. 그 남편이란 사람은 무명 판 돈으로 모두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 마누라는 크게 화가 나 꾸짖더니 다시 무명 한 필을 짜서 주었다. "오늘은 술을 마시지 말고 잘 팔아 오시오. 날마다 술을 마시기만 하시면 생계는 무엇으로 합니까?" 남편은 다시 장에 가서 팔고는 술을 외상으로 실컷 마신 다음, 돈을 허리춤에 차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는 꾀를 내어 자기 밑천을 얽어매어 뒤로 붙이고 집에 들어설 때는 짐짓 크게 취한 체하고 헛기침을 하며 걸어 들어갔다. 마누라는 또 바가지를 긁었다. "오늘 또 취해서 돌아왔으니 무명 판 돈으로 마셨을 게 아니오." 이에 남편은 허리춤에서 돈 꾸러미를 풀어 놓으며 말했다. "술을 먹긴 누가 먹었단 말이오. 여기 다 있는데." "그럼 무슨 돈으로 술을 이렇게 취하도록 마셨죠?" "술집 앞을 지나려니 군침이 도는데 차마 돈은 쓸 수 없어서 그것을 빼어 맡기고 마셨지."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어디 봅시다." 이에 남편이 바지를 벗고 보인즉, 과연 있어야 할 그것이 없었다. 마누라가 크게 놀라, "이게 무슨 짓이오? 대체 얼마에 전당하였소?" "두 냥일세." "자, 이 두 냥으로 어서 가서 찾아 오시오." 마누라가 아까운 줄 모르고 무명 판돈에서 두 냥을 꺼내 놓았다. 그는 그 두 냥을 가지고 가서 외상값을 갚고 몇 잔을 더 마신 후에 검댕을 그곳에다 바르고 오니 마누라가 물었다. "찾아왔소?" "찾아오기는 했으나, 술집에서 부지깽이로 써서 시커멓게 그을러 버렸소." "어디 봅시다." 보니 과연 새까만지라, 마누라는 치마폭으로 씻어 주면서, "원 망할놈의 여편네, 남의 물건을 전당잡았으면 고이 돌려 줄 일이지 이렇게 함부로 굴려?" 라고 원망했다.
<한잔 할까?>
어느 신혼부부가 어찌나 사이가 좋던지 신랑이 어디를 나갔다 들어오면 사람이 있고 없고를 가리지 않고 아내를 골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한판 해치웠다. 아내가 사람 있을 때를 민망하게 생각하여, "사람이 있거든 한잔 할까 하고 청해 주세요. 그러면 내 슬그머니 골방으로 들어갈께요. 그러면 사람들은 모두 술을 마시는 줄로만 알게 아닙니끼?" "좋은 생각이오." 이리하여 그날부터 한잔 마시는 것으로 약속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장인이 마침 찾아왔는데 신랑이 나갔다가 돌아왔다. 장인 앞에서 아내를 보고, "한잔 하는 것이 어떻겠소?" 하니, 아내가 곧 신랑을 따라 골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다시 돌아왔는데 보니 얼굴이 모두 시뻘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를 본 장인은 집에 돌아가서 아내에게, "괘씸한 것들, 딸이란 것이 남만도 못하니 이제부터는 아주 발길을 끊으시오" 하고 화를 냈다. 아내는 이상히 여겨 물었다. "대체 무슨 까닭이세요?" "내가 술 좋아하는 줄은 그년도 다 알면서 골방에 술을 담아 놓고는 저희 내외만 몰래 들어가서 퍼먹고 나오니 그런 경우가 있단 말이오? 이제부터는 임자도 그년의 집에 가기만 하면 내 다리를 분질러 놓겠소." 아내는 이 말을 듣고 영감이 없는 틈을 타서 몰래 딸네집에 갔다. "너희 아버님이 노발대발 하시드라." "왜요?" "일전에 너희 아버님이 오셨을 때 너희끼리만 골방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고 나왔다니 그게 참말이냐?" "아버님이 오해하신 거예요. 본래 그 일이 여차여차 해서 그리된 것이지 술은 없었어요. 술이 있었으면 어찌 아버님께 올리지 않았겠읍니까. 어머님께서 돌아가셔서 잘 말씀드리고 아버님의 노여움을 풀어드리세요." 아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영감에게, "오늘 딸네 집에 갔더니······." "뭐야? 딸년네 집에 갔었다구?" "그렇게 화만 내시지 말고 제 말 좀 들어보셔요. 그 일은 여차여차 해서 그리된 것이지 골방엔 술이 없었답니다." 그제야 영감은 노여움을 풀고, "그 일이 그런 줄은 내 미처 몰랐군. 그 방법이 심히 묘하니 나도 한잔 마셔야겠네" 하고는 곧 한잔을 마셨다. "한잔 더 하리이까?" 하고 아내가 말하니 영감은, "늙은이는 한잔으로 크게 취하는구료" 했다.
<못 말리는 술고래>
두 사람이 술에 엄청 취한 상태로 철길을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앞에서 기어가던 친구 왈···· "무슨 사다리가 이렇게 길지? 끝이 없네. 도로 내려갈 수도 없고 죽여주는구먼." 그러자 뒤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못 올라가겠다. 좀 쉬어가자. 어! 밑에서 엘리베이터가 올라온다!"
<반성> -김영승-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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