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호가 예약한 한옥팬션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고급 한옥에 운치마저 우리를 신나게 한다. 저녁거리가 부실하여 주인장이 가르쳐 준 곳으로 가서 김치찌개를 사왔다.
저녁에 비가 많이 온다. 달이 아닌 빗소리를 벗삼아 광호가 만든 돼지 바베큐와 함께 김치찌개를 먹으니 그 맛이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여행의 참맛은 먹거리와 함께 빗소리가 간장을 녹이게 한다. 곁들여 먹는 소주 한잔 정말로 부러울 것이 없었다.
TV에서는 북한이 쏴 올린 화성17호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모두들 피곤해한다. 9시쯤 졸리워 잠자리에 들어섰지만 바람과 빗소리에 토끼잠을 자야 했다. 잠자리는 바뀌었어도 뿌듯한고 행복한 밤이었다.
이튿날 새벽 6시에 목욕을 하고 나와 팬션 밖을 바라보니 천국이 따로 없다. 상쾌한 한옥에서 바라보는 들녘은 공기도 깨끗하니 맑다. 울긋붉긋 매화 그리고 노란 산수유가 자연 그대로 60년대의 시골맛이었다. 고풍스런 팬션한옥 깔끔하고 정갈하다. 처제는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까지 한다. 아침부터 비둘기 쟁끼 등 새들이 맞장구를 쳐 준다. 비온 뒤의 시골은 경이롭기만 하다.
아침을 라면과 찹쌀밥과 김치찌개로 하니 무엇이 부러울까? 팬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우리는 귀향길로 접어들었다. 광호에게 화개장터에 갈 수 있느냐고 물으니 그리하겠다고 한다.
밖을 나와 차를 세우고 들녘을 바라보니 가관이다. 온통 매화이다. 하얗고 빨갛고 노랗고 감수성이 많은 처는 뛸 듯이 기뻐한다.
화개장터로 가는 길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이 경이롭다 오고 가는 차가 없다. 이 차가 전세를 낸듯하다. 날씨에 취해 풍경에 취해 꽃에 취해 우리들의 입에서는 감탄사만 절로 튀어 나온다. 이런 꿈같은 여행 4년전 평창 여행때 느낀 것 이상으로 모두 행복감에 젖어있다.
이윽고 화개장터에 도착했다. 진입금지라는데 휠체어를 보더니 빨리 지나가라 한다. 고맙다고 하고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니 뭔가 계를 탄 느낌이 든다. 조카들과 여러번 여행을 했으나 모두들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들이 어우려진 가수 조영남이 불러 히트를 쳤던 화개장터 하지만 시골장터 일뿐이다. 노래로 유명해진 장터이지만 안양의 시장보다 훨씬 적다. 조영님씨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우리는 구례로 달려갔다.
우리의 마지막 코스인 산수유 마을로 향했다. 양지쪽에서 새봄을 알린다는 산수유는 절정이라 바라보기만 해도 봄내음이 풍기는 듯하다. 가는 길에 지리산 자락인 노고단이 보인다. 옛날 지리산에 갔을 때에는 경남 산청에서 올라갔는데 전라도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처음이다
구례의 산수유 꽃길은 산 잔체가 노랗다. 정말 꽃 실컷 구경했다. 정말 보기가 좋다. 매화가 지는 시기라면 산수유는 비가 와서 그런지 더욱 노랗다. 꽃구경하러 산 전체를 차와 사람으로 뒤덥혔다.
모두들 행복감에 젖어 있지만 다시 고생을 할 처제가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생전 이야기 안 하던 처제도 이젠 힘들다고 한다. 자동차 안에서의 자매는 서로 위하고 아껴 주었다. 다음 주부터는 또 고생을 해야 한다. 옛날 같았으면 환갑을 넘긴 사람은 온 동네에서 떠 받들었다. 그런데 그 나이에 몸도 마음도 힘들 것이다.
자매의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침만 래도 날아갈 듯한 마음들이었는데 모두들 피곤해 한다. 광호는 13시간을 운전한 셈인데 그래도 젊음이 좋긴 한가보다. 시흥에 오니 두시가 넘었다.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훗날을 기약하고 헤어져 집에 들어오니 저절로 눈이 감겨온다. 보너스 같은 생각지 않은 추억의 꽃 여행길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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