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는 아무런 조건없이 내가 마냥 좋은가 보다. 나랑 나가면 무조건 좋다고 한다. 옛날처럼 물왕저수지에는 못가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정도 밖으로 나가면 항상 웃음기 띤 얼굴로 그윽이 나를 바라본다. 설사 그것이 병원에 가는 것이라도 좋아한다. 나도 팔불출이지만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는 처 역시 팔불출이긴 마찬가지다.
올해는 사고난지 30년이 되었고 일기를 쓴지 50년 되었지만 마음속으로만 아파했고 자축했다. 그런데 처는 나와 만난 날부터 세세하게 기억을 한다. 오늘은 지방선거 하는 날인데 사전투표를 했다.
14년전 오늘 처와 준카폐에서 맞선을 보았다. 그리고 3년전 오늘과 작년 오늘 이곳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처는 오늘을 기다렸나 보다. 박선생님까지 초대를 했다. 박선생님은 베고니아 꽃다발을 사가지고 오셨다. 우리는 12시 반에 집에서 일어나 카폐로 갔다. 힘들게 힘들게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좋기는 좋다. 2층으로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돈가스와 맥주를 시켜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점심 치고는 맛이 별로였다.
두시가 되니 이름 모를 가수가 와서 노래를 부른다. 처가 미리 준비한 편지와 더불어 노래를 신청한다. 고맙소 바램 등 처가 신청한 노래 네 곡을 연달아 부른다. 우라는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아무리 무명가수라 해도 이렇게 내 눈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거의 40년만일 듯 하다. 우리에게 한참을 바라보며 힘과 용기를 준다. 정말 오랜만에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주인이 바뀌었는지 음식맛도 별로이고 커피도 없지만 열창하는 무명가수에게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흡족하였다. 동네에 와서 처의 단골인 라라커피솝에 와서 커피 한 잔을 하니 금상첨화였다, 과거의 추억을 더듬어 기억해 주고 함께라면 언제 어디서곤 같이 하려고 하는 그 마음이 참사랑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고마움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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