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처음으로 야구장을 가다

역려과객 2022. 5. 6. 15:56

 

 

처는 정말 내 가슴속에 들어가서 나온 듯 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속속들이 캐치하여 마음속에 저장하여 두었다가 정박 필요시 꺼내어 펼친다. 어떨 때는 족집게 같기도 하여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래서 부부인가 싶을 정도로 앞을 내다본다. 나는 소극적이라 마음속에만 있는데 처는 매사 긍정적이고 필요때마다 우스개 소리도 하고 암튼 내게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다.

 

지난 일요일은 막내 생일이었다. 동생과 제수씨들에겐 항상 가족 회식을 해 왔다. 이번에도 소고기 먹을 줄 알았는데 초록마을 염소탕집으로 정했다. 준호만 빼고 모두 모였다. 염소탕도 오랜만에 먹는데 모두들 잘 먹으니 기분이 좋다. 안 먹을 줄 알았던 처도 맛있게 먹는다. 대부분 처와 제수씨가 이야기하고 우리는 주로 듣는 편이다.

 

이대호를 보는 나는 즐겁기만 하다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처가 재영이에게 부탁을 한다. 큰아빠가 야구장 가는 것이 소원인데 같이 가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나도 놀랍다. 야구 하는 날은 매일 저녁을 TV 앞에서 야구를 보는데 야구장을 가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오히려 내가 놀라웠다. 재영이는 핸드폰을 뒤적이더니 수요일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렇게 하자고 한다. 제수씨가 KT위즈파크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대호와 한동희 그리고 박병호와 지금 부상 중인 강백호의 싸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나는 처분만 바랄 뿐이었는데 쉽게 답해주니 고맙기만 하다. 처는 염소고기를 먹고 이틀을 앓았다. 신체구조가 특이하다. 돼지고기를 먹어도 안 좋고 소고기를 먹어도 별로이지만 분위기에 휩싸여 먹는다. 이번에도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스포츠는 거의 다 좋아했다. 모교인 안양중공고에 힘입어 서울구장 등을 많이 갔었고 옛날엔 육상과 수영의 한국신기록은 줄줄이 외웠던 기억이 난다. 포로 농구도 좋아해서 여자농구 신한은행이 안산에 있을때에는 관람도 했고 지금은 안양 농구를 응원하고 전주원을 좋아하여 우리은행을 응원하고 있다. 남자 배구는 오케이 저축은행 여자는 박미희를 좋아해 흥국생명을 응원한다.

 

전에는 새벽마다 LPGA를 보았고 신진서와 최정의 바둑과 장기도 잘 본다. 축구는 서울과 안양을 응원하고 국가대표는 반드시 본다, 손흥민도 빼놓지 않고 보려고 한다. 경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보게 된다.

 

 

프로야구는 처음부터 좋아했다. 80년대의 장효조를 좋아했고 90년대의 김경기를 좋아했고 2000년대부터는 이대호를 좋아했다.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부모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라 롯데에 입단하면서 계약금으로 연탄후원과 봉사를 한 것에 감동을 받아서였다. 지금도 후원을 많이 하고 연탄봉사를 할 뿐아니라 성적도 잘 내 그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저녁마다 보게 되고 일본에 갔을때에도 일본 야구를 볼 정도 였다. 조선의 4번타자인 그가 마냥 좋다.

 

 

KBS에서 하는 옐로우카드라는 프로가 있는데 2010년도에 류현진과 이대호 중 누가 MVP감이냐고 묻길래 이대호가 이래저래 해서 타야 된다고 글을 써서 올렸더니 당첨 되었다고 이대호의 싸인볼을 상품으로 받은 적이 있다.

 

 

 

그런 배테랑이 갖은 기록은 무척 많고 올림픽에서도 일본에서도 우승을 했는데 정작 롯데에서만은 우승을 못했다. 20년 이상을 해온 선수중 우승을 못해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런 그가 올래 41살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은퇴를 한다. 그가 계약을 할 때 우승할시 2억을 받기로 하고 합의를 보았는데 올해가 그 마지막이라 아쉽기만 하다, 그 아쉬움을 알아챈 처가 재영이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새날이 밝았다. 설레임 반 초조함 반 들뜬 밤을 보내고 니니 웬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오전에 대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작은 집을 갔다. 어버이날을 미리 간 셈이다. 공원에 가서 처는 샌드위치등 먹을 것을 샀다.

 

오후 다섯시 반에 막내 제수씨가 왔다. 그리고 출발 설레임은 여전하다. 부곡동 지나갈 무렵 막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도 끝났다고 온다고 표 하나 끊어 놓으란다. 3루석은 매진이고 장애인 보호석은 한 자리라 일반석 뿐이 없다고 한다. 아무튼 640분에 도착했다. 핸드폰에선 1회초 전준우의 적시타로 1점 나고 이대호의 병살로 1회초가 끝나고 있었다.

 

 

 

장애인석은 정말 잘 해 놓았다. 일반인은 15000원인데 장애인은 보호자와 둘이 15000원을 받는다, 누구보다 편하고 보기 좋게 배치해 놓았다. 선수들마다 응원가가 따로 있다. 맨날 듣는 응원가라 모두 익숙하고 더구나 경기 초반이라지만 2위를 한 것은 10년만이라 한다. 안경 에이스인 박세웅과 안치홍의 연타석으로 응원은 고조되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홈팀은 주로 1루 어웨이팀은 3루에서 응원한다. 1루보다 3루 응원석이 몇 곱절 다 많다. 그만큼 롯데는 신이 나 있다. 지난주까지 최고의 타자인 리틀 이대호인 한동희는 3타수 무안타에 20게임 연속안타 기록이 사라졌고 이대호는 그나마 안타 하나를 쳐 4타수 1안타로 제 몫을 해 주었다. 아무튼 기분이 좋다.

 

 

 

9회말 투아웃인데 막내가 오더니 끝나면 복잡하니까 미리 나가자고 하여 바로 일어섰다. 비교적 일찍 끝난 셈이다. 9시가 넘어 우리는 귀가길이 들어섰다.

막내 제수씨를 만나 같이 목감으로 와서 처와 목감에서 만나 우리는 족발집으로 들어갔다.

 

 

족발과 보쌈을 안주삼에 소주 한잔을 하였다. 후일담으로 야구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밤늦게 이렇게 술자리를 가진 것도 오랜만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한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정말 잊지 못할 추억거리 하나를 만들었다. 아마 올해 중 가장 기억에 남을 하루일 듯 하다.

 

'해운의 일기 그리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친 기고 11주기를 맞이하여  (0) 2022.06.10
준카폐에 가다  (0) 2022.06.03
보너스같은 1박2일의 꽃여행 2  (0) 2022.03.30
보너스같은 1박2일의 꽃여행 1  (0) 2022.03.30
과분한 사랑  (0)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