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보너스 같은 추석 연휴와 아시안게임

역려과객 2023. 10. 10. 15:44

 

 

내게는 스포츠를 많이 즐긴다.운동엔 거리와 멀지만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축구와 야구는 물론 바둑과 탁구 농구와 배구 등등 저녁마다 TV를 돌려가며 보곤 한다. 안양중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효창구장과 서울운동장을 많이 다녔다. 그 시절 우리 학교는 전국에서 늘 중동중 고등학교와 패권을 다투었다. 중학교 때 창간호인 수리뫼를 보면 231922패라는 엄청난 기록이 담겨져 있다.

 

 

70년대 그 시절 우리 학교는 축구선수가 고아 출신이 많았다. 덩치도 크고 10개반에 1명씩 배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십시일반으로 돈과 쌀과 김치를 거두어 돕고 응원하며 자부심을 가졌다. 고등학교 때 강릉과 속초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어느 시민이 어느 학교에서 왔냐고 묻길래 안양공고라고 하니까 그분이 하는 말이 어 축구 잘하는 학교?”라고 하니 우리는 기분이 날아갈 듯 기쁘기도 하였다. 그들이 커서 청소년대표를 거쳐 국가대표 선수가 되었다. 누구나 다 아는 정해원, 이영표, 김동진선수 등 여러 명이다.

 

 

나는 스포츠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세 명의 젊은 여자를 마음속으로 딸로 삼고 싶어 응원을 많이 한다. 첫째가 19세인 신유빈이다. 유빈이는 져도 웃는다. 항상 명랑하고 쾌활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여유가 마음에 들어 많이 응원하고 금메달을 기대했다. 둘째가 바둑선수인 16세 김은지이다. 은지는 노력형 천재이다. 연습벌레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대단한 셩격의 소유자다. 은지의 바둑은 17급에 불과한 나도 저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방송할 때면 항상 보고 유튜브에서도 항상 찾아본다. 은지의 금메달도 기대했다. 셋째인 14세인 김다현은 국악인 겸 트로트 가수이다. 노래만 잘 할 뿐 아니라 예쁘고 더욱이 효심이 깊다. 내가 배워야 할 선생님 같은 어리디어린 딸들이다.

 

 

 

프로야구가 태동하면서 집념가인 장효조를 응원했고 이대호의 봉사 정신에 빠져 그를 응원하고 싸인 볼도 받았다. 자연히 롯데를 응원했는데 아쉽게도 이대호가 은퇴할 때까지 우승을 못했다. 그가 일본을 갔을 때에도 그가 가는 곳마다 방송 채널을 찾아서 응원을 했었다. 모두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그것은 욕심이고 내가 바라는 축구, 야구, 바둑만큼은 꼭 땄으면 하는 바람인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옛날 추석 전날은 가장 바쁜 날이었다. 눈코 뜰 새 없다. 작은댁 식구들이 모이고 음식과 송편을 만들기에 바빴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은 솔잎을 따 오고, 멧돌을 돌리고, 펌프질을 하거나 아궁이에 불을 때는 허드렛일 이외엔 별로 없다. 음식을 만드는 일엔 아예 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추석 전날은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처만 바쁘게 움직일 뿐 허전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추석 당일엔 선친의 가족 11명 모두 참석을 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질부까지 참석을 하고 사촌인 광수 내외와 재민이 여자친구까지 오니 오랜만에 집안이 좁아 보였다. 한가위의 넉넉함을 보여주는 내 마음은 뿌듯하기만 하다. 나는 허리와 팔이 아파 성묘에는 못 갔지만 모두들 참석하니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오후엔 절간처럼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조용하다.

 

 

이튿날 101일 동서의 생일 겸 둘째와 막내가 준 선물을 가지고 처가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길호가 의자를 가져온다, 내가 신발을 벗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파티를 열었다. 케잌을 자르고 미국산 레인 와인에 광호 여자친구가 사 온 한우의 맛 그리고 일본산 화이트 와인에 생선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언제 오든 칙사대접 받는 곳은 여기뿐이리라

 

 

고스톱을 치고 저녁으로 비빔국수를 먹고 동서와 함께 집에 왔다. 동서도 오랜만에 온 듯 싶다. 그와 바둑을 두며 아시안게임을 보았다. 바둑은 잘 못 두지만 그래도 많이 늘었나 보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씩 수가 보이는 것 같았다. 네 판을 두니 10시가 넘었다. 동서가 가니 또 고요하다.

 

 

102일 드디어 내가 바라는 금맥이 터졌다. 21년만에 여자탁구 복식전에서 유빈이가 전지희와 함께 북한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103일 여자바둑 단체전의 결승이 있었는데 다른 때에는 늘 이겼던 중국의 우이밍 이었는데 은지가 지고 랭킹 1위인 최정도 져서 은메달에 머물렀다. 남자 개인전에서 대만에 져 동메달을 딴 신진서를 비롯하여 단체전에서 박정환, 신민준, 김명훈, 변상일이 잘 싸워 중국을 41로 이기고 금메달을 땄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5일은 모친 기고일이다. 낮에 동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고로 병원에 있을 때 대대장으로 진급해서 전방으로 간다고 한동안 못 온다고 병문안 온 기억을 잊지 못한다. 요즈음 친구를 통해 내 소식을 알고 가끔 문안 인사를 한다. 며칠 후에 찾아오겠다고 한다. 저녁에 삼형제 내외와 재영, 준호까지 와서 모친께 절을 하였다. 세 동서는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다.

 

 

7일 아시안게임 마지막 날 오늘이 내가 바라던 D데이였다. 24세 이하로 구성된 야구팀 모든 야구팬들이 가장 약체로 보았다. 예선에서 대만에게 진 것을 되갚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금메달과 세대교체였다. 금메달은 곧 군 면제의 특혜가 주어진다.

 

 

축구와 배드민턴의 결승이 동시에 열렸다. 일본에 매번 지고 아시아선수권에서도 30으로 져 황선홍 감독의 비난이 빗발쳤었다. 6전 전승으로 결승에 올랐는데 일본에게 2분만에 선제골을 먹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강인과 정우영과 조영욱이 있었다. 21로 역전하여 3연패를 이루었다. 가슴을 졸였는데 가슴이 벅차다. 더욱이 부상을 딛고 일어선 안세영이 여자테니스단식에서 29년만에 금메달을 따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잠을 못 잘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어제 108일 폐막식만 남은 아사안게임은 끝이 났다. 모든 것을 이루었지만 허전하기만 하다. 모처럼 공원에 갔다. 커피를 마시고 가을 냄새에 취해 공원을 도니 평온함과 함께 날씨도 좋지만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과 선수들의 웃음과 짜릿한 환회를 맛 보게 해서 감사할 뿐이다. 내일부터는 무엇으로 공허를 달래줄지 모르겠지만 보너스 같은 날이 지나가니 아쉽기만 하다.

 

2023109

가슴 벅찬 게임을 관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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