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만남과 이별

역려과객 2023. 10. 24. 16:46

 

 

 

모든 삼라만상은 인연이 있다. 하물며 인간은 더 특별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섯 개의 고사성어 중 하나인 염화미소라는 것이 있다. 불교 용어인데 말이나 글로 통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소통을 말한다. 그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인연이다. 사람에게는 조화로은 인연도 있고, 애별리고의 슬픔 또한 있다. 나에게 가장 좋은 인연은 동네에서 천사라 불리는 처를 만난 기쁨의 인연이요, 가장 슬픈 인연은 내가 통곡을 하며 써 내려간 수필, 풍수지탄하며 49재를 기리는 사모곡의 대상이었던 모친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슬픔도 잊는 망각의 동물이 아닐까 싶다.

 

지난주는 처에게 있어 특별한(?) 한주이었으리. 2년전 30년만에 아들을 만났다. 그 연장선에서 1년에 23일 생일겸 휴가겸 해서 아들을 만나러 울산에 간다. 작년에 이어 지난주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 먹을 것과 입을 것 등 모든 면에서 다 챙겨 주었다. 심지어 먹을 약까지 챙겨 놓고 갔었다. 수시로 전화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 나는 자식이 없지만 안부를 묻는 석종에게도 고맙고 그런 인연이 처에게는 특별할 것이다. 부모 자식과의 인연은 천륜이라 하지 않은가?

 

 

지난 일요일에 만남과 이별이 동시에 이뤄진 특별한 날이 아닐 수 없다. 동우는 군 출신답게 두시 반 정각에 왔다. 그의 부친은 학교 육성회장으로 알고 있다. 10년 전에 돌아가셔서 우리 부부가 문상하고 왔는데 그와 10년만에 만났다. 만나자마자 악수와 포옹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물었고, 우리들의 대화는 주로 처와 동우의 이야기지만 한도 끝도 없다.

 

 

30여년전 지난 시절 내게 문병을 많이 온 고 정우경, 고 이종훈 이야기를 많이 했다. 생각보다 건강하다는 그의 말에 고마움을 미소로 답하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내가 쓴 글을 몇 가지 톡으로 보냈다.

 

15년전에 우리집에서 집들이를 했다. 많은 친구들이 찾아왔으나. 내가 결혼한 이후 고 이진수가 사망한 이후 친구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기껏해야 울산에사는 종찬이, 동네에 사는 윤봉이가 찾아 올 뿐이다. 그런데 동우가 처음으로 우리집에 찾아 왔으니 그저 고맙기만 해 참치회를 대접하고 싶었다.

 

 

내 소식을 알려고 많은 친구들에게 알아 보았다고 하는데 많이 아프다는 소식 이외에 아무도 내 소식을 아는 친구가 없다고 하며 물어물어 찾아왔다고 하며 처에게 존경심으로 대한다. 헤어질 무렵 사진을 찍자고 하여 집에서 몇 장 찍었다. 더 건강해야 한다며 자주 만날 것을 약속한다. 점심 먹고 바로 왔다며 처에게 봉투를 내밀고 내 제의를 다음에 하자고 하면서 그는 돌아갔다.

 

처는 울산에 가면서도 두 가지를 못했다고 투덜댔다. 사진도 못찍고, 회를 안 먹고 왔다고 하며 내가 좋아하는 참치 횟집에 가자고 한다, 그러나 일요일인지라 문을 닫아 횟집으로 가서 광어회와 함께 술을 시켰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들을 만나게 해 준 내게 처는 늘 고마워한다. 부모 자식간에 인연이 어디 보통 인연인가? 천륜일진데 나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처에게 그것도 못해주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찻집으로 갔다. 차를 시켜 놓고 핸드폰을 보았는데 동우의 카톡이 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부를 만나 감동도 받고 부끄러움도 느끼고 지금처럼 웃으면서 볼 날을 기대하고 나를 친구로 둔 자가가 행복하다고 왔다, 내가 할 소리를 친구가 해 주니 무안하기만 했다.

 

뒤이어 문자가 왔다. 병원 친구인 이오수씨가 사망했다고 한다. 나보다 세 살이 많은 그는 휴웰병원에서 만난 친구이다. 저녁마다 장기를 두고 다른 친구인 오덕희, 간병인인 최봉진, 그리고 지금도 빠지지 않고 매일 전화해 주는 친구 박두만과 함께 일요일마다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 하고 들어오곤 하였다. 이오수씨에게 지난 8월까지 매일 카톡이 왔는데 갑자기 끊겼다. 그런데 그런 비보가 날아드니 어이가 없었다.

 

뒤이어 동우에게 카톡이 왔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존경스럽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나는 하루하루가 약에 취해 어떡하면 건강할까? 어떡하면 편하게 마무리 지을까? 이런생각하는데 내게 그런 말을 하는 친구가 있다니 스스로 놀랍기만 하다.

 

월요일인 어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픈 몸이라도 문상을 가야 하는데 당사자만 아는데 누가 반기겠는가? 하는 생각에 조의금과 함께 삼가 고인이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자를 대신했다. 친구의 사망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매주 월요일마다 욕조에 들어간다. 매일 처의 손을 빌어 목욕은 하지만 월요일은 한동안 욕조에서 몸을 불려 목욕을 한다. 어제도 여늬때와 같이 하고 나와 일어서려는데 의자가 기우뚱 하며 뒤로 넘어졌다. 처는 내 머리 다치지 않게 하여 잽싸게 나를 안았지만 둘다 넘어져서 고생을 해야 했다. 온 몸이 쑤시지만 처 역시 마찬가지다 내게 신경을 쓰느라 처는 입술도 부르텄다 언제까지 이런 구차한 삶을 살아야 하나 생각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결린다. 오늘은 안과에 내일은 류마티스내과에 가야 한다. 걱정이다. 처가 전동휠체어라도 사자 하길래 장애인복지관 최실장, 장애인 친구인 대호, 건강보험공단에 다니는 이종사촌 동생에게 알아보았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작은 전동휠체어를 사기로 했다. 만남은 기쁨이요, 이별은 아픔일진데 앞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크고 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을까? 세상사가 두렵기만 하다.

 

 

20231024

희비가 교차함을 맛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