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울보가 된 처의 제2의 칠순

역려과객 2024. 3. 11. 15:52

 

 

처는 요즈음 자주 운다. 감동이 되어 울고 서글퍼서도 운다. 칠십을 넘긴 처는 늙어가는 것이 서러운 것이 아쉬운지는 몰라도 내 눈에 자주 띈다. 내가 아픈 것이 안 스럽고 장모님 때문에 가슴 아파 울고 아들 걱정에 눈물짓고, 여동생이 애쓰는 모습에 운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눈물 흘릴 때가 많다.

 

 

처는 멘토가 둘이 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못 해주는 내가 왜 들어가는지 모르겠으나 나와 아모레 언니란다. 아모레 선생님은 40년지기란다. 아모레 선생님은 옛날에 대리점 사장님이셨는데 처가 가장 어려울 때 물적 정신적 지주이었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통화를 하는 것 같다. 많은 도움을 받았고. 아들을 찾을때에도 같이 따라가 주셨다. 우리네 가족 이외에 아모레 선생님 이야기를 많이 할 정도로 고마운 분이라고 한다.

 

 

처와 처제의 생일은 5일 차이가 난다. 지지난주 토요일 동서네 가족 모두 우리집에 왔다. 장모님은 중환자실에 계시는데 반하여 처제는 오랜만에 휴가를 보내는 셈이 되고 말았다. 큰 조카 광호가 점심으로 소고기를 샀다. S전자 입사한지 10년만에 승진겸 엄마와 이모 생일겸 한 턱을 낸 것이다. 나는 배가 아파 잘 먹지를 못했으나 기분을 깨고 샆지 않았다. 속이 안 좋은지 수 주가 되었으나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집에 와서 오랜만에 고스톱을 치고 그들은 돌아갔다.

 

 

작년 칠순에 케잌을 못 사준 것이 한이 되어 만 나이로 변경된 이번칠순에는 기어이 사 주리라 마음 먹었다. 처의 생일은 금요일인데 처가 약속이 있다고 하여 일요일에 막내 내외와 함께 하기로 했다. 금요일 당일 아침에 미역국과 함께 소고기가 올라와 있다. 미역국을 먹고 후라이를 먹는데 구토가 나서 소고기는 두 점이나 먹었을까? 처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요즈음 아픈것도 아픈 것이거니와 음식 때문에 처의 신경이 내게로 쏠려있다. 처에게 정말 할 말이 없다.

 

 

처는 점심을 차려주고 처제와 아모레 선생님을 만나러 안양에 갔다. 저녁을 먹고 나서 누워 있는데 재영이가 케잌을 보냈다고 잘 받으라고 한다. 식은 땀이 나고 배가 아파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10시가 넘어 칩에 온 처가 자기가 좋아하는 치즈케잌을 사 왔다고 감동을 받았다고 울먹인다.

 

 

어제 오후 막내 내외를 불러 참치횟집에 갔다. 나는 속이 안 좋아 먹기가 겁이 나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 처와 제수씨는 할 말이 너무 많은 것같다. 커피를 마시고 집에 오는데 막내가 집까지 휠체어를 밀고 왔다. 그것을 뒤에서 본 처가 시집온지 16년만에 보상 받았다며 너무나 보기 좋았다고 울움을 터트렸다. 그만큼 흐뭇하다고 하며 뿌듯해하는 것을 보니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해졌다. 처의 제 2의의 칠순을 일주일동안 만끽한 셈이다.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야 할 것인데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해운의 일기 그리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모님을 떠나 보내 드리고...  (1) 2024.04.14
봄은 왔는데  (0) 2024.03.24
생일 그리고 불감청고소원  (0) 2024.02.19
2월의 진퇴양난  (2) 2024.02.13
토끼는 가고 푸른 용은 오는데  (2) 202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