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정(情)에서 동(動)으로 일주일간의 동행

역려과객 2026. 5. 22. 18:48

 

30년을 넘게 본 신문은 뇌출혈을 앓고 난 5년전인 21년에 끊었다. 그 대신 핸드폰으로 아침을 먹기 전에 만물상, 횡성수설 그리고 시시각각을 매일 본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은 알겠기에 꼭 읽는다.

 

작년 아니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병원 가는 날 이외엔 밖에 나가는 일이 별로 없었다. 처의 입과 더불어 요양보호사로 오신 제수씨의 덕으로 집에 있는 날이 거꾸로 되어 별로 없다. 그런 면에서 처와 제수씨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515일 금

 

처는 새벽부터 깨워 목욕하고 나만 아침을 먹는다, 우리는 오늘을 많이 기다렸다. 처는 지난해 8월 동네병원에서 초음파를 했는데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 담낭과 췌장 사이에 8mm의 혹이 있어 배를 갈라 수술해야 한다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11월에 고대병원에서 진료를 보시더니 265월에 재검사를 다시 하라고 해서 오늘 검사를 했다. 주치의는 61일에 오란다. 처의 가족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처도 갑상선암 환자였기에 암이 아니길 바라며 열흘을 더 기다려야 했다, 제수씨의 도움으로 옹심이를 먹고 왔다. 달력을 보니 막내 고모부님 산수이셨다. 문자도 못 드렸으니 또 한 번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매일 아침 인간극장을 보는데 병원 때문에 끝까지 못 본 것이 못내 아쉬웠다.

 

516일 토

 

막내가 18일 생일이라 불러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해서 대청마루에서 돼지갈비를 먹었다. 처가 막내의 얼굴을 보더니 수척해 보이고 안 되어 보인다고 내게 말을 해서 보았더니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이었고, 등이 굽어 보였다. 환갑이 지났으니 늙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형으로서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막내의 건강을 기원한다.

 

 

517일 일

 

어버이날 찾아뵙지 못했고 사거리 작은어머니를 뵈러 13단지에 갔다. 작은어머니는 생각보다 건강해 보이셨다,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신다고 한다. 미연이가 수발을 다 한다. 효심이 없으면 그렇게 못한다. 작년에 심정지가 두 번씩 왔는데 다 이겨 내셨다. 민희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내게 의자에 편하게 앉으라고 나를 부축하더니 월급을 탔다고 처에게 봉투를 내민다. 처가 몹시 감동받았나 보다.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며 우리에게 인사를 하는 민희에게 나도 감동받았다. 고생하는 미연이가 안쓰럽다.

 

 

518일 월

 

병원의 과마다 진료가 다르다. 예전에는 3개월에 한 번씩 왔었는데 지금은 4~6개월에 한 번씩 다닌다. 지난달엔 3개 과를 보았고 이번 달과 다음 달에는 한 번씩 병원에 간다. 약도 너무 많다. 11시 반에 끝났고, 제수씨는 그동안 수리를 맡겼던 휠체어를 찾아와서 같이 부평의 작은집을 향하여 갔다. 90세가 넘으신 작은어머니께서 격하게 안아 주신다.

 

10년 넘게 파키슨병을 앓고 있는 명희가 요리와 함께 아들인 동준이가 전화로 시킨 육개장을 먹고 커피까지 얻어먹었다. 명희의 병은 점점 깊어져 자주 넘어지고 우울증까지 찾아와 여러모로 고생한다. 아들이 주말이면 찾아온다지만 그 고생이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죽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란다. 흥수가 보고 싶다는 명희가 가엾다. 나는 환자도 아니라는 것을 오늘 또다시 느꼈다. 경환엄마는 가족끼리 제주도에 놀러 갔다고 한다. 명희가 더 악화되지 않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자주 찾아오겠다고 했고, 그때엔 명희가 좋아하는 빵과 삼겹살을 사 오겠다고 약속했다.

 

 

 

519일 화

 

안산 타임뱅크 둘쨋날

 

 

 

막내에게 장문의 글을 써서 생일 축하한다고 보냈더니 오후에 고맙다고 별것 아니라면서 우리 부부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답이 왔다.

 

구하은 강사님을 초청하여 향에 대해서 배웠다. 아로마테라피가 무엇이며, 향기의 종류와 효과에 대해서 배웠다. 우리는 8종의 향들을 맡아보고 세 가지 향을 골라 입욕소금을 만들기로 했는데 제품명을 만들어 보라기기에 나는 안식처라고 명명했고, 이지에어와 오렌지 그리고 라벤더를 택해서 만들어 보았는데 남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강사님은 소감을 말하라기에 나는 시조 한수로 대답했다,

 

향이란 무엇인가? 문외한도 배워본다.

장애우와 함께하며 입욕소금 실습하니

선생님 가르침에서 온 가족이 향기롭네

 

 

그러고 보니 같이 있는 분 중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배우는 것이 서툴지만 재미가 있다. 모든 것을 주도하시는 강경의 원장님, 독서를 담당하는 이혜경선생님, 그리고 향을 담당하시는 구하은선생님, 그리고 이름을 몰라 물어봐서 오늘에서야 알았다. 완호님, 진석님, 아중님 그리고 볼일이 있어 결근하신 분을 빼면 다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인 듯하다. 10주간에 걸친 이 배움의 터 석 달 후에는 조금 더 성장(?)할 것이다.

 

 

 

강경의 원장님은 천사 중의 천사인 듯하다. 날개가 없는 천사. 제수씨에게 많이 들었다. 타임뱅크를 만들어 서로의 시간이 이웃이 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무엇이 필요한가를 어떻게 돕겠습니까? 라는 푯말처럼 도움을 받는 장애우를 도움을 주는 분들에게 연결해 주는 뜻깊은 활동을 하신다. 오늘 세 번째 만났지만 다가서지 못하는 내 성격과 반대로 친한 친구처럼 대해 주셔서 가깝게 지낼 수 있었고 더 정이 갈 듯한 고마운 분이다. 밀알이 무슨 뜻인지 이제 어렴풋이 알겠다. 나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겠다.

 

 

 

 

520일 수

 

비가 많이 온다. 제수씨가 차로 바로 갈 것이니까 휠체어로만 가자고 해서 그것이 낫겠다 싶어 그리 하기로 했다. 목감어울림센터 3층에 중부건강생활지원센터가 있다. 재활하는 곳인데 매주 네 번 하루 두 시간을 재활한다. 오늘은 두시 반에 나와 처와 함께 생활지원금을 타고 치과에 들러 치료했다. 나는 아무리 닦아도 개떡같이 닦아 남보다 자주 치과에 간다. 집에 오면서까지 빗길이 미끄러워 세 번이나 넘어져야 했는데 다행히 머리는 다치지 않았다. 그래도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어 감사할 뿐이다.

 

 

 

 

521일 목

 

아침에 일어나니 겨드랑이가 아프다. 처가 여기저기 파스를 부쳤다. 오늘의 예상은 천안에 가려고 했는데, 막내고모님이 바쁘다고 하셔서 다음으로 미뤘고 대신 어제 상주곶감을 쿠팡으로 해서 보냈다. TV에서는 부부의 날이라고 떠든다. 처가 가장 먹고 싶어 하는 것이 초밥이다. 비가 그쳐가는 모양이다. 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세 시간 재활하고 초밥집으로 갔다. 처와 10층 형님이 먼저 오셔서 기다리고 있다. 광어 초밥만을 시켜서 먹는데 맛도 좋았지만 모두 빈 접시가 되었으니 내가 더 행복하다. 처도 이 순간만은 잠시 시름을 덜었을 것이다.

 

 

 

 

말을 잘 못하는 개구리처럼 움츠리며 살아온 내가 이제야 기지개를 펴는 느낌이고 뒤늦게 새로운 세상을 보는 느낌이다. 수많은 고사성어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섯 개가 있다. 은인자중, 호연지기, 안분지족, 새옹지마, 마부작침이다. 그동안 좋아할 뿐 실천을 안 한 것도 사실인데 이제부터라도 보다 능동적으로 살고 싶다. 결혼하고 나서 애급옥오도 좋아하게 되었다. 비록 지출이 보다 많아 걱정이 될지언정 보다 알차고 분수에 맞는 그래서 밝은 이미지의 내가 되고 싶다.

 

처는 늘 말한다. ‘당신이 먼저라고. 그리고 만일 복권 당첨되면 가장 먼저 동생 집을 사주고 베풀고 싶다고 한다. 허황된 꿈일지 모르지만, 맏며느리로서 손색이 없다.

 

나를 밖으로 내밀고 안내해 준 분이 제수씨다. 자신보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 주는 분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가 아닐까 싶다. 모친께서 처를 보내 주셨고, 처제가 세상을 떠나니 제수씨가 나를 보호해 주시니 여자복은 타고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을 울린 일주일이었다. 평생동안 살았어도 7일을 계속 나간 적이 없었다. 움직이지 않았던 내가 놀랄 일처럼 가억에 남을 일주일이다. 모든 이의 건강을 기원한다. 특히 명희의 병이 더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26522

 

나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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