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가장 맛있는 식사

역려과객 2026. 6. 17. 18:52

 

 

한국 사람들은 밥을 빨리 먹는 편이다. 보통 30분 이내에 다 먹는다. 나는 5~10분 이내에 마친다. 그런데 나보다 더 빨리 먹는 친구가 있었다. 휴웰병원에 있을 때 같은 병실에 있던 철현이란 친구는 밥을 1~3분 안에 다 먹는다. 조선일보의 이규태라는 논설실장이 계셨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분은 이규태코너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된다. 한국 사람은 저녁을 30분 안에 다 먹는데 프랑스 같은 서양 사람은 두 시간 걸린다고 하여 같이 밥을 먹는데 지루해서 혼났다고 실토하셨다.

 

 

 

우리네 같은 장삼이사는 호텔과는 거리가 멀다.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이나 여행할 때 이외에는 찾기가 힘들다. 하물며 5성급 이상인 고급 호텔은 언감생심이다. 나 역시 신혼여행 때 말고는 가 보지 못했다. 2002년 열흘간 중국 여행 때도 호텔은 안 들어갔다. 그런데 제수씨가 뷔페 음식을 예약했다고 한다. 부담이 많이 갔지만 거절할 수가 없어 눈을 딱 감고 가기로 했다. 제수씨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마음에 맞는 사람과 호텔 뷔페에서 맛있는 것 먹기란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당첨된 것이다.

 

 

 

모친께서는 입버릇처럼 늘 말씀하셨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하늘을 보지 말고 차라리 먼 산을 보라고 하셨다. 분수껏 살라고 하신 것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이 순간에도 나는 명심하고 분수를 지키며 살아왔다. 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서로 거짓말 안 하고 시간관념 즉 약속을 잘 지키고 지금은 못하지만, 봉사를 하고 후원하는 그런 면에서 코드가 잘 맞는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읽어준다. 처는 헌신적이고 겸허하며 협조적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 역시 모든 것을 수용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제수씨의 눈에 잘 보였나 보다. 제수씨는 처음에 처를 어렵게 생각했을 것이다. 3개월이 지난 지금은 한 가족이 되어가는 듯하다. 처와 잘 통해 지금은 허물없이 지낸다. 제수씨도 안 가봐서 처음이니 같이 가자며 이왕이면 10층 형님도 같이 가자고 하여 16일에 가기로 했다.

 

 

 

어제인 16일 새벽 다섯시에 처는 나를 깨우며 일이 시작된다. 우라집은 늘 깨끗하다. 환자가 있어서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 처의 주관론이다. 깨끗하지 않으면 병균이 생겨 안 된다는 것이다. 10시까지 모든 것이 완료하고 제수씨가 도착한 15분에 서울 한복판에 있는 조선호텔으로 향했다. 신혼여행 때 하룻밤을 자고 신사동에서 내가 좋아하는 옛날 돈을 산 기억이 아련히 떠 오르지만, 장애인이 된 후 서울에 올라갈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오랜만에 서울 한복판에 갈 것을 생각하니 감개무량이고 가는 도중에도 기분이 좋았다.

 

 

 

호텔에 도착하니 안내원들이 매우 친절하다. 그런데 주차장 엘리베이터와 본관 엘리베이터가 분리되어 잘 모르고 헤매일 때 그들은 친절하게 안내해 주니 한결 업된 기분이다. 우리는 기념사진도 찍고 나서 뷔페식당으로 들어갔다. 값도 값이지만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처가 잘 안다 초밥, 생선회에 육회가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육회를 먹는데 눈이 커졌다. 그만큼 선선하고 맛이 있다는 증거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안 먹어본 음식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실감이 났다. 우리는 이것저것 조금씩 먹는데 값만큼 하는구나! 하며 배가 부를 때까지 많이 먹었다, 제수씨는 내가 안 먹었던 것을 어떻게 아는지 잘도 찾아내어 내 그릇에 채워주었다. 양갈비도 처음 먹어보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처도 기분이 좋은지 생맥주를 시켜서 마시며 천천히 배를 불려 나갔다. 형님도 맛있게 잘 드신다. 모두 배가 불러 더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 우리는 커피를 마지막으로 마시고 일어섰다. 약 한 시간 반을 투자(?)한 셈으로 가장 맛있는 식사가 된 셈이다.

 

 

 

돌아오는 길은 즐거울 수 밖에 없었다. 차는 피곤한지 잠이 들었고, 형님은 서울 길을 잘 아신다. 길 안내도 필요가 없다. 서울역이 보였다. 언제 와 보았는지 기억이 흐릿하지만 반가웠다. 제수씨는 형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니 예상보다 조금 늦었을 뿐 편안히 왔다. 밤고을에서 형님께서 참외 한 봉지씩을 사 주셨다. 가장 알차게 먹은 한 끼 식사였다. 집에 오니 피곤함이 몰려와 한숨을 자고 나니 맛있는 식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그리워졌다. 쉬운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초행길에 맛있는 식사까지 마련해 주신 제수씨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뷔페 음식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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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식사에 포만감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