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처제에게
처제 놀랬지?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그치지 않네 이렇게 우울한 날 빈대떡이 생각난다 이렇게 궂은 날에 처제 생각이 나는 것은 왜 일까? 이렇게 편지를 써 보는 것은 처음일 듯 해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나 역시 심사숙고해서 고뇌 끝에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어 그리고 결국 내 마음을 전하기로 했어 사람에게 있어서 특히 남자에게 자신의 치부를 들어낸다는 것은 치욕이라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로부터 내 스스로 밝혀야 이야기가 될 듯해
세상은 많이 변하지 급속도로 변하지 안 변하는 것이 없지 자연의 사계사 있듯 나는 인생을 유아기 성장기 활동기 쇠퇴기 노년기로 나누고 싶어 지금 이순간의 우리는 활동기인가? 아님 쇠퇴기인가? 아직은 활동기라 하겠지 어려움에 처한 내 자신이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기뻐하고 고통을 나누고 싶어 내가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단지 가족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첫째요 가족의 건강이 둘째요 집안이 화목해지는 것이 셋째일쎄
이웃사촌이라 하여 옛날 같으면 다정스럽기 그지없었던 이웃도 조그만 이익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지 그런데 부모와 자식간에 또는 형제자매간에도 그런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를 골육상쟁 유산 때문에 형제가 갈라서는 경우는 흔하며 심지어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까지 가끔 보인다네
형제라면 서로 돕고 위로해야 마땅하거늘 그럼에도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있으니 이보다 더 슬픔이 어디 있으랴마는 콩을 위해서라면 콩깍지라도 태울줄 아는(자두연기) 그런 미덕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어 내가 현재 어디에서 있는가 생각할 여유가 필요하지 나는 내가 외유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네 환경 성격 견해차이도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해 준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그것은 내 헛된 욕망이라는 것을 깨달았지
나도 사람이거늘 나이 60도 안되서 모든 것을 귀 막고 눈 감고 말 못하고 살아야 하는 인생 활동기에 기나긴 수면아닌 수면을 취해야만 이내 심정 가뜩이나 말 못하는데다가 말을 안 하니 더 하기 싫고 죄의식 때문에 더 꺼리게 되고 그러니 더 옭아매는 느낌 그리하여 더 피하게 되고 가면 갈수록 더더욱...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르고 장손을 포기해야 했고 가정을 포기해야 했던 암울했던 과거 동생들에게 형 노릇을 못한 죄책감 나는 정말 기구한 운명일세 언니 만나기 전까지 7번을 죽었다가 살아났지 파란만장한 드라마라도 과언은 아니지
부모님 결혼한지 5년만에 얻은 귀한 자식 배냇감기로 태어난지 4개월 만에 반 죽은 나를 들쳐없고 인천으로 수원으로 서울로... 끝내 약으로 살렸고 대신 언어와 팔다리 장애를 안고 살았지 중1때 폐렴으로 중학교도 다나는 둥 마는 둥 했었지 중3때는 물에 빠진 나를 선친께서 살려 놓았지 83년도엔 8톤 트럭에 치여 넉달간 입원했었지 92년도엔 사고로 못 산다고 두 번씩이나 가족을 불려 들였지 모친은 그때부터 당신이 죄인이라고 고개를 못들고 다니셨지 2002년초에페인트 사업으로 3년에 3억을 까먹고 여관방에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이틀만에 깨어났지 겨울엔 살기 힘들어 유서쓰고 농약 먹으려다 부모님께 발각되었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친 돌아가셔 부친 병들어.... 이제는 뇌경색에 당뇨까지 참으로 기구한 팔자더라고
84년도에 송광사 수련대회에 갔었는데 수계를 받으라는 거야 120여명의 원생중 30여명이 받는데 법정스님 밑에 있는 볍흥스님께서 나만 부르셔서 하시는 말씀이 바다의 뜬구름처럼 넓게 세상을 바라보라며 해운이라고 지어 주시면서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조급하게 생각지 말고 결혼도 늦게 하라고 하셨어 처음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에 와서 알 듯 해 스님은 내 미래를 염려 하신 듯 해
최근 몇 년 사이에 동생들과 대판 싸운 적이 있어 9년전 모친 첫 기고 때 여동생이 말다툼 끝에 손지검을 하고 내쫒았지 첫 기고인데 불효를 저지른 거야. 막내가 그러더라고 방법이 틀렸다고. 5년전 동생들과 재산 때문에 대판 싸웠지 나도 가정이 생겼으니까 내 재산 뺏기지 않으려고 헌데 언니의 말을 듣고 양보를 했지 여동생이 조카 취직하기 전 지지난해까지 카드빚 막아야 한다고 백만원만 이백만원만 하고 수차례 뜯어갔어 집 팔면 주겠다고 집 팔아도 취직을 해도 이자는커녕 원금도 안 주더라고
지난 여름에 막내가 파산직전까지 왔는데 언니가 도와주자는 거야 해서 집을 언니에게 넘기고 언니가 대출 받아 주었지 그리고 내 신용담보로 5000을 빌려 전세자금을 빌려 주었지 지금 이자도 못 가져오는 형편이지만 어쩌겠어 피붙이 형제인걸 여유있게 사는 둘째에겐 못 그러면서 첫째인 내게 그러는 것은 내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들을 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난 생각해 빠듯하게 살지만 그래도 가족의 행복의 우선아 아닌가?
결혼 2년동안 언니와 숱하게 싸웠네 우리는 주정이라는 것을 몰랐는데 언니는 술만 마시면 나를 못자게 하고 그릇이랑 TV 컴도 깨 부수는 거야 이혼까지도 여러번 생각했었지 그 와중에 우울증이 생기고 자꾸 아파하는 거야 매달 한약을 먹고 온갖 보조식품을 먹어도 언니는 자꾸 넘어져 겉만 성하지 몸은 정말 80대일 듯 해
난 지금 섭생을 하고 있어 사촌동생이 간암 말기인데 섭생을 하고 많이 좋아졌어 그 제수씨도 좋아지고 해서 우리도 그것을 실천해 보려고 병원에 갔다 버리느니 해 보자고 해서 실천을 하고 있어 잎 넓은 식물은 모두 안 된다네 배추 콩 들깨 오이 등등 모두 안 되고 무 참깨 고추 등 잎이 적은 것만 되고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모두 안 되고 쇠고기만 되고 바다에서 나오는 모든 것중 김만 된다네 멸치 생선 미역 모두 안 된다네 삼개월 해 보고 나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니도 24일부터 섭생을 하기로 했어
처제
나는 결혼을 하면서 또하나의 기쁨을 얻었어 어머님이자 유일한 어르신 장모, 따뜻한 가족 한상 중심에서 울타리가 되어준 동서, 마음씨 곱고 음식 잘하는 예쁜 처제, 곧고 올바르게 커 준 조카들. 결혼하면서 나는 한분은 공경하고 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지 언니 처제 그리고 내 여동생 내 여동생도 해마다 언니 생일에 챙겨주니 나도 고맙지 뭐 난 그 중에서 동서를 가장 존경스럽다고 봐 그리고 내 일기나 블로그에 많이 썼고 내 친구들에게도 자랑삼아 예기하지 그야말로 팔방미인 아닌가? 유머가 풍부하고 성실하고 부모님 공경하고 열심히 하고 봉사정신 투철하고 그래서 애들이 잘 된다고 봐 물론 처제도 잘 하지만
부모 네분 중 장모님 한 분만 살아계셔 비록 효도는 못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해 내가 결혼하면서 언니에게 두가지 약속을 했지 내게 김치만은 떨어지게 히지 말라는 부탁과 함께 비록 적지만 매달 용돈을 드리겠다고, 비록 얼마 되진 않았지만 언니나 나나 약속을 지키려 늘 노력해 왔어 언니가 그런 면에서 고마워 수십년전부터 나는 봉사와 후원을 하지 지금은 봉사는 꿈도 못 꾸지만 적은 돈이나마 여러 복지관에 후원을 해 십시일반이랄까 그런 면에서 언니와 난 잘 통해 비록 가난하지만 안분지족이자 안빈낙도의 정신을 잃고 싶지 않아 언니는 성질은 좀 괴팍해도 뒤끝이 없어 모든 이에게 칭찬을 받아 내 친구에게든 동네서든 내 고향 목감이든 병원이든 어디가나 마찬가지야 그런 언니가 요새 매일 밤 울고 있어 자기가 부덕한 탓이라고 그리고 겉돌고 있어 남에겐 칭송을 듣는데 동기간인 동생에게 인정을 못 받는다고 자책하고 있어 가엽고 불쌍해 가난하고 장애인인 내게 시집을 와서 잘 사나 했더니 요사이 매일 울고 있으니 더 이상 못 봐주겠다. 넋 나간 사람 같아 잘 웃지도 않고 이러다 우을증이 재발하는 것 아닌지 몰라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답답하다 다른때 같으면 잘 나가는데 요샌 나가지도 않아 오늘도 밤꼬박 새우다 지금은 잠 들었어
처제
가족이 뭘까? 사람에겐 5가지 끈이 있다지? 매끈 발끈 화끈 질끈 따끈 난 가족이 끈이라 생각해 사람은 끈을 따라 태어나고 끈에 따라 맺어지기도 하고 끈이 다하면 끊어지지 이럴진데 그 끈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어 내가 여동생을 때려도 동생들과 대판 싸워도 동생이 불쌍해서 도와주고 그것이 동기간인 피붙이요 끈이 아닐까 해 형제자매가 큰 과오를 저질러서 설사 살인을 해도 감싸주고 덮어주고 보담아 주는 것이 동기간이자 피붙이라고 생각해 비록 없이 살아도 마음이 편하거든 형제간에 다툴 수 있어 치고 받고 재산 때문에 영영 헤어지는 경우도 허다해 그러나 그것이 설사 원수가 되더라도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목하게 지네는 것이 동기간 아닐까?
언니는 내 동반자이자 친구이자 은인이야 난 언니 없으면 하루도 못살아 그시람 내면은 순수 그 자체야 7년간을 보면서 거짓말도 못하고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없는 데로 남을 흉보지 않고 도와주려는 봉사정신이 남보다 탁월해 몸이 약해 수십 가지 약을 먹고 당뇨초기라 많이 힘들어 하고 있어 이럴 때 처제가 눈 감고 용기를 북돋아 주면 안될까? 과거의 그 사람 많이 속 썩였다는 것 나도 잘 알아 그러나 그건 지나간 과거에 불과해 하나 밖에 없는 동기간 큰 죄도 아니고 말다툼 했다고 안 본다면 난들 편하겠어? 동서는 편하겠어? 장모님은 또 어떻고? 내 객관적으로 볼 때 이건 아니라고 봐 비록 예전처럼은 못 먹어도 처제가 해 주는 음식 먹고 싶어 말은 안 해도 장모님을 모시지 못한 언니가 처제를 늘 고마워 하고 미안해 하고 있어 나 역시 마찬가지이야 나 역시 죄인의 심정으로 살고 있어 내자불거 거자불추라 했잖아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고
처제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어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장인어른 기고일도 다가오고 처제도 보고 싶다. 처제가 영영 안 보겠다면 할 수 없겠지만 사소한 말다툼으로 안 보겠다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과거는 과거일뿐 현재가 중요해 과거를 참고삼아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 인간일진데 처제가 어려워서 어디 장모님을 뵐 수가 있나? 처제가 오라고 전화한번 해 주지 않을래? 언니에게 못하겠거든 내게라도 해주라 보고 싶다 오랜만에 써보는 글이라 형편없지? 두서없이 썼네 끝으로 생각난 김에 처제와 동서에게 시조 하나씩 읊으며 이만 줄이네 좋은소식 기다리네
예쁜 처제
부모님 효심으로
자식에겐 지극정성
맛깔스런 요리솜씨
칭찬이 끝이 없네
재정아 보고싶구나!
얼굴좀 보여다오!
존경스런 동서
장인께 이십여년
장모님께 공경과 효
끝없는 가족사랑
팔방미인 따로 없네
가족이 되어준 님이여
존경심을 표합니다
끝까지 읽어 주어 고마워 좋은 소식 기다리며
15년 4월 14일 오후 세시 반
못난 형부 명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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