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가한 휴일아침을 맞았다. 한동안 상가집이다 시험이다 해서 바쁘게 보냈는데 모처럼 여유를 가져 본 셈이다. 화초도 정성을 덜 가졌다고 심술(?)을 부린다. 지난달까지 노랗게 피던 장미가 어느새 시들어 버렸다. 사람이든 화초든 가꾸면 가꾼 데로 간다. 그것이 살아가는 이야기요 순리일 것이다.
정말 일주일을 숨가쁘게 달려온 듯하다. 산재교육 강사가 배 나온 것을 어떻게 뺄 것인가 구체적으로 말해 보란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 다섯 가지 중에 가장 힘든 것이 몸무게 5kg 줄이는 것이다. 얼버무리고 말았다. 12주의 교육을 끝으로 우린 수료증을 받았고 회식을 하며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기로 했다. 정들었던 또 하나의 가족이다.
나이 먹어서 대학공부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다. 전에 교수님이 대학원에 들어가라고 했을 때 안 들어간 것이 후회가 되지만 이제라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니 만족감이 느껴진다. 어디에도 부끄럼없는 내 자신을 위해 훗날 내가 가야 할 길을 위해 찾아서 하는 공부라 후회는 없다. 당초 목표가 C0이었는데 받아 보니 B+라 예상보다 훨씬 잘 나왔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곧 행복이리라.
음방에 손을 못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자주 만난다. 월요일에도 수요일에도 식구들이 찾아왔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안식구 될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 다시 시작해 보련다. 내가 조금 희생을 하여 또 다른 한울방 가족이 뭉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설사 내가 못한다 하더라도 한울방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다음달에 1박으로 야유회를 가기로 했다.
지천을 지난 이 나이에 결혼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 장모 될 분을 만나 뵙지는 못했으나 그 분은 부친에게 혹은 내게 최선을 다하고 신뢰감을 주게 한다. 잘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내가 노력하고 그분도 노력하고 서로 위한다면 장애의 어려움은 보잘 것 없는 기우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 극복은 내가 하기에 달려 있다. 한 발 양보하고 상대편에서 생각하면 난관은 허물어질 것이다. 오늘 오후에 상견례 하기로 했다. 양가 축복 속에서 잘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세상 사는 것이 어디 나 혼자 뿐이랴 수많은 촛불의 행렬을 볼 때 세상은 많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지만 목표는 같지 않을까 싶다. 우리 국민 모두가 편하고 잘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위정자든 일반 국민이든 맡은 바 자기 할 일을 하고 머리를 맞대고 함께 나아가야 할 터인데 너무도 안타깝다.
그래도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내일의 희망이 있다. 국민을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고 주어진 윤리가 있다. 모든 이가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타는 촛불은 세상을 향해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 온 세상을 밝혀 지리라는 것을 나는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