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밥을 먹고 밭으로 향했다. 차로 5분 거리지만 그 곳의 아침 햇살은 영롱하기 그지 없다. 그제 심은 고추가 어제의 달콤한 비로 생생하게 살아 있었고 밭은 싱그럽고 촉촉이 젖어 있다. 비가 온 뒤라 자연은 구름 한점 바람 한점 없는 100점 짜리 날씨다. 정말 청명하다. 온갖 새소리 비둘기, 뻐꾸기, 꾀꼬리, 꿩 등등 거기에 비가 왔다고 개구리 마저 같이 울어 댄다. 어디 그뿐이랴 땅에서는 마늘, 감자, 콩, 얼갈이 배추가 몰라보게 흠뻑 자라 있었다. 모판의 모는 다음주면 논으로 이양한다. 신록의 조화가 같이 어울려지겠지.
팔순이 되어 가시는 아버지의 혼이 담긴 정성이리라. 재작년엔 모친과 같이 하셨는데 작년부터는 병환으로 혼자 지으셨고 올핸 말동무 없이 2000평의 논밭을 혼자 지으시는 그래서 불효자는 늘 가슴이 아리다. 길어야 앞으로 2~3년 그 후엔 우리도 맛 좋은 쌀을 구경 못하고 사 먹어야 할 처지이지만 자꾸 숨차 하시는 것을 보매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자연의 향을 만끽해 본다.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병원에 오래 있으면서 장기를 제공한 사람을 여러 번 보았다. 이유야 어떻든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랑의 힘이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힘이 있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더 고이 간직하고 싶다 내가 판단하건데 가족이란 그 사람이 안 보일 때 그 빈자리가 커 보일 때라 생각한다. 빈자리가 더 없이 클 때 그 허전함은 더욱 더 할 것이다. 조부님이 돌아가셨을 때 석 달 동안 방에 들어가기가 싫어 그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고 절을 찾기까지 했었다.
가끔 창에서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언쟁을 벌일 때가 있다. 방을 위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일이겠으나 처음 들어 오시는 분에겐 이상하게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심없이 같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그래서 정작 모든 이가 조금 더 배우겠다는 자세로 좋은 인연 맺으면 좋을 듯 하다. 그것이 다는 아니겠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위에서 끌어 주고 밑에서 밀어 주는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여러 분이 같이 있다 보면 의견 충돌은 일어 날 수 밖에 없다. 팔이 안으로 굽어지는 것은 다반사이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두꺼비 한잔 하면서 회포를 풀었으면 하는 내 소박한 꿈이다. 법구경에 이런 말이 있다. '행인득식원' 참거나 용서를 해야 원한을 없앨 수 있다라는 말인데 뒤집어 보면 그렇게 해야 자신도 상대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것이 직업이 아니듯이 자투리의 시간을 보내자는 의미일 진데 창에 오시는 분의 광의에서 보면 가족이라 할 수 있다. 개인 개인이 모여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다할 때 그 가족은 빛이 날 것이다. 설사 어쩌다가 언쟁이 일어 날 수도 있다 그럴 때 서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한발 다가가면 더더욱 아름다운 가족이 될 것이다.
내일이 어버이의 날이라 동생들이 오겠다는 말씀을 들은 아버지 매우 기뻐 하신다. 저렇게 좋아 하시는 아버지의 단 하나의 소망, 그리고 돌아가신 모친의 영원한 소원인 그 무엇이 나를 짓 누르게 한다. 그 무엇은 과연 요원한 것일까? 진정 내 자신은 가족의 의미를 모르는 불효자의 차원을 넘어선 백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