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에게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다. 어디 간다고 하면 그 전날 밤을 꼬박 새운다. 잠이 많은데도 설사 병원에 간다 해도 한결같이 밤을 지새운다. 4시에 목욕을 하고 5시에 깨워 목욕을 하란다. 제기랄 처는 준비물이 참 많다. 약부터 휠체어, 모자는 전날 다 준비했고 떡이며 과일이며 두 보따리가 된다. 6시 반에 진문이가 왔다, 그의 처인 현석엄마와 현 회장인 문용이가 우리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로 고마운 친구들이다.
여행의 미지속에 잠 못 드는 나그네여
미학은 기다림을 마음 또한 들뜨게 하고
준비된 음식솜씨에 서로를 칭찬하네
목우회에서 야유회는 2015년에 남이섬을 갔었다. 4년만에 다시 나들이한 셈이다. 그 당시에는 7가족 13명이 갔었는데 현태가 빠져나가고 예상대로 종철이가 나오지 않아 5가족 9명이 하기로 했다. 떠난 사람은 이제 잊어버리자 다만 아쉬울 뿐이다. 승용차 두 대로 가기로 한 모양이다. 안산에서 오는 차와 7시 반 강화 고인돌 주차장에서 만나 아침을 해결했다. 현 총무와 전 총무가 김밥과 과일들을 싸 오고 처가 싸 온 떡과 더불어 맛있게 먹었으나 4월 끝자락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흐리고 차갑다. 강화는 볼 것이 너무도 많다.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축제, 강화역사박물관, 자연사박물관, 전등사, 보문사, 마니산, 교동, 고려궁지, 광성보 등등 볼 것이 너무도 많다. 10여차례 강화를 와 보았는데 안 가본 곳이 더 많다. 작년엔 광성보를 왔었는데 고려산은 처음이다. 지난주에 고려산 진달래축제가 끝났다고 한다. 그림으로 혹은 사진으로 본 축제는 너무도 아름답다. 통풍이 온 덕환이네와 우리는 이곳에서 관람을 하고 다른 일행은 고려산을 등산하기로 했다.
볼 것도 배울 것도 지역마다 특색있네
화문석에 인삼까지 강화는 신의 한수
자연에 순응해야지 길이길이 보전되네
산은 우리같은 장애인에게는 꿈같은 존재이다. 등산은 92년 다치기 전인 91년 앰티로 속리산 정상에 오른 것이 마지막 여행이었다. 우리 넷은 고인돌무덤을 찾았다. 덕환이와 나는 말이 별로 없고 처와 덕환이 처만 이야기할 뿐이다. 오상리 고인돌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다. 총 11기가 있고 12기가 최근에 발견한 모양이다. 이 중 가장 큰 고인돌은 지석묘로 인천 기념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휠체어를 미는 처가 안쓰럽지만 어쩌겠는가? 집에 가면 끙끙 앓아 누울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지금은 처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옛날에도 무덤은 성스러운가 보다. 고인돌 노래도 있다고 하니 놀랍다. 고인돌무덤 가장자리는 조팝나무꽃이 활짝 피어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들판이 넓어 다 돌지 못하고 내려와 강화역사박물관을 찾았다.
고인돌 앞에 서서 옛시절을 그려보네
죽음 앞에 남녀노소 동서양이 따로 없네
고귀한 삶의 앞에서 합장으로 기도하리
일반인은 3000원인데 장애인은 무료라고 하며 자연사박물관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강화의 태생부터 현시대에 이르기까지 강화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고려청자부터 삼별초의 난 신미양요의 싸움터였던 이곳은 조선의 제 2의 수도라 할 수 있다. 2층부터 우리는 하나하나 살피며 오묘한 것들을 사진에 담았다. 아이들에게는 많은 교훈이 될 만한 자료들로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자연사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각종 조류, 나비, 곤충, 자수정 등 광물질, 어류 등 우리가 예전에 많이 보았던 여우도 박제되어 있고 곰이며 호랑이 등 포유류, 식물 등등 많은 것을 관찰하며 즐겨 보았다. 10시 반에 찻집에 들어가 쑥차 한 잔씩 하고 담소를 나누며 고려산에 간 친구들을 기다렸다. 1시가 되니 산에 갔던 친구들이 내려왔다. 치현이는 귀하다고 흰 민들레를 채집한다. 흰 민들레는 보기 힘들지만 이곳에선 더러 피어 있다.
역사와 자연사가 박물관으로 어울렸네
과거부터 미래까지 전쟁이든 화평이든
종족의 말알이 되어 현세에 춤을 춘다
친구들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늙음이라는 것이다. 머리도 희고 전부들 허리며 아픈 곳을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10년만 젊었어도 날아갈 텐데 하는 마음들이 굴뚝같다. 그중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 친구가 문용이와 치현이다. 문용이는 회장의 책임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많은 것을 절제한다. 치현이는 전 같지 않고 많이 건강해진 것 같이 보기 좋았다. 그들의 변화는 내 가슴속에 긴 여운으로 남았다. 물론 기사 역할을 한 진문이도 늘 빚진 느낌을 갖게 하지만 이들이 있어 목우회는 잘 굴러간다. 서로를 아껴주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황혼과 우정이라는 단어를 아름다움으로 변화시킨 맛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황혼이 늙음 앞에 저 멀리 보일 듯 말 듯
암과 아픔 이긴 벗들 친구들아 장하구나
변화는 새로움으로 끈끈한 정 엮어주네
우리는 외포항으로 왔다. 외포리는 책에서 많이 보았고 TV등 매스컴에서 자주 보았으나 정작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늦은 점심으로 생선회와 밴뎅이 회 그리고 낙지와 더불어 건배를 하니 어찌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단 말인가? 허리며 무릎이며 아파하는 친구들 그러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다. 이들이 있기에 오늘이 좋고 현재가 좋고 지금 또한 좋다. 건배 속에 새삼 우정이 솟는다. 매운탕을 먹고 우리는 풍물시장으로 향했다. 마지막 코스였다. 거기서 각자 필요한 것을 사고 총무가 호당 하나씩의 고구마 한 상자씩을 선물하고 안산 식구들과 헤어졌다. 진문은 끝까지 안전하게 집까지 태워다 주고 떠나갔다, 집에 와서 떡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처는 잠에 빠져 들었다. 또 하나의 일기장을 메워줄 세월의 하루였다.
외포리의 생선회로 눈과 입을 선사하고
풍물시장 눈요기로 마음을 주고받네
강화의 여행길에서 나눠 갖는 우정의 맛
'해운의 일기 그리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흘간의 연가 (0) | 2019.05.08 |
---|---|
인천대공원의 꽃 (0) | 2019.05.03 |
봄나들이 (0) | 2019.04.09 |
대부도에서 (0) | 2019.03.25 |
해미읍성을 다녀와서 (0) | 2019.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