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물왕동을 어제는 논곡동을 다녀왔다. 차가 없는 우리로서는 멀리 갈 수가 없거니와 행동도 부자연스럽다. 더욱이 휠체어에 의지한 채 가는 것은 제한적이다. 그나마 처가 햇빛도 쐬어야 한다고 하면서 아픈 팔을 이끌고 나가자고 한다. 아파트를 나서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인 목련이 양지쪽은 활짝 피었고 음지쪽은 봉우리가 예쁘고 소담스럽다. 벚꽃은 남쪽나라엔 만개가 되었다고 하는데 여기는 언제 필지 기약조차 없다.
어려서는 학교에 다니면서 혹은 직장 다니면서 혹은 농사지으면서 자연을 접해왔다. 그러나 나이 들고 병이 들고 장애인이 된 나로서는 밖을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것도 자주 나가는 것처럼 드물기만 하다. 그런데 모처럼 나가보니 개나리부터 매화, 산수유, 벚, 복숭아, 배꽃에 이르기까지 사월의 한복판을 꽃으로 수놓고 있었다.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지난해 가을에 심어 놓은 마늘도 어느새 한뼘을 자라 마늘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작년봄엔 인천대공원에서 구름위를 걷는듯한 벚꽃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 운동도 되고 자연을 보고 눈요기도 하고 세상이 달리 보였다. 이렇듯 밖에 나오면 기분이 업되는데 나갈 형편이 못되니 아쉽기만 하다. 처는 다음달에 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나 때문에라도 자꾸 나가자 하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지난주에 물왕동에 갔다가 밤새 끙끙 앓는 모습을 볼 때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봄바람을 맞이하니 세상사는 맛이 가슴을 기쁘고 들뜨게 한다.
19.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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