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사흘간의 연가

역려과객 2019. 5. 8. 16:50


 

첫날

 

5월은 다른 달보다 행사가 많다. 가정의 달이라 그런가보다 우리도 늘 그렇듯 장모님과 작은어머니를 찾아뵌다. 처가 찾아간다고 하니까 장모님께서 화를 내신다고 한다. 장모님은 걷지 못하여 우리집에 3년을 발걸음도 못하셨다. 딸년이라고 집에 오라는 소리 한 번도 안 한다고 역정을 내셨다고 하신다. 웃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1월 장모님은 처와 거의 같은 시기에 입원을 하고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을 오갔다. 그리고 처제가 보호자가 되어 수발을 했다. 퇴원한 지 6개월 처제의 지극한 정성에 이제 소대변은 가리신다. 처제는 정말 효녀이다. 하루에 10번이면 10번 다 차려 주신다. 그 효심에 감동했는지 몰라보게 좋아지셨다. 그래도 걷지를 못하여 병원에만 다닐 뿐 아무데도 못가신다. 그런데 우리집에 오고 싶었던 모양이다. 괜시리 처만 나쁜년이 된 것이다. 길호가 바빠서 오네 못오네 실랑이를 하다 결국 아침 9시 반에 오셨다.

 




 

장모님은 생전에 우리집에 못 오실 줄 알았다. 큰 사위라고 대접 한 번 못해드렸는데 이렇게 오시니 놀랍가도 하고 기쁘고 즐거웠다. 장모님 역시 나를 보고 젊어졌다고 하시면서 화초보고 놀라고 우리 사는 모습을 보고 놀라셨다. 휠체어 타고 있는 장모님의 모습이 편하고 안락해 보였다. 장모님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해 드리고픈 처의 마음도 예쁘고 모든 것을 장모님을 위해 쏟는 처제의 갸륵한 마음도 예쁘다. 점심을 쇠고기 샤브샤브로 했는데 맛있게 드시는 장모님의 웃음가에서 나는 작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어머니도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가 잠시 들었다.

 




 

장모님은 누워 계시다가 앉았다가 TV 보시다 5시에 길호가 와서 집으로 가셨다. 하룻밤이라도 주무시고 가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만 가득 차다. 이렇게 살아 계시는 모습 93세의 노익장을 과시한다. 살아 있음에 어여쁜 딸 덕분에 노후를 즐기시는 장모님이 건강하다 편히 가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둘째날

 

처는 어린이도 되었다가 늙은이도 되었다가 어버이도 되었다가 한다. 애교인지 사랑인지 몰라도 늘 변화무쌍하지만 나를 위해서라면 지극정성을 다한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겉모습은 50대로 보이지만 잔병이 많아 속은 80이 넘어 보인다. 착하고 마음씨도 여자이지만 어디 간다고 하면 10대로 돌변한다.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라 기분이 좋은가 보다. 막내가 생일이 모레라 그 가족을 불렀다.

 





 

12시에 막내가 왔는데 준호는 안 보인다. 준호는 토요일 일요일은 아르바이트한다고 한다. 둘째는 비교적 여유있어 생일은 따로 부르지 않았지만 여동생 생일은 자기 생일에 미역국 끓여먹기 뭣해 늘 항상 챙겨 주었다. 올해는 막내에게도 힘을 불어 넣어주고 싶었다. 안양 산막사 가는 길에 두근두근 갈비집이 있다. 장모님도 맛있다고 하는 곳으로 우리 다섯명은 향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갈비집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인산인해다.

 





 

막내와 막내 제수씨도 재영이도 다 맛있다고 한다. 잘 먹으니 기분이 좋다. 10인분을 시켜 남는 것을 준호에게 갖다 주기로 했다. 잘 먹는 막내네 식구보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소줏잔을 기울였다. 주로 처와 막내의 이야기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재미있디. 우리는 후식겸 커피를 마시러 안양유원지에 있는 작은박물관카폐를 찾았다. 주인은 막내의 친구인가 보다, 소박하고 아담스럽게 잘 꾸며 놓았다. 커피맛도 좋았고 경치가 아름답다. 우리 가족은 한참동안이나 담소를 나누었다. 형제애를 느낄 수가 있었고 작년에 간 여행이 맴돌아 올해도 여행을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오늘도 기분좋은 하루였다. 롯데의 5연패가 아쉽지만 이대호의 300호 홈런이 위안으로 삼았다.

 





 

 

세째날

 

월요일은 대청소하는 날 처와 두 시간을 소비하니 늘 깨끗한 집이지만 오늘따라 윤이 난다. 점심을 먹고 운동하고 있는데 처제에게서 문자가 왔다. 길호가 바람쐬러 가잔다. 어제의 피로때문인지 별로인데 처는 신이 났다. 길호는 자기도 자기이지만 나를 무척 많이 생각한다. 이모부가 좋아할 것이라면서 남양주에 간다고 한다.

 





 

평생을 살아도 한남대교는 처음이다. 남산타워를 보며 달동네를 보며 서울의 거리를 오랜만에 흠뻑 관람을 했다. 이 곳에서는 못 갈 것 같다. 이런 곳을 출퇴근 하는 동서부터 모든 분이 경이스럽다. 세시 넘어 상봉역에서 동서를 만나 4시반에 남양주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피아노폭포였다. 남양주의 하수처리장을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피아노폭포는 절개지에 철골로 인공암반 틀을 이용해 인공절벽을 만들고 높이 61m 경사면에서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방류수를 끌어올려 흘러 내리게 하는 방법을 폭포를 만들었는데 장관이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폭포를 본 것 정말 오랜만이다. 폭포를 바라보니 가슴이 뻥 뜷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이 생각하는 머리는 어디가 시작이며 끝이 어디일까? 사람이 가슴으로 표현하는 마음의 느낌은 어디까지일까? 스스로 우문우답을 해 본다. 화장실은 2층에 있는데 장애인화장실은 내가 다녀본 화장싱중 가장 넓고 깨끗하였다.

 




 

김밥을 사 온 처와 돼지고기 수육과 음식을 장만해온 처제와 더불어 우리는 경치와 음식을 안주삼이 소줏잔을 기울였다. 경치도 아름답지만 하수처리장냄새가 흠이라면 흠이었다. 잘 가꾸어진 화초들과 망초 금계국등 야생초들이 어울려 제 자신을 뽐내며 자랑한다. 북한강변은 여전히 아름답고 사람들이 많다. 즐거운 시간속에 오는 차안에선 잠이 쏟아져 밖의 경치를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사흘 남들은 황금 연휴이지만 내게는 늘 같은 날이지만 이렇게 외출하고 관광하고 밖의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는 가족의 힘도 크지만 껌딱지처럼 붙어 있어 내 모든 것을 챙겨주는 처가 있어 가능한 것이리라. 처가 있음에 사랑의 연가를 흥얼거리며 또 하루가 지나감을 세상에게 그리고 내 자신에게 고맙다고 스스로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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