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부친의 10주기와 구순

역려과객 2019. 6. 18. 16:30




 

지난 수요일은 부친의 기고일이었다. 늘 그렇듯 동생들이 다 왔고 재영이와 준호가 참석했는데 여동생은 아무런 연락도 없다. 제사 음식은 처와 제수씨들이 나누어 한다. 과일은 둘째 제수씨가 준비하고 전과 떡은 막내 제수씨가 담당하고 나머지는 처가 도맡아 한다. 모두들 참석하니 보기가 좋다. 처제가 사 온 수박까지 놓으니 놓을 자리가 없다. 제사를 지내며 부모님께 지내며 우리 가족모두의 건강과 함께 재영의 취직을 기원했다. 나는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니 허리 말고는 아픈 곳이 별로 없지만 처는 겉만 말짱하지 속 빈 강정이다. 제사를 지내고 처가 끓인 삼계탕을 먹었다. 모두들 맛있다고 잘 먹는데 둘째만 안 먹는다. 어려서부터 직장생활을 한 동생은 닭에 질려서 안 먹는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아픔이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 삼형제와 세동서는 축구 이야기부터 재미있게들 하는데 말을 할 줄 모르는 나나 흥미가 없는 둘째나 구경만 할 뿐이다. 다음 일요일에 산소에 가자고 했는데 둘째네가 바쁘다고 참석을 못 한다고 한다. 둘째는 올해 환갑이라 가족과 함께 여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보기 좋다. 모두들 가고 처는 새벽 1시까지 치우더니 밤새도록 끙끙 앓는 신음소리가 난다. 괜시리 내가 미안할 뿐이다.

 

부친의 10주기에 숙연하게 절 올립니다

가족이 모두 모여 당신의 뜻 기립니다

제삿밥 맛있게 드시고 북돋을 힘 도와 주소서

 



 

일요일 오늘 막내네가 12시에 도착했다. 처가 북어와 술 그리고 케잌을 준비했다. 선산을 가는데 풀이 많아 가기가 힘들지만 가족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착을 했다. 둘째가 벌써 세 번이나 풀을 베었다고 하는데도 잡초가 많지만 산소는 잔디가 많이 죽어있다. 특히 가장 좋았던 작은아버지의 묘는 제초제를 뿌린 듯 잔디며 풀이며 모두 죽어있다. 안타깝기만 하다.

 

선산을 돌아보니 나의 죄를 알겠구나

둘째가 힘 보대태지만 장자는 유규무언

죽어서 부모님 뵐 생각하니 앞날이 캄캄하도다

 



 

우선 조부모님께 잔을 붇고 우리는 절을 올렸다. 여기서도 가족의 건강과 더불어 재영의 취직을 기원했는데 제수씨가 이야기한다. 모 금융회사에 시험을 쳐서 필기와 실기를 보았고 모레 면접만 남았다고 이야기한다. 잘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막내는 결혼한 지 어느덧 30년이 되어간다. 막내 제수씨는 자식들에게 올인하다시피 한다. 수 년 전 사업에 실패하여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때에도 제수씨는 눈물만 보였을 뿐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30년동안 부모님이나 나에게 인상을 쓰거나 얼굴 붉히지 않았고 늘 쾌활하고 착하시다. 큰오빠인 사돈이 장애인이라 그런지 나와 처의 마음을 잘 아는 듯하다. 처를 언니처럼 친구처럼 잘 따르니 동서지간이라도 참 보기가 좋다. 나도 다른 동생들도 마찬가지지만 제수씨와 가족을 보면 기분이 좋다. 늘 웃는 얼굴에 말도 예쁘게 하신다. 부친께 케잌을 올렸다. 절을 하고 나니 뭔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산소에 가기가 힘들어 일년에 두 번 왔는데 부친 90회 생신에 축하를 하니 스스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작은아버지께 절을 올리고 묘 밑에 둘째가 가꾼 농작물을 보며 대단한 친구라 생각이 든다. 나도 다치지 않았다면 저렇게 했겠지 하며 쓴 웃움만 지었다. 둘째는 조그만 밭에 12가지도 넘게 심었다. 모두들 좋았으나 잔디가 많이 죽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밭도 윤봉이가 잘 가꾸고 있었다.

 

맏며느리 구순생신 케잌으로 절 올립니다.

사셨다면 한 해 중에 가장 기쁜 날이겠지요

멀리서 저희들 사는 모습 지켜 봐 주세요

 




 

점심을 먹으러 물왕동 메기매운탕집에 갔다. 막내와 제수씨는 이 집 주인과 친분이 있는듯하다. 그리고 자주 온 듯하다. 막내는 지금은 변했지만 옛날부터 음식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매운탕은 안 먹고 야채와 수제비 그리고 라면만 먹을뿐 우리 셋은 잘 들어간다. 거기에 소주가 곁들이나 그야말로 꿀맛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란 참 좋다. 맛있게 먹고 양만이네 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한다. 주로 처와 제수씨가 이야기하고 남자들은 듣기만 했다. 작년에 넷이 떠난 강원도여행이 너무 좋아 올해도 8월말에 정선을 가기로 했다. 부친께서 살아생전에 꼭 가보고 싶어 했던 정선을 자식들인 우리가 가기로 했다. 아마 좋은 여행이라 확신하며 재영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점심으로 매운탕집 두 번째로 찾았네라

서로 돕고 의지하며 담소하는 커피의 맛

내일은 해가 뜨듯 알차게 살자꾸나

 

2219.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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