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동서의 생일과 구봉도

역려과객 2019. 9. 17. 16:35


 

동서는 나와 갑장이다. 나이만 같을 뿐 생각하는 면이나 말이나 행동은 동갑이지만 형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다 가족들과 이야기하노라면 논리정연하다. 틀린 말이 없다. 안동이 고향인 그는 어느 땐 토속적인 느낌이 들고 어느 땐 도시남자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나에게 대할 때에는 내가 무색할 정도로 깍듯이 한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잡아주고 태워 주고 밀어주고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지금껏 불편해하거나 귀찮아하거나 싫은 내색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처제는 한 술 더 뜬다. 지척이면서도 처가엔 일년에 서너 차례 찾아가지만 그 때마다 칙사대접을 받는다. 두 부부에게 미안함과 더불어 고마움을 함께 느낀다. 몸이 아픈대도 형부라면 끔찍하게 대한다. 나는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는데... 이질들도 부모를 닮아 이모부라면 떠 받들어 준다.




  

동서의 생일인데 하루 앞당겼다. 우리도 추석에 찾아가지 않고 생일에 맞춰 찾아갔다. 장모님은 많이 편찮으신지 안색이 안 좋으시고 처제 또한 허리가 구부정하고 감기까지 걸렸다. 그럼에도 상을 차린 처제가 고마울뿐이다. 동서네 고향은 차례상에 문어를 올린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먹기 힘든 문어가 구미를 당기고, 코다리와 광호의 여자친구가 사 온 한우까지 푸짐하다. 처제도 아프면서 나를 걱정한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미역국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바닥에 앉는데 두 사람이 부축한다. 언제나 나을지는 모르지만 부축해 주는 사람도 부축을 받는 나도 못 할 노릇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고스톱을 두 시간을 쳤다. 길호가 바람 쐬자고 한다. 길호는 학생이면서 직장을 다니면서 아끼고 아껴 지난주에 벤츠 승용차를 샀다. 잔뜩 먹어 배도 부른 데다가 나 또한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무작정 대부도로 향했다. 바다는 밀물로 보기가 좋다. 영흥도에 간다는 것을 뭐하러 그러느냐 여기서 5분 거리인 가까운 구봉도에 가자고 했다.

 



 

옛날 같지 않고 주차시설이 잘되어 있다. 구봉도는 옛날에 자주 왔던 곳이다. 진범이 내외와 같이 와서 진범이는 잡히는 것은 비록 망둥어 이지만 낚시를 하고 진범이 처는 다듬고 나는 잡는 대로 회를 쳐서 먹던 시절, 그리고 아버지와 처와 같이 와서 생선회를 푸짐하게 먹던 시절 이제는 아득한 옛날이 되었지만 그 시절 또한 그립다. 암튼 10여년 만에 찾아오니 감회가 새롭다. 바다를 보니 언제 아팠냐는 듯 여행하기 좋은 날씨에 마음은 상쾌하다. 언제든 바다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왜일까? 길호덕분에 호강을 한 셈이다. 바닷가에 가서 아무것도 안 먹고 그냥 온 것은 처음일 듯하다. 그만큼 점심을 맛있게 먹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바다를 보며 우리 가족 모두의 건강을 빌었다.









'해운의 일기 그리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익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며  (0) 2019.11.05
멋진 가을날에  (0) 2019.10.14
기분을 만끽한 추석  (0) 2019.09.14
짧은 여행  (0) 2019.08.13
융건릉과 용주사를 다녀와서  (0) 201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