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들어 두 번째 단풍 구경을 했다. 지지난주 물왕동 저수지에 가서 황혼에 빛나는 단풍잎을 보며 빨갛게 물들인 잎이 참 곱다고 생각했다. 새순이 나오고 꽃이 피고 지고 숲은 우거지고 저 단품은 낙엽으로 변하고 겨울을 보내고 봄을 기다리겠지. 계절은 흐르고 흘러 세월이 되어 연륜이 되고 그렇게 흐름의 연속이다. 오랜만에 나오니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그래도 햋볕을 봐야 한다고 억지로라도 끌고 나오는 처가 고맙기만 하다.
단풍에 물들이고 마움을 적시운다
흐르는 시간들이 뭉쳐 모은 연륜속에
붉은 듯 아름다움에 저무는 낙엽이여
새싹이 돋아나오는 봄날에 아름다운 꽃을 보며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하고 감사하고 감탄했던가? 꽃과 나무들이 무성하고 푸르렀던 흔적들은 가을이라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계절 앞에서 고운 열매로 풍성하고 붉게 물들인 나뭇잎은 화사하고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었다.
스치듯이 봄은 오고 꽃이 피고 여름 가고
열매의 풍성함에 감사하고 행복했지
흔적은 세월이라는 화사함을 선사하네
당초 오늘은 가족들과 점심 먹기로 했었다. 묘하게 이번주 매부와 둘째, 막내 제수씨들의 생일이 같이 있는데 제수씨들이 각기 부부동반 여행한다고 해서 막내네와 어제 성포동 고집불통에서 저녁을 먹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11시에 동서네 가족이 와서 놀러 가기로 했다. 화담숲을 가고 싶었으나 인파가 너무 밀려 예약제라고 해서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이다, 길호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보따리를 꺼내었다.
지난주에 보았는데 또다시 보고싶네
모두들 바쁜 모양 헛심만 키웠는데
내 마음 알아 주는 냥 막내네가 불러주네
첫 번째 도착한 곳이 인천환경공단이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부지가 무척 넓고 소나무가 많아 산책하기에 정말 안성맞춤, 원두막까지 있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다. 강인지 호수인지 바닷가인지 몰라도 바다에서 나는 비린내와 함께 눈이 시원하게 트였다. 세 명이 합세하여 나를 원두막에 올려 처제가 싸 온 김밥을 먹고 우리는 한 시간을 걸으며 구경을 하였다. 사람이 왜 없는지 뒤늦게 알았다.
소나무에 조용하고 깨끗하니 안성맞춤
원두막에 김밥으로 오랜만에 흥을 돋네
산책길 자연속에서 정을 쏟는 가족의 맛
두 번째 도착한 곳이 김포의 장릉이었다. 장릉은 선조의 다섯째 아들이자 인빈김씨의 셋째 아들로 광해군이 폐위되자 정원군의 아들인 능양군이 인조가 되자 그의 아버지인 정원군을 원종으로 추존한 임물로 원종과 그의 비인 인헌왕후의 묘로 김포에는 하나뿐인 왕족의 묘능이다. 우리는 재실과 능을 구경하고 능은 길호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언덕이라 길호가 밀기도 하고 처가 밀기도 했으나 능은 멀리서만 바라볼 뿐이다. 박물관을 구경한 다음 우리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나오니 시간도 먾다.
피 비린네 싸움에서 유배되고 목숨잃고
옛날이든 현재이든 권력은 똑같아라
아들이 왕위에 올라 추존으로 축복받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인천대공원이다. 대공원은 작년 5월 장모님과 같이 장미축제 때 와보고 1년 여만에 다시 찾았다. 화려한 단풍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점심때 먹던 김밥과 과일을 깎아 먹고 우리는 신나게 단풍의 냄새 낙엽의 참 맛을 느꼈다. 인생사 80이라면 나는 지금 어디쯤일까? 인생의 중 후반기이건만 늙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늙은 행세(?)를 하고 세상사가 1년이라면 이 가을 멋진 나날일텐데 겨울 행세(?)를 하고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신세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젊고 시를 쓰고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다.
대공원의 향기들은 아름드리 가득차다
푸르름에 시간가고 붉음에 세월가니
황혼이 저만치에서 손짓하며 부르네
우리네 인생도 일을 마치고 황혼이 되면 낙엽처럼 생을 마무리하겠지. 이 세상에 태어나 보람있고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하는 낙엽처럼 생을 마무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든 정답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것은 내 몫인데 되돌아보면 한 것이 별로 없다. 장애라는 환자라는 미명아래 이것이 운명이려니 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세월만 보낸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그래도 오늘 이 순간만은 붉음에 푸르름에 노람에 화답하고 싶다. 저 단풍이 져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온다 해도 지금은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저 물결에 장단을 맞추고 싶다. 아 황혼이여 젊음이여 뜨거움이여 저 물결에 파 묻히고 싶다.
울긋불긋 단풍들이 물들어 뽐을 내고
순리대로 인간들도 자연에 순응하매
늘그막 동반자를 만나 행복을 꿈꾸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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