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은 고 이병철 삼성 전 회장의 호이다. 사실 난 호암미술관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호암은 호수처럼 맑은 물을 잔잔히 채우고 큰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준엄함을 갖춘다 라는 뜻이라 하며 그분이 기증한 소장품을 바탕으로 1982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며 16000여점의 미술품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에버랜드니 한국민속촌, 자연농원은 용인에 있다는 것은 알아도 미술관이 용인에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만큼 나는 그림에 대해 문외이고, 관심도 없었다. 평일인데 길호가 가자고 한다. 처가 나가는 것에 무조건 찬성하고 옷을 입으란다. 나는 서울로 가는 줄 알고 일찍 끝나면 창덕궁이나 가자고 혼자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미술은 어려서부터 손이 부자연 한데다가 스포츠와 달리 관심이 없었고 학교다닐 때에도 미술 때문에 평균점수가 떨어진 걸로 기억된다. 미술하면 그림 한 점이 수억에 팔렸다는 둥 그림으로 부정축재로 고관대작이 감옥에 가는 등 좋은 추억은 별로 없고 안 좋은 생각만 들었고 기껏해야 박물관에 가서 감탄할 뿐이다. 그리고, 미술하면 막내제수씨가 미대 나왔다는 것만 알지 잘 모른다.
호암 미술관으로 들어서니 호수와 함께 느티나무들의 단풍이 수를 놓고 있었다. 성인은 4000원인데 장애인은 절반에 보호자는 무료라 해서 4000원만 받는다. 주차장에서도 장애인이라고 특별대우해 준다. 미술관에 들어서니 길호가 사진을 찍어준다기에 포즈를 취했다. 불국사를 연상시키는 다보탑이 우리를 반갑게 한다. 먼저 들어간 곳이 추상미술관이다. 잘 그려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고풍스럽고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민화관에 들어서니 알 듯 말 듯 본 듯 안본 듯 여러 그림들이 미소짓게 한다. 그곳에서 수렵도와 수련도의 병풍이 갈 길을 막는다. 이 그림들은 누가 어떻게 그렸으며 가격은 얼마나 나가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물어 불 수는 없지 않은가?
불교에 대한 그림, 내가 갖고 싶은 도자기. 토기, 목가구 금속공예품 등 수 많은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켰고 정갈하게 한다. 처는 목가구에 관심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제일가는 삼성은 좋은 일도 많이 하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주변 경관도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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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함께 어우러진 단풍은 만추의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굽이굽이 돌아 10분여를 가니 삼성교통박물관이 나타났다. 이곳의 입장료는 7000원인데 장애인도 무료 보호자도 무료라고 한다. 박물관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래 진다. 미술관이 고풍스러운 정적이라면 교통박물관은 클래식한 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길호는 차종도 웬만한 것은 다 알고 있다. 그의 도움으로 각종 차량의 이름을 들었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다이나믹한 차량들을 관람할 뿐이다. 포커존은 자동차 역사의 의미를 두고 모델을 전시하는 공간이요 복원존은 자동차 복원의 세부과정을 단계별로 알아보게 하며, 모터사이클 전시장은 모터사이클을 전시한 곳으로 3륜차, 사이드카 등 다양함 모터사이클을 전시한 곳이다.
여러 존이 있는 1층 전시관은 자동차 산업발달을 자극해 온 프리미엄, 퍼불락, 스포츠라는 주제와 유리나라 자동차라는 주제로 각종 차량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2층 전시관은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클래식 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길호가 가르쳐 준 캐딜락, BMW, 뷰잉, 벤츠, 리무진 등등 여러 종류의 차들이 화려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영화상영관에서 자동차에 관한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왔다. 주변의 경관도 아름답다 열차 안에서 차를 먹게끔 되어 있으나 우리같은 장애인은 마음으로만 삼켜야 했다.
집으로 향하면서 우리가 구경했던 곳을 이야기한다. 나는 올해 중에 지지난 주 베어트리파크가 좋았는데 처는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을 거라고 한다. 암튼 아프네 마네 하면서도 꽤 많이 다녔다. 그런 면에서 길호에게 늘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길호가 좋아하는 피자집에 갔는데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해서 물왕동에 갔더니 그기도 브레이크 타임 해서 화정동으로 가서 돈까스클럽에 가서 돈가스를 먹고 집으로 향했다. 난 잘 모르겠는데 맛이 좋다고 한다. 암튼 오늘도 눈이 호강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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