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호는 처조카이기 전에 내게 있어 매번 받기만 하는 보배같은 사랑스런 조카이다. 혼자 계획을 다 짜고 내가 안 간 곳을 선택한 다음 그 길이 휠체어가 갈 수 있는가를 찾아보고 결정한 다음 처에게 알린다. 자기를 낳아 준 부모도 아닌 이모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그 마음씨에 감동받지만 나는 그에게 별로 한 것이 없다. 어쩌다 고마워 밥 한 끼 사 주는 것이 고작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이모 힘들다고 늘 휠체어를 밀며 내가 불편해하지 않게 최선을 다한다. 오전에 서해안 가지고 전화가 왔다. 대부도나 제부도 아니면 인천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매사에 차분하고 꼼꼼함에 빈틈없네
머리는 어른인데 가슴은 미약하네
열정을 후회없이 뜨겁게 젊음에서 남기렴
차창 밖으로 당진이라는 푯말이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멀리 온 것이다. 차에서 내리니 심훈기념관 있는 필경사이다. 당진 송악 상록수길에 있는 심훈 기념관은 당진은 35~6년 전 알루미늄 샤시 회사에 다니면서 안양근로문학회에 가입을 잠시 했었는데 친구 종관이와 이곳을 찾았었다. 그 때는 기념관이 없고 몇 가구만 있었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인 박동혁의 실제적인 인물을 찾아 뵙고 그 집에 가서 차 한잔 마신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 채신영이 살던 안산의 상록수와 더불어 모태가 되었던 곳이다. 새삼 그때를 떠 올리며 새로운 감회를 느낄 수 있었다. 길호는 내가 여기 왔었다는 말에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
길 떠나는 여행들은 언제다 신선하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생각하고 느껴보고
오늘은 모두 내 세상 마음껏 놀아보자
심훈은 농촌계몽소설 상록수를 쓰고 기자생활을 하며 독립운동을 하고 영화감독도 하는 등 다방면에 일본인과 투쟁을 하였고 저항시인으로 알려졌으나 장티푸스로 인해 35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천재작가이다. 기념관을 돌아보며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아직도 그분이 살아 있는 냥 여기저기에서 그의 흔적이 남아있다. 처는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집을 한 권 샀다. 밖으로 나오니 필경사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초가로 된 필경사는 그의 업적을 그린 사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와 여러 조형물들이 그를 기리는 둣 하다.
상록수 읽고 나서 계몽사상 꿈꾸었지
어린 시절 동경하던 작가님을 뵙고 나니
뜻 모를 지난 일들이 허무하게 빛춰지네
길호는 처제와 우리에게 가장 예쁘게 서프라이즈를 할 것이라고 오면서 이야기했다. 당진에서 서산으로 해서 신두리로 가는 지방도로는 그야말로 절경이다. 산수화 수 십개가 병풍에서 보는 것은 저리가라이다. 수많은 소나무와 아름다운 계곡과 더불어 이루어진 산새는 천하절경이다.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고속도로는 이런 경치를 찾아볼 수가 없는데 지방도의 경치는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말로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태안에 있는 신두리 사구센터에 도착했다.
수많은 소나무와 산새의 천하절경
곳곳마다 펼쳐지는 수놓은 미의 추구
그림을 그린다 해도 저 운치에 비길쏜가?
이곳은 해안사구에서 나는 여러 종류의 것을 수집하여 만든 곳으로 무료이고 볼만하여 아이들에게 있어서 교육의 자료로 손색이 없다. 지하와 2층까지 둘러 보고 우리는 해안사구를 찾았다. 내게는 하루에 수 십통의 메일이 온다. 시와 소설은 물론 여행지의 사진은 물론 아름다운 그림 등등 많은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그래서 웬만한 곳은 가지 않더라도 많이 아는 편인데 한국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전혀 알지 못했다.
삼천리 금수강산 아무리 외치지만
육십평생 둘러봐도 경치는 무한대라
건강한 몸을 만들어 구석구석 찾아보리
해안사구를 가 보니 비록 한 번도 가 보지 못했지만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막에 온 느낌이 든다. 모래사막과 더불어 그런 곳에서 나는 해당화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식물들을 보았다. 다만 낙타가 없어 아쉬울 뿐이다. 지형상 한국에서는 형성되기 어려운 사막이라는 특수성이 있었고 근거리에 바다가 있다는 점에서 자연환경은 위대하다. 모래언덕을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길호는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았는지 고맙기만 하다. 겨울치고는 따뜻했는데 이곳에 부는 바람은 쌀쌀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더불어 태양이 가리워져서 걷기에는 안성맞춤이고 우리는 사진찍기에 바빴다. 이 근처에 막내동생 내외와 수 년전에 천리포수목원을 찾아 많은 수목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모래사막은 또다른 매력을 느꼈다. 오늘은 정말로 충청도에서 충청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해안사구 찾아오니 사막에 온 기분이네
끝없는 모래언덕 여기가 정점일세
평생을 잊지 못할 꿈 오늘로써 보상받네
해안사구는 카폐나 횟집등이 많았으나 겨울이라 그런지 거의 모두 문을 닫고 슈퍼마켓만 문을 열었다. 당을 보충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먹고 음식점을 찾았으나 문을 여는 곳이 없어 백리포를 지나 천리포를 갔는데도 여는 곳이 없어 만리포까지 찾았다. 그래도 그곳은 번화가로 많은 곳이 문을 열었다. 그 중 사람이 많은 곳으로 들어가려니 내 휠체어에 여러명이 달라붙어 편하게 자리 잡을 수가 있었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농어에 많은 이야기들을 안주 삼아 소줏잔을 기울였다. 평소 석 잔을 마시는데 처제가 생일 축하한다며 잔을 부딪치니 평소의 두배나 마셨다. 길호는 여행으로 처제는 생선회로 생일전야를 기쁘게 한다. 취해서 잠이 들어 깨보니 목감이었다. 정말 유쾌한 하루였다. 내일은 막내가 점심 사 주겠다고 문자가 왔다.
여행중 먹거리가 빠질 수가 없지 않지
만리포의 생선회가 마음까지 취하누나
가족의 진한 사랑을 일깨우는 생일전야